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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⑩ 내부자들의 암투, ´밀어내기´가 뭐길래

by 천동암

2016년 11월 27일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⑩ 내부자들, 그들을 움직이는 것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물류가 부분만 바라볼 때 생기는 문제
각자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내부자들, 전체 최적화 아닌 부분 최적화
 
물류부장 오달수 천동암 에세이 소설 내부자 암투 일상
 
글. 천동암 박사
 
오부장이 전하는 잠깐 무역상식
 
① Incoterms F조건(운송비 미지급 인도) 
판매인인 운송비를 부담하지 않고 선적지에서 상품을 넘기는 조건. 매수인이 운송계약과 운임지급의 의무를 가지므로 매도인은 운송인 또는 운송수단에 상품을 넘길 때 상품에 대한 위험부담이 면제되어 이 시점에서의 위험부담은 매수인이 가짐. FCA(Free Carrier), FAS(Free Alongside Ship), FOB(Free on Board)가 있음.
 
② Incoterms C조건(운송비 지급 인도) 
판매자가 주운송비를 부담하고 선적지에서 상ㅁ품을 인도하는 조건. 매도인이 비용을 부담해 목적지까지 운송계약을 체결하지만 이것은 도착지 인도조건이 아니고, F조건처럼 선적지 인도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수출국의 지정장소(본선 또는 최초의 운송인)에서 상품에 대한 위험부담이 매수인에게 넘어가고 이후 발생되는 사고와 관련된 책임은 매수인이 가짐. CFR(Cost and Freight),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CPT(Carriage paid to), CIP(Carriage and insurance paid to)가 있음.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참조) 

 
오 부장은 기침을 하다가 잠을 깼다. 나이 오십 고개가 넘어가니 감기가 걸리면 오래가는 것 같았다.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4시. 갑자기 애들 얼굴과 마누라 얼굴이 서로 교차하면서 호텔창가에 어른거렸다.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고 돌아서는데 달빛이 오 부장 어깨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애들과 마누라가 내가 이렇게 외롭고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히자 달빛이 빠금히 얼굴을 내밀고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믐달이었다. 하얀 이빨만 내밀고 빙그레 웃는 그믐달은 오 부장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유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호텔 수영장 물가에 비추어진 달빛은 휘어진 바이킹 장검처럼 있다가 어느 순간 미풍이 일어나 일그러져 물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물가에 길게 드러누워 버렸다. 물가에 찡그러진 그믐달은 아마도 밝은 미소 뒤에 숨어 있는 어둠인 것처럼  사나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김 필립 차장이 해상운송 현황을 오 부장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오 부장님, 중국 공장에서 수출하는 현황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물량은 연간 2만 1531FEU인데 국제운송 비용은 물량대비 적게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김 차장, 해상운송비용 주체는 인코텀즈(Incoterms) 조건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수출국가와 C조건과 F조건을 각각 구분하시고, F조건인 경우는 해당 국가 법인에서 현지 해상운송업체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다시 파악해야 합니다. C조건은 여기 중국 공장에서 지불하는 비용이고 F조건은 현지 법인에서 지불하는 비용을 합산하여 해상운송 총 비용으로 다시 환산해야 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해상운송 구간별로 운임요율을 파악해야 합니다. 비용 정리가 되면 다시 얘기 합시다. 그리고 지금 해상운송 비딩과 관련된 문제점을 바바라 부장과 협의해서 정리해 보세요.”
 
오 부장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김 차장에게 다짐하듯이 얘기했다.
 
“잘 알겠습니다. 조금 전에 얘기하신 해상운송과 관련된 현재 비딩 문제점은 바바라 짱이 정리를 했습니다. 바바라 부장이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F와 C조건을 감안하여 물류비용을 다시 정리해서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차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총총 걸음으로 오 부장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바바라 부장이 노트북을 들고 바로 오 부장에게 왔다.
 
“바바라 부장, 현재 해상운송 비딩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요?”
 
“오 부장님, 지금 현재 해상운송 비딩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향 물동량이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F조건이라 여기 중국공장에서 해상운송업체를 선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일본 법인에게 C조건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는데 묵묵부답입니다.”
 
바바라 부장은 그 동안 일본 법인에게 쌓였던 앙금을 털어내듯이 입술을 깨물고 항변하고 있었다.
 
“바바라 부장, 일본법인에서 누가 막고 있나요?”
 
오 부장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떨렸다. 그는 금새 노기로 얼굴이 화끈 거렸다.
 
“요시다 부장입니다.”
 
바바라 부장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조심스럽게 대답하고 있었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상 에세이 중국 해상운송 비딩
 
▲ 바바라 부장이 보고한 중국공장 해상운송 비딩 현황 및 문제점
 
오 부장은 일본 법인에서 F조건을 고집하는 이유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본법인의 요시다 부장에게 전화했다.
 
