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미국 물류의 시작은 미국을 아는 것부터

by 천동암

2017년 12월 24일

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 가다③

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가다 물류소설 물류에세이

 

글. 천동암 경동대학교 교수

 

“오 부장,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너 거기 놀러 갔냐? 이런 돌대가리 같은 놈아!”

 

성 전무를 눈알을 부라리며 고함치고 있었다. 금태 안경 속에 눈알이 총알처럼 튀어나와 머리와 복부를 강타한 것처럼 오 부장은 온 몸이 화끈거렸다.

 

“전무님, 죄송합니다. 제가 설명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바로 시정 조치하겠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하면서 오 부장은 노기 가득한 성 전무 얼굴표정을 살피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있었다.

 

“염병!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씨펄!”

 

성 전무는 종이컵에 마시던 커피를 회의실 벽에 홱 던지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소리를 질렀다. 벽에 맞은 뜨거운 커피가 오 부장 얼굴에 그대로 튀었다.

 

“앗 뜨거워!”

 

오 부장은 순간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땀이었다.

 

‘이런 꿈이네. 악몽이야. 성 전무가 다시 내 목을 잡고 흔들고 있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오 부장은 긴 한숨을 쉬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오 부장은 커튼을 밀쳤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수영장이 보였다. 수영장 물속 바닥과 벽에 붙어있는 전등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수영장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얼바인(Irvine) 밤하늘, 별들은 묵언 수행하는 수도자처럼 말없이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수영장 물위로 잔잔한 미풍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느새 잔물결 떨림은 새벽의 일출을 재촉하는 자명종이 되어 찰랑거리고 있었다.

 

‘잠자기는 다 글렀네.’

 

시차 때문인지 오 부장의 의식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오 부장과 그의 일행은 얼바인 미국 법인 사무실에 도착했다. 미국 법인 사무실은 근처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있었다. 출근시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빌딩로비에 북적거리고 있었다.

 

“오 부장, Warm welcome to 미국,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여기 미국법인의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알려주시고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세요. 도울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구요.”

 

서영구 전무가 환한 얼굴로 오 부장 일행을 맞이하면서 상투적인 말을 했다.

 

“서 전무님, 참 오랜만입니다. 지난번 경영전략 회의 때 본사에서 뵀지요.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이번 미국법인에서 대형 수주한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희들도 열심히 문제점을 파악하여 큰 물동량이 차질 없이 납품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 부장은 서 전무의 사무적인 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서 전무는 본사의 성 전무의 2년 입사 후배이다. 두 사람이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최근에 미국법인에서 대형 수주를 한 이후 중요한 사한은 바로 전화 통화를 해서 해결하고 있었다. 최근에 미국법인에서 1조 원 가량의 대형수주를 따내어 서 전무는 자의 반 타의 반 차기대표 자리도 넘보는 존재가 되었다. 성 전무와 서 전무 사이에는 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는 것을 오 부장은 넌지시 알고 있었다.

 

“물동량 운영이 매우 중요해서 현지에서 물류 팀장을 최근에 채용했습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 다니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친구입니다. 오 부장 물류TF와 밀착해서 협조하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미국 판매 법인에 관한 물류관련 일들은 그 친구와 상의하시면 됩니다.”

 

서 전무는 대형 물동이 움직이기 때문에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법인 나름대로 물류 팀장을 새롭게 영입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외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탓인지 나름대로 물류 운영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서 전무는 자그마한 체구이지만 뿜어 나오는 말투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성 전무와 어쩌면 잠재적인 경쟁관계라 서 전무는 겉으로는 협조하다가 오 부장 물류TF와 대립각을 세워 꼬투리 잡고 해코지를 할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 부장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지만 말을 하는 동안 서 전무의 눈이 레이저 총을 쏘듯이 오 부장을 노력보고 있는 것 같았다.

 

법인 사무실에서는 바라본 얼바인은 단독 주택이 성냥갑처럼 즐비하게 흩어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은 수풀이 우거지지 않은 민둥산처럼 보였다. 겨울이 없는 캘리포니아는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라 에어컨은 필수품이었다. 민둥산을 넘으면 꽃송이가 우거지고 시원한 바다가 열리는 딴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오 부장은 회의실에서 스티브 최를 만났다. 그는 최근에 미국 판매 법인에 채용된 물류 팀장이었다. 멜빵바지를 입고 아랫배가 조금 나와 있고 얼굴에는 윤기가 없었다.

 

“오 부장님, 스티브 최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은 최동천이라고 합니다. 그냥 최 팀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법인장님이 앞으로 물동량이 크게 움직일 것 같으니 본사 인력들과 물동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주로 물류 회사에서 창고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화주 기업으로 물류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최 팀장은 화주기업으로 이직한 것이 엄청난 축복이 된 것처럼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우며 얘기했다.

 

“최 팀장, 미국 물류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실 있나요? 저희가 물류운영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미국 내 로컬 물류운영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이 많습니다.”

 

오 부장은 미국이라는 나라자체가 광대하고 철도와 항만 그리고 육상운송에 대한 복합운송이 발달되어 있고, 특히 물류법규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 가다 물류에세이 물류소설

 

“네. 미국 물류의 일반적인 물류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합니다. 잘 아시리라고 판단하지만, 먼저 NAFTA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NAFTA는 92년 12월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정부가 조인하여 무역장벽을 없애고 물동량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협정을 말합니다. NAFTA는 물류운영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미국은 복합운송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IMC(Intermodal Marketing Company)이라는 회사는 철도운송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북미 내에 통합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IMC은 고객사 화물을 철도, 트럭, 육상운송 등 다수의 조합된 복합운송 수단을 기반으로 북미 내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서비스 업체입니다.

 

IMC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항만으로 들어온 컨테이너를 트럭 섀시(Chassis) 로딩 후 철도 운송회사 터미널(Ramp)까지 트럭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두 번째는 철송을 할 수 있도록 이단적재 형태로 컨테이너 적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최종 터미널로 들어온 컨테이너를 트럭섀시로 하차 후 목적지까지 트럭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최 팀장은 IMC라는 기업과 그들의 역할과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 가다 물류에세이 물류소설

물류부장 오달수 미국에 가다 물류에세이 물류소설

“미국 내 복합운송에 있어서 IMC 역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한국의 철송은 미국의 철송과 비교하면 규모 측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있네요. 심지어 IMC 철도 운송은 북미, 멕시코, 캐나다 국경을 전부 커버하네요.”

 

오 부장은 미국 물류에서 복합운송이 차지하는 거리와 커버리지 지역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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