- 국내 유일 물류소설 '물류부장 오달수 : 중국편' 마무리, 저자 천동암 경동대 교수와의 대담
- 코카콜라, 삼성전자, 한화큐셀 CLO까지 재직한 경험, 어떻게 소설에 녹아들었나
[인터뷰에 앞서]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편’ 한 눈에 보기
2. 공장물류의 병목(Bottle Neck)을 찾아서
3. SAP에서 개선점을 찾다
4. MRP의 이해
5. 체선료(Demurrage)의 문제
6. 통관 리스크에 대비하라
7. 공장물류 아웃소싱 방법론
8. 물류는 사람이자 문화다
9. 아웃소싱의 함정
10. 내부자들의 암투, 밀어내기가 뭐길래
11. 물류업체 입찰, 절대적 수요예측은 없다
12. 영업과 물류의 줄다리기
13. 내부저항에 부딪친 혁신
14. 정시(定時), 정량(定量), 정소(定所)
15. 내부자들의 영역으로
16. 보틀넥이 문제의 씨앗이다
17.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18. 물류프로세스의 시작점을 찾아라
19. 어둠이 깊을 수록 별은 더욱 반짝거린다
글. 김정현 기자
사진= 저자가 <물류부장 오달수의 하루 : 중국편> 시작에 앞서 전자책으로 발행한 <물류부장 오달수의 하루 : 일본편>
오달수 부장의 중국 여정이 끝났다. ‘물류부장 오달수:일본편’이 해외 판매법인에서 발생하는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물류부장 오달수-중국편’은 공장물류를 상세히 그리는 데 집중했다. 오 부장은 이제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물류 이야기를 들려줄 참이다.
물류부장 오달수 시리즈는 국내 유일의 물류소설이다. 오 부장의 여정에는 글을 쓴 천동암 경동대학교 교수가 코카콜라, 삼성전자, 한화큐셀 등에서 직접 경험한 물류현업의 경험이 녹아 들어있다. 천 교수는 ‘물류는 심류(心流)’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물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따뜻하고 사람 냄새가 뭉근하게 나는 물류부장 오달수 시리즈의 저자인 천동암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 천동암 경동대 교수(<물류부장 오달수> 저자)
Q1. 언제부터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그리고 본지에 시를 써오다 물류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언인가.
A1. 내 고향은 전남 신안군의 압해도라는 섬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다. 당시 학교에 문고 형태의 도서관 비슷한 게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 거기 있던 책을 전부 읽었다. 섬은 고립돼 있었고, 어린 나는 도시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별다른 놀 거리도 없었다. 책 읽고 물장구치는 것이 전부였는데, 특히 나는 책이 좋았다. 그러다 어린 나이부터 자연스럽게 시도 쓰고 에세이도 쓰게 됐다.
처음에는 CLO에 시를 실었다. 시와 소설의 차이를 나만의 방식대로 설명하자면, 시는 무언가를 특정한 뒤 언어로 낚시를 하는 것이다. 붕어 낚시를 하는데 매기가 잡히면 그것은 잡어(雜魚)이기 때문에 다시 물속으로 던져버린다. 반면 소설은 그물로 고기를 잡는 것이다. 일단 고기가 그물에 올라오면 그게 무엇이라도 버리지 않고 최대한 그 특성에 맞게 구성을 짜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주어진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이다.
‘시(詩)는 쓰는 것이 아니라 받아 적는다’라는 표현이 더 맞다. 시는 사물이나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속살을 ‘감정 낚시질’을 통해 걷어 올려야 하는데 이게 쉽게 예측이 안 된다. 오달수 시리즈를 쓰기 전, 본지에 시와 창작메모를 할 때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시를 쓰는 사람이 자기 시에 대해 무엇이라 사족을 붙이고 시를 해체하면 독자의 상상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에 반해 소설은 다양한 캐릭터와 플롯,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갈등 구조를 만들 수 있어서 다방면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다. 시가 절제된 언어로 쓰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숨은 뜻을 파악하고 고민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반면 소설은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와 소설은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등을 맞대고 있다가 필요하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연인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물류부장 오달수에도 시적인 표현과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소설 속에서 사람의 심리를 묘사할 때는 시적인 표현이 종종 쓰이기도 한다. 즉 시와 소설은 상호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고를 하기에 앞서 고민했다. 물류프로세스에는 공학적인 내용과 경영적인 내용이 혼재돼 있다. 이것을 독자들에게 강의처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물류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시하고 상황 속 인물이 겪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물류부장 오달수 시리즈에 소설의 형식을 덧입혔다. 하지만 이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매월 기고할 때마다 솔직히 산고(産苦)를 겪는다.
