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박사 SCM 칼럼니스트
이 전무(사업본부장): 최근 고객 불만족과 출하지연이 높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 차장(수요계획팀장): 제조부서를 포함한 유관부서에서는 수요예측 데이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스케줄링 담당자는 항상 더 상세한 계획을 요구하고 있어요.
유 차장(생산팀장): 일반적인 수요예측 값들은 믿을 수 없어요. 우리가 고객납기일(Requested Delivery Date)을 맞추지 못해 납기지연은 당연합니다.
위 대화는 우리가 현업에서 흔히 접하는 ‘수요예측’과 관련된 내용이다. 기업 입장에서 예측은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제품에 직접적으로 가치를 부가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미래 수요를 완전히 예측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수요예측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왜 예측을 고민해야할까? 수요예측은 반드시 필요할까?
하기는 예측분석을 통해 성과를 이룬 사례이다.
· 50만 봉지. 롯데제과가 지난 7월 내놓은 과자 ‘도리토스 마라맛’의 첫 달 판매량이다. 유행하는 과자 맛을 분석하고 시장 수요를 예측한 덕분에 ‘대박’이 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와 실제 점포판매 실적,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마케팅 방안을 내놓는다.
<2019년 11월 21일, 한국경제신문기사 발췌>
· 미국의 Target 쇼핑몰은 구매행위 분석을 통해 고객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30%나 더 많은 판매 대상자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신생아 부모에게 유아 관련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예측 분석을 통해 매출액이 15%~30% 증가하였다.
· 미국의 Allstate 보험회사는 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특성에 근거하여 자동차 충돌 시 신체 피해 경향을 예측했다. 이를 통해 기존 상품을 개선하여 연간 4000만 달러(한화 약 472억 원)에 달하는 보험 지급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 고객 수요 분석을 통해 매출액을 증대시킨 미국 쇼핑몰 ‘Target’
필자가 업체 미팅과 컨설팅을 진행하며 경험한 바, 대다수의 기업들이 수요예측의 필요성을 갖게 되는 시점은 재고 축적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할 때다. 재고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어느 소비재 기업은 출하빈도와는 전혀 무관한 5년 전 제품까지 물류창고 내에 재고로서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악성재고는 골치 아픈 문제이며 경우에 따라 빠른 소각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재고는 수요와 공급을 동기화 시키는 중심점(Decoupling Point)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시장의 판매 동향에 맞추어 최소의 필요한 제품 재고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재고량을 예상해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수요예측이 힘든 상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수요예측 시, 과다 수요예측(Over-forecast )은 불필요한 재고로 인한 비용이 발생시키고, 이와 반대로 과소 수요예측은 Under-forecast 제품 결품 및 고객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
과거 공급자 중심(Supplier-centric)에서 현재 소비자 중심(Customer-centric)으로의 시장 변화는 소비자 니즈 Needs 의 잦은 변동으로 예측 결과의 왜곡을 일으켜 판매기회 손실을 초래한다. 최근 유통채널의 다양화로 공급망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수요예측과 수/발주 업무의 중요성이 매우 부각되고 있다.
특히, 소비재 산업의 수요는 대부분 제품이 판매되는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며 생산, 판매, 유통, 수송, 소비자로 이어지는 공급사슬의 각 단계에서 소비자의 구매변동으로 공급사슬 전체에 빈번한 수요변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잦은 수요변동은 공급사슬 전체에 걸쳐 채찍효과(Bullwhip Effect)를 발생시키는 중요원인이 된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에서 공급사슬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각 단계의 정보의 비동기성으로 인한 수요의 변동이 증가하여 각 단계의 불필요한 재고가 많아지는 현상
(출처: Fibre2Fashion)
채찍효과의 주요 원인은 수요 왜곡(Demand Distortion)이다. 유통공급망에서 소매상 → 도매상 → 제조업체의 주문현상이 실제시장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수요보다 더 큰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정확한 수요예측은 과도한 생산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끔 만들고, 이는 불필요한 재고 축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요예측의 높은 중요성에 비해 기업은 예측오차를 줄이지 못해 신뢰성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Forecasts Are Always Wrong!
예측의 주요 기본 원칙 중 하나는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예측을 소비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일기예보, 증권시장(종목)전망은 자주 빗나가기에 항상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 참고로 집필 중인 지금도 오전 기상예보에서는 오후 비를 예측하였지만, 정오를 넘기는 현재까지도 햇살만 좋다.
▲ 일기예보는 틀릴 수 있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수요예측의 일반적인 방법은 과거 데이터 혹은 관련 정보를 분석해 미래에 일어날 변화 및 결과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기정사실로부터 추론을 시작해 미래를 예측하는 논리적인 시도로서, 계획의 기초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어지는 수요계획은 통계적 분석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 브랜드 그리고 제품개발부서의 의견을 토대로 수립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요예측은 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측은 비즈니스를 최적화한다
시장에서의 판매 동향에 공급 활동을 맞추어 재고의 적정화를 도모함으로써 저비용의 공급 체제를 실현할 수 있다. 아무리 대량생산(MTS, Make-to-Stock) 또는 배치 Batch 프로세스를 통해 제품을 저비용으로 제조했더라도, 결국 팔리지 않는다면 생산비용과 재고비용 발생만 초래한다. 따라서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수요예측, 수요계획 및 이를 뒷받침하는 가정 사항(Assumptions)들을 검토 및 조정해 합의 과정을 거치는 재계획(Replanning)과 생산의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요예측과 수요계획은 아래와 같은 측면에서 유용하다.
· 판매: 제품개발, 마케팅 그리고 판매계획 및 전략 실행 시 예상되는 판매량, 매출, 경쟁 시장 전망을 검증
· 생산: 제품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운송, 납품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결정
· 재무: 매출액, 현금흐름, 총량재고 그리고 순이익을 예상
따라서 효과적인 수요예측과 수요계획은 비용, 신속성, 운영의 효율성 그리고 최소의 재고수준을 통하여 진정한 경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내부, 외부적 공급망을 최적화 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수요예측 시, 하기 사항과 관련해 합리적 의심을 하도록 하자.
1. 무엇을 예측하는가?(What): 예측하고자 하는 제품
2. 무엇을 할 것인가?(How): 예측을 위한 의사결정 및 구체적으로 계획된 행동
한편, 영업부 김과장이 최근 어렵게 계약을 맺은 신규고객으로부터 받은 발주는 수요예측/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다음 연재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