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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데이터가 밝힌 구멍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4월 28일

오 부장 미국에 가다⑦

물류 아웃소싱의 맹점,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 부장 미국에 가다 물류소설 물류에세이

“오 부장님, 북미판매법인 물류현황을 파악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슈사항이 많아서 단기간 내에 부족한 부분을 정상궤도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해외 판매법인과 같이 물류비, 재고, 물류 아웃소싱업체 계약조건, 현재 물류업체 운영 이슈들을 조사했습니다. 미국의 서부와 동부 사이에 발생했던 역물류 운송사례를 우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희덕 과장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오 부장에게 말을 건넸다. 오 부장은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나 과장이 건네준 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류소설 오 부장 미국에 가다 역물류 북미 물류▲ 나희덕 과장이 보고한 미국 역물류 운송사례

 

“미국 법인의 운송비 부담 조건 발송 물량은 116.27M인데, 그중 24.8M(21%,USD 0.59M) 물량에서 서부와 동부 사이를 대륙횡단(Trans-Continent)하는 역물류 운송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동부를 횡단하는 4,800km의 장거리 운송에서 전체 운송물량의 23%에 달하는 역물류 운송이 발생했다는 데에서 제품 가격보다 물류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판매 지역별 수요예측과 거래선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내 물량에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물량을 최소화시켜야 되는데 이와는 반대입니다. 서부에서 동부로 향하는 23.7M(20%)의 물량이동이 매우 큽니다. 물량이 이동한 제품의 마진과 판매 물류비를 비교하여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이익이 얼마나 남았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나 과장은 운송비용을 분석하기 위해 연간 운송장(Invoice)을 대조하며 문제 소지가 있는 물동량은 전부 분석하여 정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역물류 이슈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LWI는 당사 모기업의 투자운영회사인데 지금 미국법인은 이 회사에게 수입대행과 물류운영을 전부 맡기고 있습니다. 수입대행은 CIF* 금액의 3%이고 물류 수수료는 물류업체가 청구한 금액의 5% 수수료를 받고 당사 판매 법인에게 청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북미 영업물량이 많지 않아서 문제가 크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운영상의 문제점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물동운영을 담당하는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운임보험료 부담조건. 수출입 지급조건의 하나로, 판매자가 화물의 선적에서 보내는 목적지까지의 모든 운임과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 과장, 현재 LWI의 업무 범위와 북미 판매법인 오더관리 담당자의 불만 사항은 뭡니까?”

 

오 부장 미국에 다가 물류소설 물류에세이 북미물류▲ LWI 물류 아웃소싱 현황

 

“북미 법인이 LWI에게 외주하는 내용은 수입화물 관리, 통관, 창고입고관리, 재고관리, 청구, 물류사 선정 운임 관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LWI는 수입대행과 인보인스를 발행하는 대행업체이지 실제로 물류 운영상의 이슈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구조는 실행 물류업체에서 청구하는 인보인스에 5% 대행 수수료를 가산하여 미국 판매 법인에게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물류비 단가를 인하하거나 비효율을 제거하여 물류비용을 낮추면 물류업체가 청구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물류효율화를 LWI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나 과장, LWI에게 아웃소싱하고 있는 범위는 이해했고 현재 주문관리 담당자들의 바닥민심은 어떤가요?”

 

물류소설 물류에세이 북미물류 오부장 미국에 가다 ▲ LCC 물류업체에 대한 불만 인터뷰

 

“북미 판매 법인에는 서부 1명, 동부 1명의 주문운영 담당자가 있습니다. 단언컨대, 주문제품의 오출고와 고객납품 운송서류 지연으로 인한 고객에 대한 물품청구 지연, 납기지연 후 미 통보로 인한 고객 클레임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LCC 담당자의 서비스 마인드에 있습니다. LCC 배차 담당자의 응대 태도와 서비스 마인드 부족으로 인해 고객 클레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LCC 출하 담당자 역시 그날 기분에 따라 응대 태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당사가 돈을 지불하고 물류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데 오히려 우리가 LCC 운영 담당자 눈치를 보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셈입니다.”

 

나 과장은 눈을 부릅뜨고 열변을 토해냈다.

 

“북미 법인의 주문운영 담당자들의 물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분기탱천이군요. 창고료에 대한 내용도 파악을 했습니까?”

 

“창고료 계산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창고료가 계산되는 기준점은 최초 입고일 기준으로 2가지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최초 제품 입고일 기준으로 매달 1일에서 15일 사이에 입고되는 팔레트 숫자별로 월창고임대(30일) 비용을 지급을 하고, 16일에서 30일에 사이에 입고되는 물량은 15일 창고료를 계산합니다. 10월에 입고된 최초 입고 물량에 대해 일자별로 상세하게 분포도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10월 14일부터 15일 사이에 입고되는 물동량이 전체 10월 입고 물동량의 86%였습니다. 판단하건데 LCC 물류업체가 수입 통관, 항구에서 내륙창고까지 입고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창고보관 비용 산정방식의 맹점을 이용하여 물류업체의 이익을 더 취하려고 입고시점을 14일부터 15일 사이로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 같습니다.”

 

북미 물류 물류소설 물류에세이 오 부장 미국에 가다 ▲ 나 과장이 정리한 일자별 창고 입고 물량 및 비용분석

 

“그럼, 보관료 산정기준을 일 단위 개념으로 바꾸는 것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했을 때 월 절감 금액이 11만 불은 되고, 연간으로는 130만 불이 절감된다는 얘기네. 이런........씨......”

 

오 부장은 분을 참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욕지거리를 할 뻔했다. 오 부장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캘리포니아의 작렬하는 햇빛이 오 부장의 노기를 더욱 자극하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주문관리 운영 직원들의 VOC(Voice of Customer)와 창고보관비용 산정방식의 맹점을 활용한 물류업체의 부도덕 행위만 보더라도 북미 판매법인의 물류문제가 빙산의 일각(一角)에 불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재고관리 운영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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