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내부저항에 부딪친 혁신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⑬

by 천동암

2017년 02월 19일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⑬

 

글. 천동암 박사

 

오 부장은 공장 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밖으로 나왔다. 난통공장에 하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함박눈이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오 부장은 상념에 잠겼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리는 눈은 그의 뺨과 손등에 흘러 녹아 내렸다. 오 부장은 그의 얼굴이 뜨거운 것이 안타까웠다. 어린 눈발이 허공에서 끝없이 떨어지는데 그의 얼굴이 뜨거워, 그의 손등이 따뜻해, 눈은 흔적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허공에 흩날리는 순백의 눈은 세상의 더러움과 분리되어 있는데 땅에 떨어지면 온갖 추악한 것과 마주치면서 본래의 순진무구한 성질은 총총걸음으로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물류의 최적화라는 보이지 않는 이론은 허공에 휘날리는 눈처럼 보인다. 순수한 이론은 현실에 적용하면 다른 경우가 많았고, 물류 현장과 이론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오 부장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물류인은 고독 뿌리를 잉태하여 현장속에 깊이 스며들어 그들의 마음속에 소복이 쌓일 수 있도록 나무가 되고 산이 되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사람들이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을 깨닫는 날,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눈처럼 스러져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 부장은 내수 물류 문제점을 이만조 공장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장장님 내수 물류의 주요 이슈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는 물량이 월말에 너무 편중되어 있어서 차량운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량이 전반적으로 예측되지 않아서 고객에게 정시에 도착되지 않아 강한 클레임으로 연결되어 손해 배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째는 난통공장에서 중국 전역으로 배송하기에는 운송하는 차량풀(Pool)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거래선이 고정되지 않는 건설현장이기 때문에 적시에 차량을 배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셋째는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금년에만 발생한 추가적인 물류비는 미화로 약 7만불입니다.”

 

“중국 내륙 운송의 문제점은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군요. 상세한 분석에 감사합니다. 오 부장,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요?”

 

이만조 공장장은 안경을 내리깔고 답을 빨리 내놓으라는 어투로 말을 꺼냈다.

 

“현재 중국 내륙운송이 이루어지는 것은 대부분 B2B거래이기 때문에 영업팀의 판매계획에 있는 잠재 리스트를 참조하여 예측 물량들을 감안하여 도착 지역의 물류업체 풀(Pool)을 확보하여 물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래 장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차량운임이 차량당 운임체계로 되어 있는데 팔레트 단위로 변경이 가능하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원부자재 거래선의 물류비용으로 공장까지 배송 납품을 하고 있는데 해당 원부자재 공급업체의 출발지와 판매지역이 겹치는 장소는 조달물류와 통합하는 백홀(Back-Haul) 운송도 검토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이상(異常) 물류비는 그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서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합니다,”

사진= 오달수 부장이 정리한 중국내륙운송 운영방안

 

“오 부장님, 제시한 방안을 공장 물류팀에게 실행 하도록 제가 별도로 지시하고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달물류 연계 운송이라는 것이 현재 원부자재 납품단가 조건을 변경해서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이만조 공장장은 오 부장이 설명한 내용을 꼼꼼히 정리하면서 날카롭게 질문을 했다.

 

“예. 잘 지적하셨습니다. 현재 난통공장까지 납품하는 조건에서 내륙운송비를 분리해서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가 차이로 조정된 비용이 물류비용 예산이 되는 것이죠. 원부자재 물동량과 구간을 물류업체 비딩을 통하여 비용 절감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오 부장은 조달물류 시행 프로세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럼 조달물류비를 분리해서 여기 난통공장에서 실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물류비용이 더 소요되고 적시 공장 납품이 지연되면 누가 책임을 지죠? 본사에서는 제조원가 줄이라고 항상 난리치고 납품 책임도 여기 공장 책임이 되는데 오 부장님이 책임질 것도 아니고, 대책 방안이 있습니까?”

 

이만조 공장장은 더욱 세게 오 부장을 몰아세웠다. 납품단가를 조정하다 문제가 생기면 오 부장에게 책임전가를 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공장장님 바로 실행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납품단가에서 물류비를 분리한 비용과 아웃소싱비용을 우선적으로 비교하고 실행 여부를 판단하려고 합니다. 또한, 조달물류를 여기 공장에서 책임지고 시행해야 하는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후에 실행여부를 판단하고자 하구요.”

 

오 부장은 열정적으로 설명을 했지만 이만조 공장장은 귀담아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오 부장은 이만조 공장장 사무실을 나오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혼잣말로 되뇌었다.

 

‘혁신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껍질을 벗겨서 새롭게 하는 것인데 혁신 실행은 근본적으로 <저항>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넘어야 하는 것이 참 어렵네. 바꾸지 말고 그냥 모든 프로세스를 그대로 내버려둘까?’

 

그러나 오 부장은 물류혁신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존을 위해서 부단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명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 부장은 도덜드 진 부장과 나희덕 과장에게 주요 자재업체 조달 현황을 위치와 공장거리 중심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나희덕 과장이 조사한 자료를 보고 오 부장은 깜짝 놀랐다.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주요 원부자재 업체와 공장과의 거리는 142km~1046km이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먼 거리였다. 조달물류의 특성상 한국 공장을 기준으로 보면 30km 미만이고 30km를 넘어서 위치한 원부자재의 경우 근처에 창고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먼 거리에서 정시납입이 안되기 때문에 난통공장 원부자재 창고에 재고를 많이 두고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나희덕 과장이 오 부장에게 제출한 ‘주요자재 조달현황’

 

오 부장은 바바라 짱 부장과 깁필립 차장에게 조달물류비 부문을 분리해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차장은 우선적으로 구매팀의 협조를 받아 물대에서 납품 단가를 분리하여 총 물류비용 규모를 산정해서 오 부장에게 보고했다.

사진= 김필립 차장이 정리한 조달 물류비 검토사항

 

“오 부장님, 물류비는 미화로 약 11.8 mil(100만 달러)입니다. 10% 물류비 절감을 목표로 1.18 mil로 정해서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매팀이 물대와 납품 물류비 분리 협상하는 것은 문제는 없으나 걱정되는 것은 공장 물류팀의 비협조적인 자세입니다. 지금까지 납품 납기를 못지키면 납품업체에게 클레임을 제기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납품 물류를 공장물류팀이 하게 되면 물류책임을 그들에게 전가해서 매우 불만이 많습니다.”

 

‘이런 미치겠네. 밑에서 위에까지 조직적으로 저항을 하는구먼.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네.’

 

오 부장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나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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