“요시다 부장, 일본 법인은 왜 F조건을 고집하는 건가요? 중국공장 수출 물량 중 50% 이상이 일본 물량인데 이 수출 물량을 통합해서 C조건으로 하면 해상운송업체에 대한 구매 협상력이 높아져서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중국 공장에서 C조건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이를 수용하지 못한 이유는 중국공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일본 법인의 재고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물류비 증가뿐만 아니라 캐시플로우(Cash Flow)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요시다 부장은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요시다 부장, 지금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가네. 밀어내기 수출하고 C조건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현재 F조건으로 하고 있는 일본업체의 운송구간별 단가를 중국 공장의 TF에서 일하는 김필립 차장과 바바라 부장에게 전해 주세요. 말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국제 언어인 숫자로 얘기합시다.”
 
오 부장은 간신히 노기를 누르면서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 해상운송 김필립 소설 에세이 일상
▲ 김필립 차장이 조사한 중국발 해상운송 현황
 
한편 김 필립 차장이 중국 공장에서 수출하는 현황을 조사했다. 바바라 부장이 이야기한 대로 일본향 수출 물량이 58%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코텀즈 조건은 대부분 FOB(Free On Board) 조건였다. 오 부장은 일본 물량을 전량 C조건으로 만들고 중국공장에 해상운임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중국 공장 출하 물동량 중 42%, 8162 FEU만 가지고 협상을 하게 되면 당연히 협상력(Bargain Power)이 떨어진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요시다 부장이 얘기하는 내용은 무슨 말인가? 해상운임 협상력을 중국공장에 맡기면 밀어내기 수출로 일본법인 재고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오 부장은 이 만조 공장장을 만났다.
 
“이 만조 전무님, 일본 물량이 현재 중국 공장 수출 물량에서 58%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F조건의 해상운임을 여기 중국 공장에서 결정할 수가 없어서 해상운송업체와의 운임 협상력이 현저하게 반감되고 있습니다. C조건으로 조정하지 못한 이유가 물량 밀어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설명 좀 부탁합니다.”
 
“오 부장, 지금 말하는 것이 일본법인 얘기인가요? 여기 중국 공장 재고가 많아서 한때 물량을 일본법인 PO(Purchase Order)없이 대량으로 일본 법인으로 밀어 넣은 적이 딱 한번 있어서요. 먼저 물량을 밀어내고 사후에 PO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그 당시 C조건이라 여기 중국공장에서 흔히 말하는 밀어내기 수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일본법인의 반발이 거셌지요. 여기 공장여건이 어려워지고 재고는 늘어나고 매출 달성은 해야겠고........,”   
 
“공장과 해외법인 같은 회사끼리 재고만 이동시킨 셈이네요. 실제적인 판매인 Sell-Out은 일어나지 않고요.”
 
오 부장은 기가차서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적막감이 오 부장의 폐부를 유리조각처럼 찌르고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공장장 사무실을 나와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오 부장은 오랜만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파란 하늘은 멍이 들어 있었다. 세월이 힘이 들어 서로 핑봉치면서 각자의 실익만을 챙기는 것, 그래야만 조직에서 살아남는 것인가! 자괴감이 물밀듯이 엄습해왔다.
 
SCM은 부분 최적화에 집중하다보면 전체 최적화가 망가지고 각자 자기 이익만 추구하다보면 자칫 회사만 골병이 드는 고질병이 생기는 것인데 중국공장은 이를 망각한 것이다. 또한 일본법인이 물량 조절을 위해 F조건으로 하는 것도 너무나도 작위적인 행태였다. 중국공장과 일본법인은 시스템과 프로세스 내에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상호 불신에 의해 각자 유리한 쪽으로 발달된 경험과 의지로만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이 또한 개탄할 일이었다.
 
김 필립 차장과 바바라 짱과 회의실 탁자에 앉았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상 에세이 소설 해상운송 중국
▲ 오부장이 작성한 중국 해상운송 통합운영방안
 
“제가 작성한 중국 해상운송 통합 운영 방안입니다. 이 방향대로 추진하도록 합시다. 우선은 제가 책임지고 일본수출 물량은 전부 C조건으로 바꾸어 놓고 운임 협상할 수 있도록 토대를 수립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1개월 단위 비딩을 분기별로 바꾸어주시고 현재 비딩 참여하는 6개 업체를 14개 업체로 확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바라라 부장이 맡아서 처리해 주세요. 또한 이번 비딩에 구간별 해상운임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수출제반비용까지 포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부문은 김 필립 차장이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오 부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업무 지시를 하고 긴 한숨을 쉬었다. 일본 물량을 C조건으로 만들려면 우선 성 전무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사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또한 F조건을 C조건으로 변경해야하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본사에서 동의하고 진행할지 산 넘어 산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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