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⑫ 영업과 물류의 줄다리기

by 천동암

2016년 12월 29일

<중국편>

- 성공적인 입찰, 다음 숙제로 주어진 '내수물류'

- 밀어내기로 달성한 '일부의 실적', 전체의 실적은? 

 

글. 천동암 박사

 

중국발(發) 해상운송 입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 부장은 비용 절감 예상폭이 워낙 커서 머리가 멍했지만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희열이 시나브로 가슴 한 편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에게 오늘은 중국 난통공장 체류 기간 중 가장 보람찬 하루였다.

 

‘성 전무에게 30% 비용 절감을 한다고 보고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 물량이 60%를 차지하고 있어서 일본과 유럽 물량 비중을 가중치로 환산한다면 55%의 비용 절감 달성이 가능할 것 같네.’

 

오 부장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해상운송 입찰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만조 공장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오 부장은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톤으로 설명했다.

 

“공장장님, 이번 해상운송 통합 입찰은 대박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연간 55억원의 금액 절감이 예상됩니다. 전년대비 절감율은 일본이 85%이고 유럽외 지역은 26%입니다.”

 

“55억이나 되나요? 일본 법인에 그 동안 줄기차게 인코텀스(Incoterms) 조건 변경을 요청했는데도 계속 묵묵부답했는데 어떻게 변경이 가능했는지요?”

 

이 공장장은 안경을 내리깔고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했다.

 

“본사에 있는 성 전무를 통해 사장님 재가를 받고 일본 법인장에게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중국발(發) 해상운송 수출물량 운임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운임을 중국물류팀에서 결정해야 한다구요. 아시다시피 중국 수출물량 중 일본향(向)이 60%인데 이 물량을 통합하여 스케일 메리트(Scale Merit)를 최대한 이용하여 중국발(發) 물량을 극대화시킨 것이 해상물류업체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해상운송 입찰 참여업체수도 늘려서 업체들 간 경쟁을 피터지게 유발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 부장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오 부장님,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요청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중국 내수가 저희 공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잦은 운송 사고와 적기 배송을 하지 못해서 고객으로부터 강한 클레임을 몇 번 받았습니다. 중국 내수물류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도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내수 영업팀과 관계되는 공장부서 직원들에게 미리 협조해달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가 몇 번 이 문제에 대해서 내부회의 때 얘기를 했는데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네요. 여기 중국 실무 책임자들은 자기가 했던 업무의 문제점을 먼저 얘기하고 개선방안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방어와 변명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오 부장은 중국 내수물류에 대해서는 당초에 개선 업무 범위에 산정하기 않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을 느꼈지만 이 공장장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TF회의를 소집했다. 오 부장은 TF 멤버들과 중국 내수 물류운영의 문제점을 우선 협의하기 위해서 운송부장인 바바라 짱과 창고운영 부장인 도덜드 진을 참석시키고 회의를 시작했다. 중국 공장의 현지 물류 책임자인 두 명의 부장은 공장장에게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깨면서 오 부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우선 현재 중국 내수물류 운영현황을 파악하고 큰 문제나 혹은 작은 문제라도 모든 문제점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문의 실무 책임자는 짱 부장이 하고 필요할 경우 진 부장도 도와주시고, TF에서는 나희덕 과장이 전담해서 진행하세요. 여기 현지 공장 관계자들 인터뷰하고 자료 요청도 하시고, 특히 중국 내수 영업팀 의견의 가감 없는 VOE(Voice of Employee)를 들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윽고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나희덕 과장이 조사한 자료를 오 부장에게 내밀었다.

 

“오 부장님 중국 내수물류 개선안 목차입니다. 중국 국내 판매운송 현황, 중국 판매운송 실적, 계약업체 현황, 국내운송 관련 이상(異常) 물류, 향후 운영방안으로 정리했습니다. 중국 내수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주로 월말에 물량이 집중되어 있어서 차량 수배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진= 나희덕 과장이 오 부장에게 보고한 ‘중국 국내 판매 운송 현황’

 

나 과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 내수물류의 또 다른 특징은 난통 공장에서 건설 현장으로 직접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운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만 봐도 물량 변동편차가 매우 큽니다. 대형트럭(17.5톤)의 배송장소별 차량투입 숫자가 40~300대 정도로 편차가 커서 적기 배송을 위한 차량 수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국내 판매 실적> 장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종 배송 목적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중국 내수 물량이 예상외로 많군요. 물량변동이 월말에 치중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 부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진= 나 과장이 제시한 ‘중국내 판매 실적’ 장표

 

“저도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월말, 특히 30일을 기점으로 매월 4주차에 물량 쏠림 현상이 잦아서 영업팀에 확인했습니다. 영업팀에서 이야기하기를 중국 내수는 제품을 파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만 여신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판매하기 전에 50% 선금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월초부터 협상을 시작해서 월말쯤에 선금 입금이 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선금을 준다는 약속을 믿고 고객 배송장소까지 갔다가 제품 물대가 입금되지 않아 물량을 다시 공장으로 반송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전에 구두 약속을 믿고 거래선에 제품을 공급했다가 약속한 날짜에 입금이 되지 않아 현재 1년 이상 장기 채권금액으로 남아있는 것이 원화 약 500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중 약 100억 원은 고객이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클레임을 제기해서 악성채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나 과장은 땀을 흘리면서 상세한 설명을 했다.

“그럼 비정상적인 추가 물류비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연간 추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요?”

 

“중국 국내 판매운송상 비정상적인 물류비는 주문 취소, 천재지변으로 인한 운송지연 등의 사유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사의 거래 고객은 대부분 B2B거래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수는 작지만 물류비용은 매우 큽니다. 주문 취소의 경우 영업팀에서 제품이 공장에서 출하되기 이전에 충분히 고객과 협의를 끝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가 이상(異常) 물류비> 장표를 봐주세요. 창고 단기 임대료가 발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건은 내몽고 지역에서 발생한 것인데, 배송 장소에 제품이 도착했으나 최종적으로 선금입금이 되지 않아 제품 입금이 될 때까지 근처 창고에 제품을 2개월 정도 보관한 후 제품 물대가 입금이 이루어진 후 다시 배송한 건입니다.”

사진= 나 과장이 제시한 ‘추가 이상 물류비’ 장표

 

나 과장은 긴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나 과장, 이 건은 다시 한 번 깊게 파봐! 내 생각에 아마 고객은 입금을 나중에 한다고 했는데 영업팀이 월말 실적 때문에 일단 밀어내기하고 제품실적 달성했다고 경영진에게 보고한 것 같은데......,”

 

오 부장은 아마도 영업팀에서 실적에 쪼이다보니 추가 물류비와 상관없이 일단 밀어내기해서 월 실적을 달성했다고 보고하고 반품이나 근처에 임시창고를 빌려서 다시 영업하다가 안되면 제품 가격을 낮추어서 다른 거래선에 판매하는 악습이 중국 내수 판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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