Q2.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편과 중국편이 마무리됐다. 각각의 글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A1. 중국편 이전 연재했던 '물류부장 오달수 : 일본편'에서는 물류 부문 중에서도 판매물류를 다뤘다. 해외 판매법인에서 발생하는 물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주로 그렸다.
일본편에서는 수입물류, 창고 및 운송, 그리고 물류거점의 수와 규모 등 제조물류를 제외한 물류 전반의 문제를 다뤘다. 특히 재고관리 부분에 힘을 많이 쏟았다. 재고는 기업 역량의 총집합체로서 그 회사의 운영 역량과 손익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종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편에서는 판매물류를 자사가 직접 수행하는 ‘인소싱 물류’와 전문 물류업체가 대신 수행하는 ‘아웃소싱 물류’를 함께 다뤘다. 그중에서도 기업의 전략적 판단으로 아웃소싱을 할 때 입찰제안서(Request For Proposal)를 작성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자 노력했다.
한편 중국편에서는 공장물류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자 했다. 특히 원부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 중국 내수 판매, 수출까지에서 발생하는 물류 문제를 자세히 다뤘다. 중국편에서 보면, 글로벌 위기로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중국 공장의 물류비 절감이 핵심과제로 떠오른다. 원가절감을 하기 위해서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춘절 기간에 기존 물류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물류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중국편에서는 중국 내수물류의 문제점과 국제물류의 정형거래조건(INCOTERMS), 해상운송 통합 입찰, 선행물류, 적정 재고를 유지하는 국제 후 보충 프로그램 등의 기술적 문제와 물류 전략들을 그리기도 했다.
Q3. 다음호부터는 미국편이 시작된다. 오달수 부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3. 미국편에서는 다시 판매법인 물류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미국은 영토가 광대하고 물류 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하며 리드타임이 길다. 이러한 미국 물류의 특징, 물류망을 최적화하는 법, 미국 판매물류 운영상의 이슈, 그리고 글로벌 물류 기업이 주는 시사점 등을 집중적으로 그릴 것이다. 특히 공장에서 제품이 출발하여 미국에 최종배송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룰 것이며, 그러한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편이 끝나면 동남아시아편을 게재해볼까 한다. 그 이후에는 유럽편을 쓸 것이고, 마지막으로 한국편을 집필할 예정이다.
Q4. 특히 아끼는 캐릭터,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A4. 주인공인 오달수를 제외하면, 중국 공장에서 구매를 담당했던 ‘맥스구 부장’과 ‘바바라 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맥스구 부장은 갈등구조를 극한까지 몰고 가다가 ‘자살’에 이르게 되는 캐릭터다. 아래 오 부장의 생각이 내 생각을 대변한다.
Q5. 오 부장은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또 오 부장은 언제쯤 한국으로 돌아오나.
A5. 물류부장 오달수 시리즈는 1934년 발표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관심 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 모티프를 얻어 ‘물류부장 오달수’라는 제목이 나왔다.
오 부장이 귀국하여 부인과 다정하게 사는 날은 아마 물류부장 오달수 : 한국편이 게재될 쯤이 아닐까 싶다.
Q6. 오 부장의 스토리가 현업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A6. 물류부장 오달수는 필자가 해외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재생산한 것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픽션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죽을 고생을 하면서 발로 뛰며 경험한 것들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나는 물류경영을 전공한 학자다. 물류경영에 관한 글을 집필할 때는 논리적이어야 하고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그런 습관이 든 상태에서, CLO에 기고를 하며 스토리텔링 방법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어딘지 딱딱했고 글에 윤기도 없었다. 물류와 문학을 물 흐르듯 융합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바로 다음 학기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2년 6개월 동안 문학 공부를 하면서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때의 문예창작 공부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물류에 접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Q7. 한국코카콜라,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동안 걸어온 물류의 길이 궁금하다.
