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③ SAP에서 개선점을 찾다

by 천동암

2016년 06월 04일

중국편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 ③ SAP에서 개선점을 찾다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물류담당 상무
 

용어 정리 

 

1) SAP(Systems, Applications, and Products in Data Processing) :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패키지 종류의 하나

 

2) MRP(Material Requirement Program): 컴퓨터를 이용하여 최종제품의 생산계획에 따라 그에 필요한 부품 소요량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생산관리 시스템

 

3) BOM(Bill of Materials) : 자재명세표,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물자 실제 투입량을 모아 정리한 표

 

4) Detention : 컨테이너가 CY 도착 후 반출 시까지 일정 FREE TIME 이후 선사에서 화주에게 징수하는 컨테이너 사용료

 

5) Demurrage : 수입 통관 절차를 마친후 CY 에서 컨테이너 반출하고 다시 빈 컨테이너를 CY 로 반납까지 일정 FREE TIME 이후 선사에서 화주에게 징수하는 컨테이너 사용료

 
공장 처마 끝에 비가 떨어지는 것이 마치 여인이 곡소리 하듯 처연하게 들렸다. 오 부장은 중국 양쯔 강에 배 한척 띄우고 간판에 몸을 밀어 넣고 가을 빗소리를 듣고 싶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이내 두 팔이 너무 모자라고 일엽편주에 이 마음 띄우고.......’ ‘항상 물류 보부상처럼 전 세계를 누벼야 하나!’
 
물류 개선은 지속적으로 최적화(Optimization)를 추구해야 하는데 어쩌면 매순간 코에 단내 나도록 병목화 문제(Bottle-neck)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항상 부문 최적화를 해결하는 것이 전체 프로세스 최적화로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공장 처마를 벗어나 비를 맞고 싶었다. 비를 맞으면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을 가리지 않아 오 부장의 이국 나그네 눈물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 공장 물류개선을 하지 않고 이 상태로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하면 물이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듯이 스스로 정화하여 다시 제자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물류개선을 해도 종국에는 아무것도 건지는 것 없이 그저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최적화의 마지막 종착점인 바다건너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류 보부상의 삶은 곤궁한 비둘기처럼 유영하다가 고꾸라지고 떨어져 바위에 머리를 찧고 죽을 것인가? 아니면 바위를 디딤돌 삼아 다시 솟구치면서 최적화 산맥을 누비는 독수리가 될 것인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독수리눈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는 물류혁신의 피로감에 오 부장은 몸이 지쳐가고 있었다. 해외 출장을 가면 반드시 ‘결론’을 내야만 하는 압박감이 그에게는 항상 나사처럼 단단히 조여 왔다.
 
일본 물류에서 TF했던 인력들이 중국 공장 개선TF에 드디어 합류했다. 오 부장은 성 전무에게 일본 물류개선에 참여했던 본사 김정미 과장을 보내달라고 요청 했었다. 성 전무가 중국공장 물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둘러 오 부장을 지원하기 위해 김 과장을 중국공장에 보내 준 것이었다. 김 과장은 본사 경영기획 부서 인력인데 숫자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물류 경험이 많이 없지만 프로세스 개선을 잘 이해하고 국내외 입사 동기들이 많아서 인적 네트워크도 넓어서 오 부장을 도와주는데 적임자였다. 다만 성격이 급해서 불의(不義)를 보면 상사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은 물과 불이 입술 사이에 숨어 있었다. 오 부장은 중국 공장으로 출발 전에 BCG코리아 인력의 컨설턴트에 대한 재계약을 상신 했는데 승인이 나서 나희덕 과장과 김필립 차장도 합류를 했다. 중국 공장 물류TF 드림팀(Dream Team)이 다시 꾸려진 것이었다.
 
“나 과장, SAP에 있는 마스터 자재 정보가 현실과 맞는지 자세히 점검해 보세요. MRP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내가 확인해 보니 형식적으로만 MRP를 사용하고 있고 프로세스 중간에 많은 엑셀 데이터를 다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스템이 있는데 다시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생성 한다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프로세스가 끊겨 있는 것으로 파악되네요.”
 
오 부장은 나 과장에게 SAP 상에 있는 자재코드의 마스터 정보를 점검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동안 파악한 문제점을 얘기해 주었다.
 
