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편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⑤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물류 상무
온종일 물류비 숫자만 들여다보니 눈도 침침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 부장은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를 했다.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물소리가 쭈글쭈글 소리를 내고 휘더니 채찍이 되어 몸을 패고 있었다. 석회 가루가 많이 섞여있는 수돗물은 센물이라 유리가루가 몸을 베어내는 것처럼 아팠다.
샤워를 하고 안개가 자욱한 창문을 바라보니 겨울비가 ‘가미가제 전투기 자살 특공대’가 창문을 폭격 하듯이 비바람과 같이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커튼을 내리고 고단한 몸을 침대 이불 속에 꾸겨 넣었다.
“드륵륵 드륵륵” 핸드폰 진동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 나야. 요즘에 전화도 카톡도 없네. 무슨 일 있어?”
아내 설해였다. 평소 고음의 소프라노 목소리는 차분한 톤으로 바뀌어 있었다. 중국시간은 밤 11시, 한국은 1시간 느리니까 지금은 밤 12시 늦은 시간이었다.
“아니야, 일이 많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네. 애들은 잘 있지?”
오 부장은 오늘은 녹초가 되어 기운이 없었다. 오랜만에 아내와 통화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막내가 고등학교 그만두고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싶데. 요즈음 거의 매일 나를 프라이팬 위에 참깨 볶듯이 볶아서 죽을 것 같아. 당신 생각은 뭐야?”
아내는 조심스럽게 오 부장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뭐라고? 겨우 17살, 고1인데. 학교를 그만 두고 고등학교 유학 가고 싶다는 거야?”
“막내 얘기로는 지금 부모 품에서 살다보면 어려운 것도 없고 인생이 밋밋하니까 부모 품을 떠나 해외에 살면서 인생의 비루함을 느끼면서 새로운 인생개척을 하고 싶다고.......,”
설해는 이내 말끝을 흐렸다.
“인생의 비루함을 느끼고 싶어서 해외로 유학 가고 싶다고, 염병 지랄하고 있네......,”
오 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마누라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자기야! 아들에게만 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야! 지금 애 상태는 집을 나갈 기세야! 어쨌든 17살짜리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기특하지 않아?”
설해는 은연중에 아들을 두둔하고 있었고 이미 해외에 유학을 보내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일단 알았고 당신이 유학원 통해서 한번 알아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오늘 힘든 하루야! 졸려서 그만 자야겠어.”
오 부장은 연거푸 하품을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런 씨벌, 회사에 언제 잘릴 줄 몰라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애새끼는 대학 유학도 아닌 고등학교 유학을 간다고 하고 있고 그나마 모아둔 돈 아들에게 올인하게 생겼네. 마누라는 아들을 유학 보내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먹은 것 같고. 이를 어쩌나!’
오 부장은 아들을 유학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거운 짐이 가슴에 대롱대롱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돈을 언제까지 벌어야 하는가 생각하니 성질이 났다. 카롱의 배를 타고 오늘 밤에 홀연히 이승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현실의 짐이 무거웠다. 오 부장의 온 몸은 돈으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파랗게 멍들어 가고 있었다.
어떤 시인이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 봤던 ‘나시고랭 치킨’을 보면서 지었던 시가 생각이 났다. 그 시인의 말에 따르면 시를 지은 것이 아니라 받아 적었다고 했었다.
부관참시(나시고랭 치킨의 항변)
죽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죽으면 고통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죽었는데 또 때린다
아프다
평생 어두운 곳
갇혀 살다가
어느 햇살이 쏟아지는 날
처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따스한 엄마 품속 같아
잠시 졸음에 고객을 떨구고 있는데
차가운 칼날이/바람처럼 햇살을 가르고
.......,
졸면 죽는다.
몸이 찢기어 나가고 이산가족이 아니다 이산(離散)사체(四體)다 죽었는데 깐 이마 다시 깐다 ......, 아프다 |
아침 햇살이 빠금히 두꺼운 커튼사이에 얼굴을 내밀었다. 오 부장은 기지개를 펴고 자기도 모르게 가만히 속삭였다. 오 부장은 목을 만지고 손을 내려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살아 있네.’
어제 밤 아들이 유학 가겠다는 소식이 떠올라 잠시 정신이 혼미했다.
‘역시 태양은 다시 떠오르는군!’
‘모든 수컷은 처자식을 굶기거나 죽게 될 궁지에 몰리면 발악적인 용맹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오 부장의 머릿속에서 이 말이 어느새 컴퓨터 팝업 창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김 정미 과장이 수출제반 비용 중 비용 절감이 어려운 항목을 정리했다.
▲ 김정미 과장이 정리한 수출제반 비용 항목
“부장님, 제가 2차적으로 비용절감이 어려운 수출 제반 비용을 조사했습니다. 수출 제반 비용 항목이 너무 많습니다.”
오 부장은 김 과장이 정리한 비용 항목을 천천히 훑어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수출제반 비용 항목이 22개나 되었다. 전부 다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항목이 너무 많고 상세하게 정의되어 있었다.
‘정부만 돈을 버는 구조네’
오 부장은 혼자말로 되뇌었다.
“김 과장, 지난번 얘기했던 Detention(컨테이너 지체료)과 Demurrage(선박의 초과정박에 따른 체선료)와 관련된 비용은 파악되었나요?”
“파악 했습니다. Demurrage 비용만 발생했고요. 14년과 15년에 발생한 총 이상(異常)물류비용은 18만 4780달러입니다. 조사해 보니 중국 공장 측에서 제공한 통관서류 미비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은 6만 5696달러이고 판매법인 잘못은 11만 9084달러입니다. 제 생각에는 수출자인 공장과 수입자인 당사 판매법인간의 의사전달 체계가 문제였습니다. 각각 중국과 판매법인 수입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Role &Responsibility;)을 명확히 정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김 과장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또렷하게 대답했다.
“김 과장, 명확하게 분석 했군요. 근데 최종 고객 대물 지연으로 발생한 Demurrage 비용을 왜 우리 회사에서 지불하지? 원칙적으로 인코텀스(Incoterms)상 CIP나 CIF은 고객이 부담하는 것 아닌가?”
오 부장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김 과장을 바라보았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부장님과 같은 생각으로 이상해서 내용을 더 확인해 보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판매법인은 터키인데 대금 지불 방식이 COD(Cash On Delivery)입니다. 즉, 당사 판매 법인에서 수입항인 메르신(Mersin) 항구 CY(Container Yard)에 도착한 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라고 통보를 합니다. 이 경우 고객이 판매 법인에게 대금 지불을 하는데 대금지연이 늦어짐에 따라 CY에서 제품 픽업이 늦어져 Demurrage가 발생하고 고객이 터키 법인에게 비용 대납을 요구합니다. 바이어가 대납을 하지 않을 경우 구매를 취소한다고 협박을 하거나 실제로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당사 판매 법인이 Demurrage 물류비를 부담하게 됩니다. 특히, 터키 고객들은 ‘양아치’ 근성을 가진 소규모 바이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 김정미 과장이 정리한 디머리지 비용 사례
“이런! 그러면 중국공장 귀책사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수입통관 서류 미비라고만 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파악해주세요”
오 부장은 Demurrage 비용이 물류 자체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판매법인의 상거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