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정시(定時), 정량(定量), 정소(定所)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⑭

by 천동암

2017년 04월 01일

트럭

 

글. 천동암 박사

 

이전에 공장 자재 조달물류를 수행해본 적 없었던 오 부장은 조달물류 프로세스 진행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물론 이만조 난통 공장장은 조달물류를 직접 수행하는 것을 표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물류의 책임범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 가지고 있는듯 했다.

 

현재는 공급업체 자재 픽업부터 공장 내 라인 자재투입까지가 공급업체의 책임이지만, 직접 공장에서 조달물류를 수행하게 된다면 자재 조달을 적기에 하지 못해 공장라인이 멈추는 경우 이는 공장의 책임이 된다. 공장은 혁신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조달 개념도

▲ 조달물류를 직접 수행할 경우 운영방향에 대한 To-be 개념도

 

오 부장은 고민 끝에 김동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여기 중국 난통공장에서 조달물류, 세부적으로 얘기를 하면, 공급업체가 수행하던 자재납품을 공장에서 직접 수행하고 공장자재 재고 수준과 조달물류비용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합니다. 다만 이에 공장의 반발이 심한 것 같습니다. 혹시 좋은 방안이 있으신지요?”

 

오 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어, 오 부장님, 잘 지내셨는지요? 아직도 중국 출장 중이군요. 장기 출장이시네요. 먼저 조달물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난통공장에 자재 납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재공급업체의 어떤 차량이 얼마나 공장에 들어오는지, 공장에 투입되는 차량의 운송형태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자재공급업체의 각 물류비 항목과, 납품단가 대비 물류 비율 또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차량의 운송형태를 세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자재 조달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업체의 상세한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활동(Activity)을 치사하리만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즉, 각 활동에 대한 R&R(Role & Responsibility)을 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재납품이 안 될 경우 그 책임을 정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오 부장과 통화가 끝나면 바로 메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달 서비스 범위

▲ 난통공장의 조달물류서비스 범위

 

김 대표의 대답은 전문가답게 명쾌했다. 이윽고 김 대표는 해당 장표를 바로 오 부장에게 보내왔다. 오 부장은 김 대표가 보낸 자료를 유심히 살핀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재 공급업체는 우선적으로 난통공장에서 지정한 물류 차량의 자재 상차를 하고, 그 이후에는 공장라인 자재납품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외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1과 2 사이에 무한한 소수들이 있듯이, 세부적으로 정의해야 할 항목이 너무나 많았다. 가령 자재가 정해진 시간에 준비되지 않아 자재 픽업을 못하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지, 공용기가 모자라서 제품을 픽업하지 못하면 이는 또 누구의 책임인지, 자재 상차는 협력업체 책임인지, 만약의 이유로 긴급차량을 사용한다면 이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 그 만약의 이유들을 전부 적어 책임범위를 정해야 하는 것인 지 등이었다.

 

책임 범위를 문서로 작성하더라도, 실제 운영을 할 때는 세부적인 사항을 PI(Process Innovation)에 담아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있었다. 시스템을 구현해야만, R&R에 위반되는 문제를 일으킨 상대방에게 이를 근거로 클레임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산적한 문제들이 오 부장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오 부장은 김필립 차장에게 김 대표와 얘기했던 내용을 근거로 자료를 정리하고 관련 부서와 인력들을 인터뷰하도록 했다. 우선 차량의 운영 형태를 조사하도록 했다. 오 부장은 난통공장에서 조달물류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만조 공장장이 입을 쩝쩝거리면서 반대 아닌 반대를 했던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 후 김 차장은 납품 형태를 정리해서 오 부장에게 가지고 왔다.

3가지 납품형태▲ 김 차장이 오 부장에게 보고한 난통공장 납품형태

 

“오 부장님, 우선 난통공장에 납품하는 형태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각 공급업체 중 물량이 많고 대물 자재인 경우이니다. 이때는 FTL(Full Truck Load) 차량으로 자재공급업체에서 난통공장으로 직납합니다. 이 경우는 치장공간에 자재재고를 30분 정도만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시납입을 위해서입니다. 왜냐하면 30분 이상 자재재고를 치장공간에 두게 가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라인 앞에 재고가 쌓여서 다른 자재를 임시 보관할 수가 없게 돼 조립라인이 멈추게 됩니다.

 

둘째는 중간 크기의 자재이고 이때 입고 주기는 3시간 이하입니다. 이 경우는 자재 픽업차량의 운행시간을 시내버스처럼 일정한 주기로 맞추어, 순회 차량이 자재를 픽업한 후 정시에 난통공장 라인 치장에 입고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셋째는 소물 자재입니다. 라인 치장 재고는 1일 정도입니다. 이 경우는 자재 공급업체가 원거리에 있거나, 물량이 적기 때문에 순회배송 및 창고보관을 합니다. 난통공장 근처 창고에 임시 적치해두었다가 다른 자재와 혼재해서 직납하는 형태입니다. 즉 ABC 분석관점에서 얘기를 하면 직납은 A제품이고 순회배송 직납은 B제품이고 순회배송 및 창고보관 형태는 C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차장은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조사했는지 확신에 찬 모습으로 설명했다.

 

“김 차장, 조사하고 정리하느라 고생했네. 그렇다면 지금 난통공장에서 납품하는 형태는 모두 이 세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지? 난통공장에서 이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자재 공급업체 물류비용을 조사해서 조달물류 비용의 물류 아웃소싱 재원으로 삼고 RFQ(Request for Quotation)를 만들어야겠어. 이후 해당 물류업체를 초대해서 응찰하게 하고, 물류업체가 제시한 물류비용과 비교한 후 진행 여부를 판단하면 되겠네.”

 

오 부장은 진행 방향을 설정한 것이 흐뭇해서인지 다소 들떠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조달물류 고려사항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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