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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① 오달수, 중국 가다

by 천동암

2016년 03월 03일

물류부장 오달수 중국에 가다 1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 상무

 

“없는 것이 확실한거야? 지금까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

전화 수화기에 대고 성 전무는 얼굴에 핏대를 올리면서 중국 공장의 김 태윤 생산팀장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전무님, 죄송하지만 완제품 품질문제가 심각해 거기에 신경을 쓰다 보니 세밀하게 원부자재 재고부족을 미리 챙기지.....,”

 

김 팀장은 잔뜩 주눅이 들어 말끝을 흐렸다.

 

“이런 돌대가리야! 생산계획을 수립할 때 원부자재 자재점검을 하고 부족분은 다시 주문을 내리고 하는 것이 뉘들 밥쳐먹고 매일 하는 일 아니야?”

 

성 전무는 노기에 얼굴이 벌게지면서 눈에는 분노의 레이저 광선일 나올 듯이 불같이 빛났다.

 

“말씀하신대로 생산계획을 수립할 때 자원점검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SAP상에 있는 원부자재 재고와 실물이 차이가 워낙 커서 필요한 원부자재 재고가 없어 생산라인에 자원투입을 하지 못해서......., 그만 라인 멈추게 되었습니다.”

 

분기탱천한 성 전무의 목소리가 잠시 잠잠해지자 김 팀장은 사고 경위를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니들 원부자재 실물재고 조사는 언제 했어? 그리고 실물재고 조사 관련하여 정해진 원칙은 무엇이야?”

 

“성 전무님, 죄송하지만 실물재고 조사는 언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요. 그것은 재무팀에서 진행하는 하는 것이라!

 

성 전무는 중국 공장의 김 팀장과 전화상으로 감정에 섞인 대화를 하고 난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 부장을 중국으로 출장을 보내야겠군.’

 

한편 오 부장은 일본 장기 출장을 끝내고 태안 해변의 천리포 수목원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오 부장의 아내도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휴가를 떠난 한적한 곳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냥 즐거운 듯이 연신 고음의 소프라노 소리를 내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오 부장은 4인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밥을 먹고 잠을 같이 잔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지난 일본에서 장기 출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수목원은 천리포 해변을 보듬어 품고 있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서해 바다 일몰을 유심히 보면서 소멸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오 부장도 젊은 시절에는 동해의 일출은 호연지기 기상으로 희망찬 미래를 얘기하고 일몰의 허전함과 초라함에 대해서는 말을 애써 외면했었다.

 

지난번 백양사 큰 스님이 얘기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세상의 이치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인간의 삶도 태생과 소멸의 모습을 갖고 있지요. 어쩌면 한창 잘 나가는 사람이나 기업도 모두 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칭찬을 받습니다만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에는 꺾인다는 얘기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눈부신 성과는 어느 순간 어제에 내린 눈으로 인식되고 궁극적으로는 서해의 일몰처럼 스러져가는 것입니다. 강렬한 아침 햇살 보다 더 수줍고 얌전히 스러져가는 일몰이 결국에는 우리가 살다가 죽는 진혼곡이 배어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 아내의 오랜만의 생기발랄한 얼굴을 유정하게 들여다보았다.

 

오 부장도 젊은 시절에 화려한 일출과 같은 여인이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 같았다. 늙어가는 아내의 가식 없는 민얼굴, 자기 밑바닥을 서로 비추며 처연하게 꺼져가는 불꽃이 어쩌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오 부장 핸드폰 진동소리가 요란하게 지지직거렸다.

 

전화 스크린에 ‘내목잡놈( 고 있는 놈) ’ 이라는 선명한 글씨체가 보였다.

 

성 전무 전화였다. 순간적으로 오 부장은 가슴이 꿍꽝거렸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성 전무가 왜 전화를.......,’

오 부장은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오 부장, 휴가 중에 미안한데. 내일 당장 중국으로 팀 이끌고 출장가야겠다. 오늘 중국 생산라인에 갑자기 멈추었는데 씨벌! 원인이 원부자재 재고가 없다는 것이야! 말이 되냐, 사장님에게 오늘 중국 공장장인 이만조 전무가 허벌나게 깨고, 나는 김 태윤 팀장 깨고, 직원들을 깨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중국 가서 조달물류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체 프로세스 분석하고 해결해라. 요즘처럼 물류가 하이라이트 된 적이 많이 없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많아지고 있네.”

 

성 전무는 술을 한 잔 하고 집으로 가는 중에 오 부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오 부장에게 정말 미안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오 부장은 참으로 오랜만에 성 전무의 따듯한 음성을 들었던 것이었다. 명령이 아닌 청유형에 가까운 성 전무의 음성을 들으면서 오 부장은 마음속으로 믿을 수 없는 ‘충성’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일 아침에 바로 출근하여 팀들을 정비하여 출장 준비 하겠습니다. 근데 내일 바로 출장은 출근하여 상황판단을 하겠습니다.”

 

오 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화기에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알았어. 내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상황 보고 준비해. 내일 당장 중국 출장 가는 것이 어려운 것 알아! 상황이 그 만큼 심각하다는 애기야! 일본 물류 애쓴 것 알아, 중국 물류도 잘 해결해 봐”

 

성 전무는 화를 전혀 내지 않고 차분하고 온기가 서린 말투로 얘기를 했다.

 

오 부장은 통화를 끝내고 게스트 하우스 베란다 잠시 앉아 있으면서 깊은 상념에 빠졌다. 서해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파도가 앞으로가 갔다가 뒤로 물러서면서 오는 파도와 뒤로 빠지는 파도사이를 부딪히면서 소박한 포말을 연신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포말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달려왔다가 다시 앞으로 42.195 km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 선수처럼 입에서 거품을 내고 이를 악물고 다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본 물류를 겨우 끝내고 한 숨 돌린 가 싶더니 바로 중국 출장이라니.......,’

 

아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베란다로 나왔다.

 

“무슨 전화야? 이렇게 늦은 시각에!”

 

“성 전무 전화야.”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그 사람, 성 전무! 항상 당신에게 욕하는......., 근데 안 좋은 전화야!”

 

“아니야 중국공장에서 생산라인이 멈추었는데 물류 이슈가 크다는 것이야. 이 부분을 조속히 해결하라는 얘기야. 미안하지만 당신과 아이들은 내일 모레까지 여기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것이 좋겠어. 나는 내일 회사로 출근을 해서 중국 출장 준비를 해야겠네.”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 부장은 마음속으로 미안한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3개월 일본 출장에서 돌아 온지가 3일뿐이 지나지 않았는데 또 중국 출장이라고! 당신 동기들은 벌써 임원으로 해외 법인장으로 나가고 있는데, 당신은 7년째 부장이야! 해외출장도 많아 가족들과 시간 못 보내......., 오달수씨! 당신이 손을 뻗으면 항상 나와 애들이 잡히는 것 아니야!”

 

아내의 생기발랄한 목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녹슨 칼로 깨진 유리조각을 비벼 댈 때와 같은 목소리로 앙칼지게 얘기하고 있었다.

 

오 부장은 중국 공장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아내와 가족 문제 해결도 처리를 해야 하는 생각 머리가 찌근거렸다.

 

성질 급한 아내의 잔소리에 한 마디에 대꾸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연신 담배가 피어대고 천리포 바닷가 파도의 포말은 오 부장의 게거품이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호(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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