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출신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부산에 자리잡은 이유?
한국 자동차 부품 시장의 특징, '정비소 문화'부터 알자
가지각색의 자동차 부품 SKU, 공급망 관리를 위한 노하우는?
글. 신승윤 기자
1933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타이순(Tye-Soon)은 본래 차량 외에 기계 부품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종합 유통 기업이었다. 이후 기업의 성장과 함께 자동차 부품 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에 진출해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확장했다. 중국,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 한국까지 아시아지역 곳곳에 진출한 타이순은 독일 등에서 생산되는 유럽차와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일본차 부품 유통에 주력했다.
▲ 타이순(Tye-Soon) 그룹
타이순 그룹은 각국 지사를 설립하면서 철저히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맞춤 전략을 구사한다. 물론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그러하겠지만 부산 지사인 ‘세종파츠플러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지사 이름에서 아예 그룹명을 빼버릴 정도다. 이처럼 각국 소비자 정서에 맞춰 지사명을 지음은 물론 지사장 또한 현지에서 발탁하는데, 박재현 세종파츠플러스 지사장 또한 국내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타이순 그룹의 레이더망에 걸린 사례다.
박 지사장은 “수입차 부품의 국내 유통과 관련해 타이순 그룹과 협력해 일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타이순 그룹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왔고, 행선지는 호주라는 말에 가족들과 함께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한국에 새롭게 지사를 열고 싶은데 지사장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고, 이를 수락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세종파츠플러스의 ‘세종’은 여러분이 아시는 그 ‘세종’이 맞으시다. 존경심과 더불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친숙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부산에 자리잡다
2011년 10월, 타이순 그룹은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서 세종파츠플러스를 지사로 설립해 부품 유통‧물류 기반을 닦아 놓았다. 해외 기업이 본 국내 자동차 시장은 특수했다. 우수한 교통 환경과 더불어 인구대비 자동차 소비량이 굉장히 높으나, 수십 년간 자국 브랜드 중심의 소비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차 관련 규제, 가격, 국민 정서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었지만, 타이순 그룹은 향후 국내에서도 벤츠나 BMW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 박재현 세종파츠플러스 지사장
그리고 이와 같은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수입차 구매 연령대별 비중 추이를 보면 2014년 수입차를 구매한 비중은 30대가 15.5%, 40대가 11.2%였던 반면, 2018년에 들어서는 30대 21.7%, 40대 17.2지 올랐다. 30대 차량 구매자의 약 1/5 이상이 수입차를 구매한 것이다. 박 지사장은 “한국 시장은 구매력부터 교통 인프라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이에 수입차 매출이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 판단했고, 마찬가지로 수입차 부품 시장 또한 급성장할 것이 예상했다. 그리고 이 예상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 수입차 구매 연령대별 비중 추이(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그 가운데 세종파츠플러스는 부산에 터를 잡았다. 박 지사장은 “부산광역시는 무역과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수요까지 충분한 매력적인 도시”라며 “본사와 함께 물류창고를 부산에 두고 운영하면서 2012년 강남지점, 2013년 인천지점 및 인천물류창고를 열었고, 이후 광주, 대구, 전주, 분당, 강북 등 물류거점을 추가로 확보해 나갔다. 부산으로부터 시작되는 세종파츠플러스의 자동차 부품 공급망은 한국 자동차 정비‧수리 시장의 특징을 잘 반영해 관리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 시장의 특징
① 한국식 정비소 문화
한국의 정비소 문화, 차량 정비 및 수리 문화는 외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대부분의 차량 정비소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비 업무를 처리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급박하게 변화하는 시장 변화 속에서 서비스 및 매장 운영 방식에 있어 변화를 꾀하기 결코 쉽지 않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현장에 몰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매장이 향후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제약으로 다가온다. ‘메카닉’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우선은 눈앞의 생존경쟁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 영화 ‘카센타’는 정비소의 애환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세종파츠플러스는 주요 고객인 정비소에 대해 2가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는 수리가 필요할 때 반드시 부품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적시성’, 그리고 두 번째는 이렇게 공수한 부품이 추가적인 수리나 교체 없이 잘 작동한다는 품질에 대한 ‘체감성’이다.
② 적시성
정비소 입장에서 어렵게 찾아온 서비스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만큼 치명적인 일은 없다. 그러나 수입차 부품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제품이기에 수요에 맞춰 완벽하게 구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차량 수리나 부품교체는 주기적인 건 만큼이나 예측불가한 건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세종파츠플러스는 국내 수입차 판매 정보와 시즌별 부품 수요, 정비소 고객들의 요청 등 데이터를 종합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해당 재고를 자체 운영 중인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한편, 전국에 분포한 고객들에게 주문 후 24시간 내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박 지사장은 “차량 정비에 있어 ‘언제까지 되요?’란 고객의 질문에 정확히, 그리고 최대한 가까운 시일로 답변할 수 있는 것만큼 강력한 경쟁력은 없다”며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관리해야 하며, 배송을 위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수입차 부품시장에 있어 이 같은 공급망 관리의 개념은 아직까지 일반적이지 않다. 우리 회사 조차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도입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라고 답했다.
