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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공유자전거’, 레드오션을 넘어라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4월 28일

공유자전거 업체가 돈을 버는 방법, 그리고 커져가는 수익화 고민

텐센트의 모바이크vs알리바바의 오포, 다음 행보는?

모바이크 오포 알리바바 텐센트 공유자전거 공유경제

 

2017년 중국은 그야말로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천국이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공유경제 열풍은 자전거, 차량 등을 넘어 우산, 충전소 등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중국 스타트업 전문매체 IT쥐즈(IT桔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투자 유치에 성공한 중국 공유경제 기업은 총 190개였고, 해당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1,160억 위안(한화 약 19조 6,724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를 받은 기업의 숫자와 금액이 가장 많았던 영역은 공유차량과 공유자전거 등 모빌리티(이동)와 관련된 영역이었다. 공유차량, 공유자전거 영역에만 각각 765억 위안(한화 약 12조 9,728억 원), 258억 위안(한화 약 4조 3,752억 원)의 투자가 유입됐다. 전체 공유경제 기반 서비스 투자액 대비 비중은 두 분야를 합쳐서 88%가 넘는다.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업체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95억 달러(10조 2,457억 원)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공유자전거 영역에선 총 23개 업체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투자액 기준 상위 10개 업체 중 5개가 공유자전거 업체(모바이크 2회, 오포 2회, 헬로바이크 1회)였다.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모바이크(Mobike, 摩拜单车)와 오포샤오황처(ofo小黄车, 이하 ‘오포’)는 모두 지난해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공유자전거 공유경제 오포 모바이크 알리바바 텐센트

 

공유자전거의 폭발적 성장

 

중국에서 자전거는 가장 보편적인 이동수단이다. 공유자전거 또한 2016년 시장에 등장한 이후 꾸준히 중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중국 교통운수부(交通运输部)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는 77개의 공유자전거 업체가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 2년 간 총 2,300만 여대의 공유자전거가 시장에 투입됐다. 공유자전거 앱 가입자 수는 약 4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운행 횟수는 170억 회, 하루 최대 사용수는 7,000만 회이다.

 

더불어 2017년 중국내 공유자전거 이용자 수는 약 2억 1,000만 명, 시장규모는 약 102억 8,000만 위안(한화 약 1조 7,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고객당 하루 평균 사용 빈도수는 1.5회, 사용시간은 약 12분이었다. 이는 추운 계절의 영향을 받아 다소 낮게 나타난 지표인데, 지난해 1분기의 경우, 하루 평균 사용 빈도는 약 3회였다.

오포 모바이크 공유자전거 공유경제 알리바바 텐센트

 

한국에 잘 알려진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로 모바이크와 오포가 있다. 두 업체 모두 얼마 전 한국진출을 발표하여, 각각 수원과 부산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두 업체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적인 공유자전거 업체로, 두 업체를 합한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대비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양사는 이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IT업체를 포함해 금융기관들의 투자를 유치했고, 또 진행 중이다. 모바이크는 텐센트 혹은 ‘텐센트파’에 속하는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연스레 텐센트파에, 오포는 반대로 알리바바 혹은 알리바바 계열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알리바바파’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두 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론칭 이후 약 2년 동안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중국 내로 한정했을 땐, 월 2,000~4,000만 명의 사용자가 두 업체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양사의 월간순사용자수(MAU)는 모바이크 2,380만 명, 오포는 2,693만 명이다. 자전거 이용 고객의 특성 상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교적 덜 추웠던 10월 기준 모바이크와 오포의 MAU는 각각 4,101만 명, 4,246만 명이었다.

 

모바이크 오포 공유경제 공유자전거 알리바바 텐센트 ▲ (2017년 말 기준)

 

모바이크는 지난 1월 새로운 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다.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업체 메이퇀뎬핑(美团点评, 이하 메이퇀)과 기존 투자사들이 10억(한화 약 1조 800억 원) 달러 규모의 금액을 투자했다. 메이퇀의 경우 2016년 이미 메이퇀 CEO 왕싱(王兴)이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시리즈C+ 투자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달 초, 메이퇀은 총 37억 달러에 모바이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27억 달러는 현금과 주식으로 지급하며 나머지는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작년 전략적 합작을 발표하며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메이퇀뎬핑의 모바일 앱에 모바이크 메뉴를 추가했다. 메이퇀뎬핑 역시 ‘텐센트파’에 속하는 업체 중 하나다. 현재 모바이크는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 플랫폼 위챗(Wechat)에도 등록된 상태다.

 

공유자전거가 돈을 버는 방법

 

공유자전거 사업은 전형적인 B2C 영역의 사업으로, 수익원은 크게 ‘보증금’, ‘사용료’, ‘광고’ 세 부문으로 나뉜다.

 

소비자가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해선 먼저 해당 공유자전거의 모바일앱에 가입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지불계좌 등으로 인증하고, 보증금을 지불한다. 중국 현지 공유자전거 업체의 보증금은 업체마다 다양하다.

