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커스, 가시성 찾아 패션업계 우버 꿈꾼다
글. 김정현 기자
패션 유통, 가시성을 확보하라
온라인 쇼핑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패션 소비자의 니즈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 제조사 및 유통업체는 빠른 시장 변화를 읽고 트렌드와 수요를 예측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 패션 공급사슬은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다. 글로벌 소싱이 일반화된 시대에 조달과 유통채널이 세계적으로 분산되면서 공급망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서도 공급사슬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상품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의류 제조공정
2016년 4월 출범한 영국 스타트업 파바커스(Fabacus)는 이런 니즈에 발맞춰 탄생한 업체다. 파바커스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패션 공급만 전체를 통합하고 공급사슬 전반의 데이터 ‘가시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파바커스는 패션업계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오버추어’를 제작했으며, 하나의 대시보드(Dashboard)로 다른 솔루션과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 ‘심포니’를 개발했다.
현재 파바커스는 창립 후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수십 개의 유명 패션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신생기업 파바커스의 빠른 성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앤드류 제니(Andrew Xeni) 파바커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앤드류 제니 파바커스 대표
파바커스의 탄생배경
파바커스는 8년간 패션제조 및 유통업계를 전전한 앤드류 제니(Andrew Xeni)와 레이 노페(Ray Noppé)가 공동설립한 회사이다. 제니 대표는 과거 그의 형과 함께 의류 제조사인 ‘유로프라이드(Europride)’를 설립했다. 유로프라이드는 이후 10년 이상 유럽 각지 패션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했으며, 영국, 모로코, 스리랑카 등지에는 생산공장과 염색공장 등을 설립하며 전체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후 유로프라이드는 제조업에 멈추지 않고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해 ‘바클로딩(Baaclothing.com)’과 ‘노바디스차일드(Nobodyschild.com)’라는 이름의 쇼핑몰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유로프라이드는 직원 2000명 규모의,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달러(약 1750억 원)의 연매출을 달성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제니 대표는 제조와 유통업을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 패션 공급사슬의 프로세스가 매우 복잡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런 깨달음에서부터 파바커스다 탄생했다. 파바커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패션공급사슬의 혁신을 도모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성장해가고 있다.
파바커스는 현재 두 가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이터 분석툴(Tool) ‘심포니(Symphony)’와 공급사슬 관리 소프트웨어인 ‘오버추어(Overture)’가 그것이다. 심포니는 고객사의 기존 소프트웨어와 연동하여 고객사가 데이터 추세를 분석하고 그 정보에 입각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오버추어는 기업 비즈니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라인 및 공급망 관리 솔루션이다.
심포니, 모든 솔루션을 연결한다
심포니는 ‘연결’과 ‘데이터분석’을 핵심으로 한다. 심포니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능한 실제(Living) 데이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파바커스의 설명이다. 파바커스에 따르면 영국 패션기업은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파바커스는 심포니를 통해 현재 트렌드, 판매 데이터 변화 추이, 재고 변화량 등의 최신 데이터를 기업에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로써 기업은 외부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으며, 동시에 새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됐다.
▲ 심포니 핵심
심포니의 데이터 통합 및 분석도구는 회사 규모나 산업 종류에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다. 파바커스에 따르면 심포니를 활용하는 기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민첩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심포니는 다른 소프트웨어와 ‘연결(Connectivity)’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을 수 있다. 즉 심포니는 한 기업에 설치된 여러 하드웨어,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을 연결하여 원활한 통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른바 ‘미들웨어(Middleware)’로서의 역할을 한다.
심포니 이용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에 정보를 입력하면 동시에 시스템 업로드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API 연동을 통해 자연스러운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파바커스는 이를 ‘시스템 간 통합(System-to-system Integration)’이라 부른다.
제니 대표는 “최근 유통업계의 트렌드는 단일 채널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점, 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연결하는 옴니채널이다”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옴니채널로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기 위해서는 시스템 간 통합이 중요하며, 고객은 파바커스의 심포니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버추어, 공급사슬을 린(Lean)하게
파바커스의 두 번째 솔루션 ‘오버추어(Fabacus Overture)’는 패션 브랜드부터, 유통,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상품 설계부터 배송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 관리를 지원한다. 파바커스에 따르면 오버추어는 SCM 핵심요소를 통합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개발됐다. 파바커스는 이를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플랫폼이라 부른다. PLM이란 ‘제품수명주기 관리’라는 뜻으로서, 상품 설계부터 최종생산에 이르는 전 공급사슬을 일괄적으로 관리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생산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 오버추어 핵심
오버추어가 타기업의 PLM솔루션과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패션업체’ 맞춤으로 설계되었다는 것. 실제 의류업계를 두루 겪은 제니 대표의 지휘하에 만들어진 오버추어는 신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패션유통 및 제조업에가 이용할 수 있다.
둘째는 서브스크립션 기반(Subscription-based)이라는 점. 사용자는 소프트웨어 전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오버추어 사용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접근성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본사 사용자뿐 아니라 의류 공급망 협력업체와 등의 파트너들도 합리적 가격에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데어투베어(Dare to Bare), 헌츠만(Huntsman), 밀레니엄(Millenium), 미스핏(Misfit), 렐리시(Relish), 벌브클로딩(Verve Clothing Comapny)등의 기업이 오버추어를 사용하고 있다. 파바커스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오버추어를 이용해 상품주기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즉 PLM 솔루션이 기업의 전체 공급망 프로세스의 중앙 데이터 허브(Hub)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버추어 사용자는 패션 공급망을 흐르는 각 프로세스의 진행상황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 관리, 접근(Access)할 수 있게 됐다.
제니 대표는 “오버추어 PLM을 사용할 경우 기업의 상품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제품 판매 현황 모니터링 등 모든 공급망 프로세스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상품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제품 품질이 향상되면 공급망 전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과 제품수명 주기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업계의 우버 등장하나
파바커스는 2016년 12월 영국 패션 대기업 뉴룩(New Look)의 설립자인 톰 싱(Tom Singh)으로부터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전 JP모건(JP Morgan),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 재무관이었던 니쉬 코테차(Nish Kotecha)를 CFO(Chief Financial Officer)로 영입해 1000만 파운드 상당의 모금 활동을 감독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바커스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영국, 나아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장을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파바커스 투자자인 톰 싱은 “현재 린(Lean) 생산과 빅데이터는 업계에서 유행처럼 언급되고 있다”며 “적절한 소프트웨어 사용이 제조사의 미래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톰 싱은 파바커스가 패션 유통 및 제조업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금껏 많은 의류 제조사 및 유통업체가 메모지와 엑셀에 의존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해왔다. 파바커스는 수동적이고 분산적이었던 업무를 디지털 프로세스로 대체하여 기업을 성장시키고 작업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우버(Uber)나 하일로(Hailo)가 차량 공유 어플리케이션으로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는 시대에 패션 제조 유통업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이제는 패션업계의 우버가 출현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