세종파츠플러스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팀은 경영관리본부의 물류책임자와 영업본부의 영업책임자, 그리고 데이터를 담당하는 스탁매니저가 한 데 어우러져 구성된다. 이들의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양대 물류창고인 부산과 인천으로 물량이 입고되면 그 즉시 전국으로 영업점으로 분배가 진행된다. 또한 부산-인천 간 정기 화물차량(월, 수, 금)을 운영해 수요 변동에 대비한 재고 관리를 진행하는 등 적시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박 지사장은 “전국 각 도시와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며 “강남의 경우 곳곳에 위치한 정비소의 다양한 주문에 맞춰 30분 안에 배송을 마쳐야 한다. 그만큼 강남지점은 민첩하면서도 정확해야 한다. 한편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부천 등은 정비소가 한 데 모여 있으면서 임대료 부담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부천지점의 운영방식 또한 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망 관리를 위해 물류와 영업이 어우러져 세부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③ 체감성
기존 수입차 부품 시장에서 체감성 개념은 부품의 품질과 연관이 깊다면, 세종파츠플러스가 추구하는 체감성은 적시성과 부품 품질을 포함한 고객의 서비스 만족 개념에 가깝다. 즉 부품 자체의 품질과 더불어 물류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까지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공급망 관리에 따라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 및 수입해 최종 배송하기(Last-mile Delivery)까지의 모든 과정이 적절히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 무수한 SKU를 가진 차량부품은 하나하나의 품질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진: DEPAULA)
박 지사장은 “우리 고객인 정비소 사장님들의 다급한 주문요청 및 배송지연 등 서비스 불만족에 대한 컴플레인은 한 마디로 ‘사납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며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각 지점 영업팀은 영업팀대로, 물류팀은 물류팀대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결국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에게 높은 만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는 없었고, 때문에 공급망 관리라는 이름아래 서로 다른 부서가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세종파츠플러스의 제품 배송 방식은 체감성이란 이름 아래 유연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실제 부산물류창고를 방문해 취재를 진행하던 중 직접 창고로 방문해 부품을 수령하는 정비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급한 부품을 구매 후 직접 수령해가기도 하는데, 이 같은 유연성은 후술할 세종파츠플러스의 창고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가지각색의 SKU, 창고관리는?
자동차 부품에는 무엇이 있나 한 번 떠올려보자. 작게는 각종 버튼이나 전구부터 크게는 유리창이나 범퍼까지 다양하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차량 내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실로 셀 수 없는 종류의 부품이 존재한다. 여기에 부품별로 제조사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물류담당자는 2000개가 넘는 가지각색의 SKU로 인해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낄 것이다. 세종파츠플러스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이 고통을 ‘바코드’를 포함한 자체 물류 시스템으로 극복해냈다.
▲ 세종파츠플러스 부산물류센터
박 지사장은 “실제 공급망 관리 및 물류업무에 미숙하던 시절, 창고란 그저 재고를 쌓아놓는 적재공간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업력이 늘어날수록 재고들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좀처럼 잡히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각종 문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부산물류센터의 모든 물품들을 꺼내 정리하고, SKU별 바코드를 지정해 데이터를 재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에만 꼬박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며, 나를 포함한 구성원 전체가 밤낮없이 작업에 나섰다. 괴로운 시간이었으나 끝내 이를 극복해냈고, 지금은 인천물류센터에도 해당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금도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라 설명했다.
▲ 센터 내 디귿 모양의 작업대를 둬 입‧출고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진 자동차 부품. 효과적인 적재를 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종파츠플러스 부산물류센터는 간결하다. 화려한 자동화 설비는 없을지언정, 각 부품별 특징과 수요에 따라 동선 및 보관공간이 최적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현장 작업자들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얼핏 봐도 막대한 물량과 SKU였으나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적립한 시스템이 0에 가까운 데이터 오차를 만들기 때문에 작업에 자신감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
SCM 발전은 소통으로부터
향후 세종파츠플러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수요가 발생하기도 전에 예측하고,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통해 주문과 동시에 배송한는 것이다. 전문팀을 꾸려 꾸준히 데이터 축적과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 물류팀과 영업팀 신입 사원 조차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지사장은 “수입차 부품 판매의 핵심은 역시 물류며,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플레이어가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고객만족을 목표로 고품질의 제품을 적시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영업을 읽어내고, 영업이 물류를 이해해야만 한다. 결국 성공적인 SCM은 부서와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직원 교육부터 전국 지점들의 직급별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기획해 실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지점 및 물류거점을 늘려 세종파츠플러스만의 독보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얼마나 직원 간 소통과 대화를 중요시하는지 세종파츠플러스는 야구, 농구 등 스포츠 관련 사내 동호회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팀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그룹 본사 차원에서 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 지사에 본사의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세종파츠플러스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개성있는 물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앞으로도 그 성장을 기대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