“오 부장님, SAP상에 자재 마스터 정보를 확인해 보니 세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마스터 상에 있는 자재규격(Cubic Measurement, Weight)과 실측한 규격 사이에 절대 값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30%이상 차이가 있었습니다. 둘째는 지난번 지적한 것처럼 MRP에서 리드타임 차이가 실제 리드타임보다 평균적으로 200% 차이가 났습니다. 셋째는 Incoming QA에서 Inspection과 QA Holding을 했는데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아 SAP에서 가용재고를 비가용 재고로 인식하는 경우와 반대로 비가용재고를 가용 재고로 인식하는 경우가 각각 자재 총재고 기준으로 평균 6.7%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나 과장은 상기된 얼굴로 조사한 내용을 차분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정말이야? 이 정도로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지는 예상을 못했네. 생각보다 시스템 마스터 정보 관리는 전혀 안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공장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나?”
 
“좋은 질문입니다. 부장님, 첫째 문제점인 마스터 상에 있는 자재규격(Cubic Measurement, Weight)과 실측한 규격 사이의 차이는 차량 적재율의 차이로 바로 직결되어 차량 적재율이 낮아지거나 혹은 과적재로 인한 차량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 공장 창고의 보관 면적 산정 시 실제 운영 면적차이로 인하여 추가 보관비를 지출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보관면적 부족으로 적시에 제품 보관을 하지 못해서 추가로 급하게 창고를 임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오 부장은 나 과장의 얘기를 차분히 듣다가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나 과장이 주장하는 논리를 뒷받침 하려면 이에 대한 케이스와 내용을 밝혀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여기 공장 사람들은 수긍하지 않을 거야!”
 
“예 잘 알겠습니다. 둘째 문제점인 MRP상 리드타임이 실제 리드타임 보다 차이가 나는 경우는 MRP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MRP는 BOM, 제품 도착일을 감안하여 생산계획을 다시 계산하여 수립하고 생산계획 플래너는 MRP 결과값을 가지고 관련 부서와 재협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하게 되면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적시에 생산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오류로 인하여 긴급발주를 하게 되고 긴급 물량을 운송하게 되면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지급하게 되는 것입니다.”
 
“잘 지적했네. 이 경우도 케이스를 발굴하고 단단히 생산운영팀을 압박하세. 세 번째 경우는 어떤 문제점이 있지?”
 
오 부장은 나 과장의 냉철한 분석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셋째 문제점은 Incoming QA에서 Inspection과 QA Holding을 했는데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아 SAP에서 가용재고를 비가용으로 인식하는 경우와 반대로 비가용재고를 가용재고로 인식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당초에 세웠던 생산계획이 틀어지는 대박 사건입니다. 아마도 지난번 문제가 된 사건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 과장, 그 사건이라는 것이 SAP상에 있는 원부자재 재고와 실물 차이가 워낙 커서 필요한 원부자재 재고가 없어 생산라인에 자원투입을 하지 못해 라인이 멈춘 원인을 말하는 것이지?”
 
오 부장은 지난번 분기탱천한 얼굴로 김태윤 생산팀장을 깨던 일이 생각이 났다.
 
“나 과장, 수고했고. 조금 전에 얘기한 각각의 문제점에 케이스를 발굴해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하네. 이 쪽 공장 사람들이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들. ‘Logistics is Science’라는 말도 있잖아.”
 
“넵. 오 부장님.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나 과장은 오 부장의 칭찬을 듣고 어깨가 으쓱해지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오 부장은 공장 물류비는 어떻게 지불되고 관리하는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김정미 과장을 불렀다.
 
“김 과장, 공장 물류비를 조사해보세요. 아마도 공장 내 물류는 인소싱(In-sourcing)하는 것이니 인력과 물류장비 등 지불내역 파악이 필요하고, 수출입 해상 물류 및 중국 내 판매 내수 물류와 관해서는 물류비 규모, 업체 선정 프로세스 및 물류비 구조와 물류업체 비용지급 내역도 함께 파 보세요.”
 
“부장님, 제가 1차적으로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수출 제반 비용을 조사했습니다.”
 
“김 과장, 내용은 알겠는데 각각의 비용을 분석하고 특히 Detention과 Demurrage 관련한 비용은 중국공장 물류를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니 이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세요.”
 
오 부장은 TF인력들의 합류 이후 팀원들이 문제점들을 발굴하는 모습을 보고 개선 전투력이 급상승했다. 오 부장의 눈은 어느새 바윗돌을 디딤돌 삼아 용솟음치는 독수리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자료= 김정미 과장이 정리한 수출 제반 비용 항목 정의)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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