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천동암 박사
오 부장은 중국 공장 자재창고와 완제품 창고를 거닐면서 부지런히 자재를 나르고 정리하고 있는 물류작업자들은 유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장물류 아웃소싱을 한다면 여기에 일하는 직원들을 정리하고 아웃소싱을 운영하는 물류회사에게 인력들을 전부 넘겨야 하는데 이 방법만이 최선의 방법인가? 인소싱으로 물류인력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비용절감과 인력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가? 작업자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과연 아웃소싱이 항상 올바른 접근인가? 그들의 인건비를 고정비가 아니라 Cost Per CBM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그들의 노동을 돈으로만 환산해야 하는 것인가?’
오 부장은 마음이 착잡했다. 공장창고를 지나 사무실 복도를 지나니 커다란 사진판에 직원들의 얼굴 사진이 선명하게 여러 모양으로 부조화처럼 조각되어 있었다. 커다란 사진 속 액자에 큼직한 글씨로 쓰인 문구,
"You are the future of our company"
어느 회사 복도 벽면에
수많은 직원들 사진이 걸려있다
잔뜩 멋을 낸 옷자락에
웃음 띤 얼굴
저마다 회사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 놓을 함성이 울리는 듯하다
´회사가 어렵다´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인사 부장은 떠나야 할 인원들 이름을 적어낸다
ㅇㅇ 고참 부장
ㅇㅇ 차장
ㅇㅇ 과장
어느 회사 복도에 벽면에
직원들 사진이 바래져 걸려있다
부조화처럼 걸려있는 화석위에 을씨년스럽게 외치는 슬로건
You are the Future of our company |
오 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시를 읊조리고 있었다. 무심결에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어가 되어 오 부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코에 단내 나도록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물류작업자들이 죽을 작정으로 아웃소싱을 반대하면 어찌해야 하나? 죽음보다 거룩하고 슬프고 떨리고 아픈 것은 없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도널드 진 차장이 현지 작업자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공장 물류 아웃소싱을 단계별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1차적으로 공장 내 창고운영 및 운반 장비에 대한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2차적으로 4곳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창고들을 줄이고 규모가 큰 1개 외부창고로 통합하는 일정을 수행하자는 설명이다.
오 부장은 도널드 진 차장에게 또박또박 설명을 하고 있었다...
“진 차장,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물류운영 장비는 구입년도와 잔존가액을 감안하여 물류 아웃소싱업체가 인수해서 운영하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재무팀에 확인하여 감가상각 감안하여 해당 운송장비가 장부가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해서 선정된 물류업체와 협상을 해야 합니다. 공장 내 물류 운영을 하기 위해서 자재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각 단계별로 세부적으로 쪼개어 해당 프로세스의 Tact time을 측정하고 생산 물동량을 Min/Max로 산정하여 소요 인력을 산출하세요. 산출된 소요 인력은 각 직급과 업무별로 급여 수준을 정하고 생산물동량 CBM 비(比) 총인건비(인력 숫자*인당 인건비)를 계산하면 CBM당 비용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 오달수 부장이 제시한 운영 단계별 아웃소싱 추진방안
“오 부장님, 인건비를 CBM당 비용으로 100% 변동비로 지불하게 되면 물량 변동이 큰 경우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면 물류 아웃소싱업체의 손해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문을 물류업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물류업체는 인건비는 고정으로 지급하게 되고 물류비는 변동비로 받기 때문이죠.”
도널드 진 차장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오 부장에게 질문을 했다.
“아주 훌륭한 지적이에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Min Cap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Min Cap을 50%로 하고 나머지 50%를 CBM 변동비로 진행하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물량이 감소하더라도 50% 물동량을 보장해주는 것이죠. 그리하면 물류업체는 물량에 상관없이 당초 제시한 인력숫자의 50%만큼은 고정비로 받은 셈이죠.”
“오 부장님, 방금 제시한 안은 물류업체 입장과 회사입장을 생각해서 내린 결론으로 탁월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도널드 진 차장과 김정미 과장이 작성한 RFQ 추진일정 계획안
도널드 진 차장과 김정미 과장이 아웃소싱 운영 일정과 참여업체 그리고 평가위원 등이 기재된 RFQ 추진일정계획안을 오 부장에게 내밀었다. 먼저 아웃소싱 범위는 원부자재 및 완제품 창고관리 그리고 공장과 창고간 원자재 및 완제품 운송 등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김정미 과장, 업체 선정과 GO-Live 기간이 너무 멀어진 것 아닌가요? 50일 정도인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성 전무는 빨리 아웃소싱 일정을 앞당기라고 얘기하는데.......,”
오 부장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 부장님, 저도 선정된 업체와의 Go-Live 기간이 길어서 확인했습니다. 여기 중국에서는 2월 춘절에 직원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춘절명절이 끝난 후 공장으로 다시 와서 일을 하는 비율이 42.8%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인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돌아오지 않은 자연감소인력을 감안하면 물류인력을 인위적으로 줄이면서까지 하는 아웃소싱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회사 사정상 인력을 줄이게 되면 법적으로 3개월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퇴사 비용도 줄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위험도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김정미 과장은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춘절이후에 자연감소율이 50%도 되지 않네. 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이유는 아나, 김 과장.”
“그 이유는 제가 설명 하겠습니다.”
도널드 진 차장이 나서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기 공장근로자들은 대부분 내륙지방에 사는 농민공입니다.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각각 일하고 있는 공장에서 얼마 받는지를 서로 공유합니다. 중국 사람들, 특히 농민공들은 돈을 더 받은 곳이면 이유 불문하고 이직을 합니다. 심지어 각 공장마다 고향에서 추가로 인력을 데려오면 인센티브를 더 주면서까지 인력을 타 공장에게 안 뺏기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오 부장은 그때서야 Go-Live까지 기간이 긴 것에 대해서 이해를 했다.
‘참, 각 나라마다 배워야 할 것이 많군.......,’
물류 이전에 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