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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⑥통관 리스크(Risk)에 대비하라

by 천동암

2016년 08월 05일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⑥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 상무

 

난통 공장 마당에 빗물이 무리를 이루어 떨어진다. 하늘에 머물렀던 비는 이산가족이 되어 공중에 흩어져 있다가 땅 바닥에서 조우(遭遇)하고 있다. 떨어지는 빗소리는 반가운 마음에 목울음을 우는 것처럼 보인다.


‘인생살이도 어쩌면 빗물처럼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통해 정반합(正反合)을 이루고 순간과 순간 사이 만남에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것이 아닐까?’


오 부장은 창밖을 통해 떨어지는 빗물을 쳐다보면서 혼잣말로 되뇌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오 부장은 아내 설해로부터 가족사진, 오 부장과 아내만 찍은 사진 그리고 아이들 둘이 찍은 사진을 받았다. 오 부장은 눈에 아내와 찍은 사진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 애들이 커가면서 부부 사진은 아이들 사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오 부장은 TF 사무실에 아들과 딸 사진만 올려놓고 가끔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 본다. 생기발랄한 아이들 얼굴이 갑자기 비용 청구서로 보인다.


‘이런 젠장, 새끼들이 왜 청구서로 보이지?’


50대 중반이 다가오면서 오 부장은 초초해졌다. 시한폭탄처럼 재깍재깍 퇴직의 두려움이 바짝 조여왔다.

 

‘난통 공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어쩌면 나 같은 50대 중반의 눈물이 아닐까?’


오 부장은 급작스럽게 우울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런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김 과장, 우리 제품이 도대체 터키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통관이 지연되서 Demurrage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어떤 통관 이슈가 있는 것인지 상세하게 알아봐!”


오 부장은 이상(異常) 물류비용을 검토하다가 김정미 과장에게 나직하게 얘기했다.


“네. 부장님. 어제 터키 현지에 있는 직원 그리고 난통공장에 있는 물류팀의 바바라 짱이 같이 컨펀런스콜(Conference Call)을 했습니다. 우선 터키 통관관련 제반 법규 규정을 정리했습니다. 터키 세관은 수입자의 신용도(Risk)에 따라 수입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수입 신고 후 통관기일을 정합니다. 1) Blue - 4일, 2) Yellow - 6일, 3) Red - 10일인데, 당사는 Red에 해당됩니다. 터키 세관 법은 도착 후 45일 이상 CY 內 보관 시 제품을 터키 정부의 소유로 Forfeit(몰수 후 공개 매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당사 제품은 한국 기업이지만 원산지가 중국이기 때문에 Red에 해당되어 터키 세관 통관 시 전량 수입 검사를 진행합니다. 일반적으로 RED은 수입신고 후 통관까지 1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소한 서류 미비로 통관이 보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정미 과장은 현지 터키 상황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오 부장은 김 과장이 조사한 터키 세관 통관 관련 내용에 적잖이 만족했다.


“김 과장, 근데 CY에서 45일 이후에는 터키 세관이 제품 미통관 이유로 공매 처분하는 것 같은데, 맞아요?”


오 부장은 놀란 얼굴로 김 과장에게 되물었다.


“이 부분은 국제팀장운송 팀장인 바바라 짱이 조사를 했습니다. 바바라, 이 부분 설명 부탁해요.”


“맞습니다. 터키 세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CY에 45일 이상이 되면 공개매각을 진행합니다만, 화주의 특별한 사정으로 연장 신청을 하면 추가적으로 30일을 연장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장 재연장 신청을 하면 75일까지 CY에 보관 가능합니다.”


바바라 짱은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럼, CY에서 Demurrage 등으로 추가로 발생되는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요?”


오 부장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바바라 팀장에게 되물었다.


“추가로 발생되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조사 했습니다. 터키 주요 4개 항구(Ambarli, Evyap, Yilport, Mersin)을 산정하여 각 항구별 21일 Free Time 적용 후 발생되는 비용은 대략 10개 컨테이너 보관 시 미화로 약 1만 490달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터키 통관 이슈 문제 때문에 통관이 지연되면 Demurrage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요. 더구나 통관 수수료도 타 국가에 비해 비쌉니다.”


‘이런! 과거 80년대 대한민국 수준의 통관제도와 통관 관련 비용이군. 국가가 각종 규제를 만들어 놓고 관련 비용을 높게 청구하는 구조네. 제품이 터키에만 가면 온갖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군.’


오 부장은 과거 80년대 후반 한국에서 수출입 통관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료= 김정미 과장이 정리한 터키 수입 통관 관련자료)

 

오 부장은 불현듯 제조 공장에서 수출하는 경우 해당 판매 국가의 통관 제도와 물류 제반 환경을 잘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오 부장은 바바라 짱에게 지시했다.


“바바라! 중국에서 수출하는 주요 국가 10개를 정하세요. 이들 국가들의 수출입 통관 규제와 주의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세요. 관련 내용을 해당 팀장에게 보내시고 여기 물류팀도 같이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오 부장은 쾌활하게 대답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청바지를 타이트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쌍꺼풀에 두툼한 입술 그리고 훤칠한 키는 남방민족이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여기 중국 공장에서 수출하는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해당 국가의 통관 이슈 때문에 판매국가에서 통관 보류가 되는 경우에 사전예방 방지(Preventative Measure)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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