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 가다②
글. 천동암 경동대학교 교수
“미국행 비행기는 왜 항상 밤늦게 타지!” 인천국제공항은 북적거렸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떠나는 자녀를 유정하게 바로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사람들, 이코노미 발권 카운터에 뱀처럼 길에 늘어진 줄에서 연신 스마트 폰을 보면서 이마를 찌푸리면 사람들, 큰 트렁크 가방 위에 걸터앉아 연신 하품을 하면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 말쑥한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뚜벅뚜벅 퍼스트 클래스 카운터로 걸어가고 있는 몇 명의 사람들, 그들의 머리위에 아우라가 빛나고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구호가 영어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You are the future of our company!'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이라는 ‘상수’값이 주어지는데 남들이 자는 시간에 11시간 동안 칠흑 같은 밤을 지나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로 가는 것일까?’
오 부장은 깊은 상념에 빠졌다. 휴가 중에 미국출장을 지시한 성 전무도 맘에 들지 않았고 휴가를 망친 오 부장에게 앙칼진 잔소리를 해대는 아내 설해의 모습도 싫었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의 시구가 오 부장의 귓전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차창을 바라보면서 오 부장은 한 줌의 눈물을 네오사인 불빛사이에 던져주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4시경에 LA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고 겨우 출국장을 빠져나온 오 부장과 일행들은 긴 비행시간에 다리가 풀려있었다. 미국 법인에서는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미국 판매법인에서 메일로 연락받은 것은 회사 주소와 연락처뿐이었다.
캘리포니아 하늘은 태평양 바다가 마치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파란 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파란 하늘이 누군가의 퍼런 멍처럼 자국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 부장은 마음이 불편했다. 김 과장은 중국 출장 중에는 존재감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미국에 오더니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오 부장님, 우리 일행이 4명인데 짐이 많아서 6인승 미니밴 차량을 빌리려고 하는데 혹시 선호하는 차량이 있나요?”
오 부장은 귀찮은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오디세이’ 혼다 밴 자동차를 빌렸다.
‘오디세이? 트로이 전쟁을 위하여 사랑하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두고 트로이 전쟁터로 떠난 오디세이’
오 부장은 ‘오디세이라는 혼다 차 브랜드’와 오 부장의 미국 여정이 어쩐지 모르게 잘 들어맞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트로이 전쟁을 위해 바다를 건너 넘어온 그리스 연합군의 ‘아킬레스’처럼 오 부장의 전열은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 부장은 간단히 체크인을 한 후 호텔 커피숍에서 모여 다음 날 미국 판매법인들과 얘기할 내용에 대한 점검 회의를 했다.
“제가 미국판매 법인의 창고 운영 현황과 판매 운송현황에 대해서 사전에 조사했습니다. 현재 미국법인의 물류거점은 총 5개로 운영하고 있고 이 중에서 재고를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4개이고, 동부 데이턴(Dayton)에 있는 물류센터는 무재고 센터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서부 물류거점은 MCC라는 물류업체에게 아웃소싱을 하고 있고 동부 지역은 HWI라는 업체에게 아웃소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출장 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번에 원화로 2조 정도의 물동량을 현재 아웃소싱 물류업체가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현재 2,000억 연간매출의 10배를 기존 물류업체와 미국판매법인의 내부역량으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물류정보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가늠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김필립 차장은 시차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피곤한 목소리로 무거운 숙제를 던져내고 있었다.
▲ 김필립 차장이 정리한 미국법인 물류거점 운영현황.
“수고 했어요. 김 차장 근데 배송에 대한 조사도 같이 했나요?
물류 거점에서 제품 배송이 이루어지면 해당 물류거점 권역에서 제품이 얼마나 배송되는지 이에 대한 물동량 계산이 필요한 것 같고요. 더구나 미국은 물류거점과 배송 거리간 산포가 커서 재고 분포와 물류거점의 불일치로 인한 물류 거점간 운송이 많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 혹시 이에 대한 데이터 분석도 같이 했나요?”
오 부장은 역물류에 대한 불필요한 물류비용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알고 싶은 마음에 연달아 질문을 했다.
“오 부장님, 재고불균형으로 인한 배송비용 낭비 요인은 최종 소비지에서 배송한 실제 데이터와 재고 매핑을 해야만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연간 배송실적으로 역추적으로 해야만 그 재고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일단은 미국법인에 요청을 했는데 아직 답이 없습니다”
오 부장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나희덕 과장은 물류비 항목을 오 부장에게 내밀며 설명을 하겠다는 몸짓을 했다.
▲ 미국내 운송현황
“오 부장님, 물류비 연간 실적 기준 USA 총 물류비는 미화로 340만 달러로 매출액 대비 2.86%에 해당 합니다. 또한 물류비 세부항목 중 입출고작업과 보관비를 포함한 창고비가 전체의 43.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근데 나 과장! 물류비 항목 중 EWI관리비는 무슨 내용인가요?”
오 부장은 물류비 항목 중 관리비 항목에 대해서 무척고민이 되어서 물었다.
“네, 그 항목은 당사가 EWI에게 지불하는 커미션 비용입니다. EWI는 당사의 모그룹 회사에서 별도로 설립한 미국의 종합상사입니다. 초기에 미국에 진출할 때 판매를 위해서 담보능력과 자금력이 부족하여 관계사인 종합상사를 이용하였습니다. 물류를 포함한 오퍼레이션 운영 관련하여 미국 판매법인을 대신하여 운영 총괄을 하는 회사입니다”
나 과장은 물류비 항목에 대한 세세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EWI 관리 수수료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EWI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네요.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그 동안 타성에 젖어서 그냥 지나친 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관점을 바꾸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난번 미국 법인은 본사 감사팀에서 강도 높게 업무 진단을 했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네요. 우리가 한번 인수분해 해봅시다”
오 부장의 뇌리 속에서 ‘당연한 것을 의심해보자’라는 생각이 컴퓨터 팝업창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