 

모바이크의 경우, 중국에선 보증금이 299위안(한화 약 5만 원)인데, 한국시장에 진출한 현재 국내 보증금은 5,000원이다. 오포의 경우는 한국(1만 5,000원)과 중국(99위안, 한화 약 1만 7,000원)의 보증금이 비슷한 수준이다. 당연히 소비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업체가 가져가는 보증금도 많아진다.

 

업체는 이렇게 확보한 보증금을 기금 형태로 은행에 저금해 은행이윤에 따른 ‘금융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현지 업계에서는 양사 각각 3,000만 명의 고객이 보증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전거를 탈 때마다 지불하는 ‘사용료’도 기본적인 수익모델 중 하나다. 이 역시 보증금과 마찬가지로 진출 국가나 업체에 따라 요율이 다르다. 이 외에 광고수입도 있다. 광고수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자전거 표면에 광고를 부착함으로써 얻는 수입과 모바일앱 광고를 통해 얻는 수입이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1,000대의 자전거에 광고를 싣는 것이 한 대의 버스에 광고를 싣는 비용과 비슷한데, 보통 자전거 1대당 3마오(한화 약 50원)의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2B 영역에서 데이터 제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체의 모바일앱에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 지불수단을 입력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주행기록 데이터가 앱에 남게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오프라인 상점이나 유동인구 정보를 필요로 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피 끓는 경쟁, 30%가 망하는 시장

 

공유자전거 비즈니스는 많은 양의 자전거를 투입해야 하는, ‘자본’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자전거 가격에 대해 모바이크와 오포의 자전거는 각각 1,000위안(한화 약 17만 원), 500위안(한화 약 8만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자전거 수는 모바이크 700만대, 오포가 1,000만 대 정도다(올해 2월 기준).

 

여기에 고장이나 도난 등 자전거 손실도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모바이크와 오포의 자전거 손실률은 각각 19%, 1.5% 정도로 비교적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지난해들어 오포는 대당 100위안 정도를 투자해 스마트 자물쇠를 도입해 손실률을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2~3년 사이 중국에는 77개의 공유자전거 업체가 등장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문을 닫는 업체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77개 업체 중 20여 개가 파산했거나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시간 내 많은 업체가 등장했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심화된 것이 그 배경이다. 할인 행사, 쿠폰 등 마케팅 관련 비용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심해졌다. 투자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대형업체라고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포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가, 올해 3월 알리바바로부터 8억 6,6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포는 베이징에서만 ‘물류비’, ‘인건비’ 등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최소 매월 650만 위안(한화 약 11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전거 제작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오포는 매월 4~5억 위안(한화 약 678~848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포가 보증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미 30억 위안(한화 약 5,085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는 것이다. 업체의 운영난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고객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파산한 공유자전거 업체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해 중국 정부에 소송을 접수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국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모바이크와 오포를 포함한 전체 업체들이 보조금 지원 이벤트 등을 중단하고 사용료도 소폭 인상하면서 현재는 가격전쟁이 다소 소강된 상태다. 이후, 양사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공유자전거 오포 모바이크 공유경제 알리바바 텐센트 ▲ 한 공터에 쌓인 폐 공유자전거. 일부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전거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버리고, 새 자전거를 주문하기도 한다.(출처: ChinaIRN)

 

합종연횡의 시대로

 

모바이크와 오포는 사륜 모빌리티 플랫폼, 메신저 플랫폼 등 다양한 외부업체와 제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양사의 공유자전거 플랫폼의 ‘합병설’이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본격적인 ‘합종연횡’의 시대다.

 

모바이크는 공유자전거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GPS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륜차 영역뿐만 아니라 GPS 기술 활용도가 높은 ‘사륜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반응이다. 공유자전거는 온라인 자동차 예약 서비스 업체에게 있어서 서비스의 연장이자 단거리 이동시 보완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모바이크가 쇼우치위에처(首汽约车), 디하핀처(滴哈拼车) 등 온라인 자동차 예약 플랫폼들과 합작을 맺은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체적으로 전기자동차를 활용한 카쉐어링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모바이크와 달리 오포는 현재 GPS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 길에서 오포 자전거를 발견하고, 앱을 통해 해당 자전거의 비밀번호를 받아 풀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공유자전거를 사용하기까지의 장벽을 낮춰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특히 오포는 중국 최대 메신저인 ‘위챗’ 플랫폼 안에 들어가 있어, 반 이상의 고객이 그 안에서 비밀번호를 받아 오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포는 자사 앱 자체에 큰 기술을 투입하지 않고, 위챗이라는 ‘생활 플랫폼’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최대 공유택시 플랫폼 디디추싱이 모바이크 투자에 적극 합류하면서 ‘모바이크와 디디추싱’의 합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디디추싱*이 모바이크 투자사이자 ‘오포’의 주주라는 점이다.

*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嘀嘀打车)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快的打车)가 2015년 합병해 디디추싱이 탄생했다.

 

디디추싱은 2016년 10월 이후 오포의 지분 30%를 얻어 오포의 최대주주가 됐다. 모바이크와 합작하면서 오포의 지분을 유지하는 디디추싱의 행보는 공유자전거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모바이크와 오포의 합병설이 퍼지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지 매체는 실제 모바이크와 오포 투자자들 간에는 양사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정작 양사 운영진이 이에 반대하면서 합병은 무산됐다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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