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② 공장물류의 병목(Bottle Neck)을 찾아서

by 천동암

2016년 03월 29일

 
새벽안개가 살포시 오 부장의 어깨에 머물다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었다. 오 부장은 상해로 가는 8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발을 내밀고 있었다. 공항에는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비행기에 바람이 부딪히고 있었다. 비행기는 슬그머니 다가와 바람에게 속삭이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조용히 떨어져 살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비행기는 하늘을 마음껏 유영하다가 출입 게이트에 가까이 서있으면 그녀가 손을 내민 것처럼 게이트가 다정하게 다가와 안긴다.
 
바람과 비행기는 부부관계와 같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눈과 비가 섞이면 이는 치정관계로 변한다. 바람을 등지고 날아가는 비행기는 부부 사이가 좋을 때처럼 순항을 거듭하지만 눈같이 백옥 같은 피부와 육체의 권력에 집착하여 바람으로부터 얼굴을 돌리면 세차게 내리치는 그녀의 심술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비행기는 눈을 피하지 못하고 맞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눈은 비로 변해 바람과 같은 편이 되어 비바람이 된다. 세차게 내리치고 돌아서는 그 비바람에 비행기는 오열하고 있다. 처첩지전 석불반면(妻妾之戰 石佛反面- 처와 첩의 싸움엔 돌부처도 얼굴을 돌린다)이라는 말도 무색하다.
 
상해 공항에 도착하니 어느 기사가 표지판을 들고 있었다.
 
‘Mr. Daul Soo Oh´
 
손으로 휘갈긴 표지판은 촌스럽지만 오 부장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오 부장은 기사가 무엇이라고 중국말로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진작 중국어 공부를 할 걸!’ 오 부장의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생겼다.
 
기사가 몰고 온 차량은 ´´ 표시가 선명한 독일제 구식 아우디 차량이었다. 동그라미 4개는 차량바퀴 4개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 부장의 눈에는 남녀가 나란히 앉아서 서로 눈망울을 마주 보다가 얼굴을 포개는 심심상인(心心相印)이 연상되는 차량로고처럼 보였다. 40여분 차량을 타고 공장이 위치한 난통지역으로 이동 하다가 엄청나게 큰 강이 보였다.
 
‘저것이 양쯔강이구나! 역시 대국이네.’
 
삼국지에서 강물에서 해전을 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양쯔강은 바다처럼 넓고 길게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 부장은 양쯔강에 비추는 물비늘을 베게삼아 강물에 뛰어들어 유영하고 싶었다. ‘인생 뭐 있어! 우랄라!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코에 단내 나게 살아도 결국에는 인생은 ‘Dust in the Wind’가 아닌가?
 
양쯔강은 지금까지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것들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양쯔강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그냥 표류하고 닳고 깨지고 아프고 세상의 불화살에 화상을 입은 채로 꾸겨진 남루한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 부장은 상해에서 양쯔강 다리를 가로질러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난통에 있는 공장에 도착했다.
 
이만조 공장장이 오 부장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 공장장은 오 부장의 입사 선배이기 하지만 그와는 일면식이 전혀 없었다. 그는 주로 해외 공장에서만 근무를 했고 오 부장은 국내근무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 공장장은 짧게 깍은 상고머리에 천연두를 앓은 곰보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얼굴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빗금 모양으로 남아 있어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한바탕 주먹질을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의 옆에는 어떤 중국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국제운송을 담당하는 ‘바바라 짱’이었다. 양장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화장을 안 한 맨얼굴과 양장 원피스 차려입은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모습에서는 신비스럽게도 부조화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쌍꺼풀에 두툼한 입술 그리고 훤칠한 키는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신선한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영어로 자기를 소개했다. 완벽한 미국식 영어 발음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궁이 속에 빨강 장작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추운 겨울에 따듯한 아랫목처럼 오 부장을 자꾸 끌어당기고 있었다.
 
오 부장은 한국을 떠나기 전 작성해서 메일로 보낸 질문지를 이 공장장에게 내밀었다. 본사에서 난통공장물류 개선을 위해 출장 온 오달수 부장을 현지 공장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이 공장장님, 본사 지침에 따라서 현지 공장 개선을 위해 물류 TF구성을 하고자 현황 파악을 하고자 합니다. 이 내용에 따라서 본사에서 인력 투입, 기간 그리고 현지 인력 투입인력 등을 검토하고자 합니다. 제가 지난번 보내 질문지에 따른 데이터를 제공해 주십시오.”
 
오 부장은 긴장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네.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장님께서 오 부장에게 최대한 지원을 해서 공장물류가 조속하게 안정화 시키라는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 받았습니다. 오 부장이 이메일로 보내주신 데이터를 준비하라고 지시를 한 상태입니다. 바바라 짱이 오 부장의 창구가 되고 한국 통역 직원도 배치시켰습니다.”
 
이 공장장은 공장물류 때문에 생산라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태인지라 오 부장의 방문이 반갑다는 입장이었다.
 

QuestionnariesPlant Operation Planning

Logistics operating processSupply logistics- manage work-in-process - Outbound ?international shipping logistics processLogistics organization/Logistics IT system

Logistics hub : number of warehouse, area, number of people, etc

Current issues
Introduction materials should include information as below
Number of vessel frequency in a week by major customer, reason/logic of these frequencies
Inventory days
Logistics ratio by County and by product
Inventory Aging
Distributor’s stock days by country and by product
Distributor’s stock aging by country and by product
Logistics KPI ; name, formula and results
Major customer Incoterms conditions and reasons
Return ratio of major customers, Return logistics process and Scrap process and history(including reasons)
3PL : # of company, process of select\ion, assessment criteria and process, cost of logistics by company (including transportation, storage, distribution, etc)
 
오 부장은 원부자재의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파악하기로 했다.
 
전체 프로세스를 파악하여 병목(Bottleneck)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전체적인 프로세스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Plan → Do → See의 선순환 Cycle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체계화 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지난번 BCG 코리아의 김동석 대표가 일본 물류 개선 시 조언했던 판매물류 내용들과 공장물류 차이점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완제품은 고객의 수요(Make-To-Order 혹은 Make-To-Stock)에 의한 독립 수요이다. 반면에 공장물류인 원부자재 물류는 생산계획(월/주/일)에 따라 원부자재 투입량이 결정되는 종속수요이다. 완제품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하는 Make-To-Order체계로 이 시스템은 고객의 최종 납기 일자를 기준으로 역(逆)일정계획(Backward Schedule)을 세워 납기리드타임을 고려하여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생산방식이다. 반면에 Make-To-Stock은 고객의 미확정된 수요를 기반으로 과거 판매실적 및 향후 고객이 주문 가능한 Pipeline을 기반으로 생산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난통공장과 거래하는 고객 채널 분석이 필요했다.
 
오 부장은 공장과 원부자재 창고와 완제품 창고 유심히 살폈다.
 
SAP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입고→이동→적치→피킹→상차 대기→상차』 시스템으로 처리하지 않고 수기로 적어서 다시 입력하는 상태로 진행하고 있었다. SAP상에 있는 원부자재 제품 코드와 수량을 확인하고 현장 재고를 확인했다. 10번의 랜덤 샘플링을 했는데 5번이 틀렸다. 오 부장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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