A7. 대학 졸업 후 25년 동안 물류와 SCM 분야에 종사해왔다. 화주사에서 물류와 SCM을 15년 했고, 물류사에서 10년을 재직했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나는 물류인으로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국적 기업에 다녔고, 국내외에서 많은 물류혁신 프로젝트를 불꽃처럼 수행했다.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기 전에는 인천에 보세창고를 두고 오퍼상(무역대리업)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당시 환차손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 아는 투자자에게 회사를 넘기고 빈 몸으로 빠져나왔다. 미국에서 잠시 잠행하다가 운 좋게 한국코카콜라에서 물류와 SCM 계획 및 운영업무를 총괄하는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일하며 전국의 물류거점을 재편(52개→29개)하고 각 물류센터 관할 지역의 배송망을 재구축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서비스 수준을 높였다. 전국 900명의 물류 인력과 창고 운영인력을 직접 관리하는 물류운영 책임자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자가 물류를 수행하기 때문에 창고 인력 및 배송기사가 모두 회사 소속이었다. 24시간 돌아가는 창고에서 일하며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조직 관리의 중요성도 많이 깨달았다. 특히 처음 ‘카리스마 리더십’을 시도했다가 조직원(노조원 850명)과 마찰을 야기한 뒤 ‘섬김의 리더십’을 통해 조직원과 상생하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판매점의 밀어내기식 영업을 폐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측에서 대물 제품(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가정에 직접 배달·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는 배달·설치 업무를 계획하는 역할을 했고 실제 실행은 삼성전자로지텍이 맡았다.
당시 물류거점 재편(26개→21개)과 배달설치 배송망 구성을 재설계하고, 주문부터 고객에까지 이르는 배달·설치의 전체 프로세스를 재구축했다. 24시간 운영체제 및 크로스도킹을 도입하여 재고비용을 30% 절감했다. 또한 DF(Demand Fulfillment)인 수요 할당체제 및 CPFR(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을 구축하여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최소화해 SCM의 선순환 구조를 정립했다. 뿐만 아니라 반품이 발생하는 원인을 세분화하여 반품 방지를 위한 14개 과제를 수립·실행해서 2년 동안 2,435억 원의 반품비용을 절감하였다.
한화큐셀에서는 물류팀을 책임지는 CLO(Chief Logistics Officer, 상무)로 재직했다. 책임 범위는 조달물류, 공장물류, 완제품 수출물류, 그리고 각 국가로의 판매물류였다. 공장물류 운영 계획 및 실행의 일환으로 완제품 및 원부자재 적정 재고 프레임 구축, 신설 창고 및 물류 흐름을 감안한 창고 레이아웃 설계, 공장 내 원부자재 프로세스 정립을 했다. 또한 SCM 관점에서는 S&OP 운영(생산·판매) 프로세스 및 Biz 리듬을 정립하였다.
Q8. 마지막으로 물류 현업 종사자 및 학생 독자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A8. 물류에선 실행이 매우 중요하다. 물류는 섬세한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다. 기계 부품 하나가 망가지면 기계 전체를 사용할 수 없듯, 프로세스가 빠지거나 중복되면 물류 실행에 문제가 생긴다. 조언하자면, 프로세스를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세분하고 분류하여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거기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물류회사는 고객이 속한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에 부합하는 물류가 무엇인지, 고객의 아픈 구석(Pain Points)은 어딘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물류 아웃소싱 서비스는 화주의 손이 물류회사에 연결돼 있는 개념(Extended Arms)이라고 보면 된다. 화주는 물류입찰을 할 때 물류입찰 제안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세심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서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물류회사는 그 RFP를 보고 화주기업의 물류 능력을 가늠한다.
물류를 전공하는 학생에게는 물류현장의 사례를 통해 이론을 습득하는 귀납적 학습법을 권하고 싶다. 즉 이론을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물류 사례 연구를 통해 이론을 추출하는 것이다. 공자가 이야기한 ‘학이시습(學而時習)’을 거꾸로 한 ‘습이시학(習而時學)’의 방법을 실천해보길 바란다.
<'미국편'으로 연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