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맞는 수요예측은 없다, 조금 덜 틀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
물류업체 비딩, 30% 비용절감을 위하여
<글. 천동암 박사>
난통 공장에도 낙엽이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공장건물을 휘감아 몰아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은 점심을 먹고자 걷고 있는 사람들의 옷소매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공장 안에 우뚝 서있는 나무들은 피로 껍질을 벗겨내듯 낙엽들을 털어내고 붉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폭우가 내렸다, 가을 하늘은 파란게 아니었다.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먹구름은 바람과 치정관계인 것 같다. 먹구름은 간밤에 바람의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할퀴고 싸우다 가을 하늘에 파란 멍울 자국만 남기고 스멀스멀 사라져 버렸다.
오 부장은 일본을 거쳐 다시 중국에서 수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때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가 지금 하는 일이 잘하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성 전무의 독수리 눈알을 부라리며 오 부장을 쪼는 얼굴, 매번 프로젝트할 때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급한 성질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5분 대기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일, 도대체 언제까지 항상 긴장을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오 부장은 현기증이 났다.
오 부장은 김필립 차장과 바바라 짱과 장시간 회의를 했다. 해상 통합운송 입찰 선정기준과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그리고 비용절감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바바라 부장, 현재 1개월 단위로 비딩하는 이유가 있나요? 3개월 단위의 분기별로 바꾸는 것이 문제가 있나요? 불가능한 이유가 있으면 말하세요!”
오 부장은 강경한 어조로 얘기했다.
“오 부장님, 저희가 물량을 3개월 단위로 예측을 했는데 그 물량이 나오지 않거나 혹은 특정해상 구간 라우트로 물량이 많아지면 어떻게 하나요? 해상 물류업체들이 저희를 신뢰하지 않고 다음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바바라 짱 부장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의심에 찬 어조로 얘기했다.
“바바라 부장, 어차피 물량 예측은 맞지 않는 거야. 지금 1개월 예측 물량 정확도는 각 국가별 그리고 구간별 얼마나 되나요?”
“약 48% 정도입니다.”
“1개월 단위로 하지 않고 3개월 단위로 물량예측 통합해서 하면 어떻게 될까요?”
“..........,”
바바라 짱 부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통계적으로 기간을 길게 정하고 물량을 통합하면 물량예측 정확도는 높아지는 것입니다. 바꾸어 얘기하면 일단위보다는, 주단위 그리고 월단위 총량으로 계산하면 물량 예측 정확도는 점점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오 부장은 그가 이만조 공장장에게 '중국 공장 직원들은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윗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는 습성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주고 항상 주어진 일에 대해서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났다.
장시간 토의 결과 오 부장은 1년 단위로 입찰 물류업체들을 선정하고 입찰 주기는 3개월 단위로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김필립 차장은 해상운송업체 선정기준에 대해서 설명하고 오 부장의 의견을 구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해상운임은 80%, 그리고 수출입 CY(Container Yard)에 Free Time(추가적인 비용, Detention과 Demurrage를 지불하지 않고 허용하는 기간)과 기타 부가서비스 20%를 합산하여 선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사진= 김필립 차장이 오부장에게 제출한 ‘해상운송업체 선정기준’
중국발 해상 운송 주요 구간은 총 67개 지역이고 일본 지역의 도착 항구가 25개로 가장 많았다. 성과지표 설정은 김필립 차장이 정리해서 재차 설명을 했다.
“오 부장님, 여기 설정한 KPI는 K전자 업체평가 지표를 일부 반영했고 현지 업체들이 지금까지 사고친 내용을 종합하여 예방적 차원에서 KPI를 재설정했습니다. 특히 ‘Off-Load Vessel Time(해상 물류업체가 사전에 견적을 준 해상구간 루트에 약속한 해상운임에 물량을 선적 못하거나 견적비용보다 높게 화주에게 요구하여 선적을 요구하는 건수)’은 0%로 설정했습니다. 과거 자료를 검토해 보니 선사가 운임을 갑자기 올려서 NVOCC(Non Vessel Opperating Common Carrier/포워딩업체)가 감당하지 못해 정해진 시간에 제품을 선적하지 못해서 당사 거래선으로부터 클레임을 받아 제품 가격을 할인해 주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물류업체 책임을 묻지 않고 그대로 재입찰에 참석시킨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김필립 차장은 눈에 독기를 품고 얘기하고 있었다.
“김 차장, 고생했네.”
오 부장은 김필립 차장과 바바라 짱이 정리한 내용을 요약하여 보고 자료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발 통합 해상운송 방안을 정리하여 메일로 성 전무에게 보고했다.
다름 아니라 이번 중국 통합해상 물류에서 비용 절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국발(發) F조건을 전부 C조건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거래 조건 변경을 위해서는 지원팀장인 전무님의 결제와 사장님의 최종 승인이 필요합니다. 현재 기준으로 30% 비용절감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
메일을 보내고 1시간이 지나자 성 전무 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오 부장님, 성 전무님이 지금 통화하자고 하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 부장은 점심밥을 먹다가 성 전무의 급한 성격을 아는 터라 입에 들어가 있는 음식물을 그대로 뱉어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오 부장, 메일 잘 받았고 이대로 진행 해, 그리고 너 약속한대로 30% 비용절감을 확실히 해야 해! 사장님께는 내가 설명해서 정리할게.”
성 전무는 항상 그랬듯이 할 말만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오 부장은 성 전무의 짧고 강한 명령조 말을 듣고난 후 밥맛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바바라 짱이 14개 해상물류업체에게 공문을 보내고 입찰을 시작했다. 이윽고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물류 TF인원들은 업체들이 보내온 견적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오 부장은 결과를 보고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오 부장은 결과를 보고 계산이 잘못된 것 같았다. 김정미 과장에게 계산한 내용을 다시 검수하라고 지시를 했다.
“오 부장님, 제가 다시 엑셀 원류 데이터를 다시 전부 점검했는데 숫자가 맞는데요. 이번 통합 입찰은 대박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연간 미화 오백만 불이면 대략 원화로 55억 원 이상의 엄청 큰 금액의 절감입니다.”
김정미 과장도 흥분해서 큰 소리로 얘기를 했다.
“오 부장님, 금액도 금액이지만 절감률을 보자면 일본은 85%이고 유럽외 지역은 26%입니다.
사진= 오 부장이 보고받은 입찰 결과
오 부장님이 주도적으로 일본의 F조건을 C조건으로 통합하여 중국발(發) 물량을 극대화시킨 것이 해상물류업체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대형 물량으로 업체들 간 경쟁을 강하게 유발시킨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 부장님의 직관력과 주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처리가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바바라 짱 부장도 절감금액에 놀라 TF인력들 얼굴을 번갈아 두리번거렸다. 오 부장은 담배를 피다가 하늘을 다시 쳐다보았다. 가을 하늘은 파란 멍이 아니었다. 푸른 희망을 품고 하얀 구름과 정겹게 마주보고 웃고 있었다.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