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천동암 교수
중국편.
오 부장은 ‘후 보충 프로젝트’ 추진 관련 물류성과 지표를 어떤 형태로 마련해야 할지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었다. ‘후 보충의 시작점을 잡기 위해 우선 계획 단계부터 정리를 해야겠군.’ 오 부장은 나희덕 과장을 불렀다.
“나 과장, 물류 혁신을 위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행되는지를 파악하려면 물류 성과 지표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고민이네. 얘기 좀 해 봅시다.” 오 부장은 미간의 주름을 씰룩거리는 것으로 난감함을 표현했다.
“오 부장님, 저도 후 보층 프로세스 시작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현재 중국 공장에 주문이 들어가고부터 일본 판매법인의 최종고객에게 납기되기까지의 프로세스를 면밀히 분석하고, 프로세스 상 이슈가 있으면 그것은 무엇인지 파악하여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이슈가 해결되면 무엇이 바뀌고 좋아지는가 하는 점도 강조했으면 합니다.” 나 과장은 침을 튀겨가면서 말을 이어갔다.
▲ 납기확정 프로세스
“우선 제가 현재 각 단계별 납기확정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현재 납기 약속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 영업부에서 주문 오더를 내린 후 중국 공장에서 납기 확정이 되기까지 평균 20일이 소요되는데, 고객요구 납기일자 변경이 필요한 경우 납기일을 재협의하는 게 어렵습니다.
현재 일본 법인에서 주문 오더를 중국 공장에 내리면, 중국 공장은 일본 법인의 고객납기 일자도 모르고 이에 대한 관심도 없이 배에 물건을 선적 합니다. 이 경우 일본 법인은 고객 납기 일자가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납기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일본 내 재고를 과도하게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재고가 너무 적어도 문제가 생깁니다. 재고가 적으면 이는 후단 프로세스의 리드타임 관리에 영향을 끼쳐 고객 납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납기분석-개선방향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오 부장은 궁금한 듯 뿔테 안경을 추켜올리면서 나 과장에게 되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월에 확정된 S&OP의 판매계획(Sales plan)을 바탕으로 1차 주문 오더를 발행하여 주 단위 납기확정을 하고, 확정된 납기를 기반으로 DO(Delivery Order)를 발행하여 리드타임을 관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첫째, 중국 공장에 생산 계획이 미확정돼 있더라도 일본 영업부에서 예상 계획을 바탕으로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중국 공장이 일본에 가(假)납기를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고객이 요청한 고객요구 납기일자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최소 30일 전에 중국 공장이 일본 영업부에 통보해야 합니다. 셋째, 고객 사유로 고객요구 납기일자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리드타임을 고려하여 일본이 중국 공장에 Booking 전 정보를 전달하고 중국 공장은 일본으로의 해상 운송을 일단 보류하여 중국 창고 내에 제품을 보관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나 과장,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했군요.” 오 부장은 미간에 잡힌 주름살을 펴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어 자리에 배석한 김필립 차장이 후 보충 운영 평가를 위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안을 오 부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 부장님, 5개의 KPI(핵심성과지표)를 산정하였습니다. 우선 해당업무를 추진하는 법인이 자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KPI가 있고, 중국 공장 생산 법인과 일본 판매 법인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KPI가 있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씀 드리면, 중국 공장 안에서도 생산부서와 물류부서가 각각 책임을 지도록 하는 KPI도 마련했습니다.
▲ 운영 역량 평가를 위한 KPI 설계 및 결과
“김 차장, 표준 리드타임 준수율이 적용되는 구간은 어디서부터인가요?”
“구간 시작은 중국 공장의 컨테이너 상차부터입니다. 그리고 구간별 표준 리드타임을 정해서 각 구간마다 표준 리드타임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 표준 리드타임과 ‘중국 및 일본 CY(Container Yard)’의 재고 일수를 비교하면 약 16.2일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CY의 재고 일수가 과도하게 차이나는 이유는 창고 수용량(Capa) 때문입니다.
또한 창고비용을 절감해주는 ‘CY Free Time’이 전체적인 재고 증가에 영향을 끼쳐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재고를 고의적으로 항만 CY에 방치하여 재고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고객 최종 납기를 기반으로 주문운영 관리 강화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재고 감축과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차장은 두 눈을 부릅뜨고 열변을 토했다.
“김 차장, 그런데 CY Free Time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CY Free Time은 선사가 수출입 항만의 컨테이너에 일정 기간 제품을 적재하여 그 기간 동안 무료로 제품을 보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CY Free Time이란 선사가 화주의 요청에 따라 수출입 항만에 창고료 부담 없이 버퍼 재고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법인이 상시적으로 CY Free Time을 사용하여 재고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는 겁니다.”
▲ 표준 리드타임(Lead-Time) 중 CY별 Gap 분석 (표준 Lead-time vs. 일본 현황))
“그런데 김 차장, 김 차장이 말한 대로 CY Free Time 기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재고 보관을 하게 되면 보관료 부담이 절감되는 것 아닌가? 또 보관비용 절감은 오히려 칭찬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오 부장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오 부장님, 물류에서는 부분 최적화가 반드시 전체 최적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CY Free Time을 이용하여 보관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하여 불필요한 재고가 증가하면 결국 ‘재고 부진화’가 발생하고 돈이 재고로 잠겨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CY Free Time은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만 이용해야 하는데 일본 법인이 이를 상시적인 보관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김 차장은 답답한 듯 손짓을 해가면서 힘주어 얘기했다.
“이해가 가는군요. 그러니까 김 차장이 얘기한 것은 컨테이너가 CY에 머무는 재고 일수는 약 6일이면 충분한데 거기에 대략 22일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약 15일 정도 재고 일수에 차이가 생긴 것이고요.” 오 부장은 김 차장이 분석한 표준 CY Free Time과 나 과장이 제시한 후 보충에 필요한 KPI를 번갈아 살피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