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희양의 헬스케어 콜드체인] 콜드체인 물류의 가시성: 온도에서 실시간 운송으로

by 김희양

2019년 10월 16일

헬스케어 콜드체인의 최대 난제, 전통적 '온도 모니터링'의 한계점

IoT,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의 등장, 향후 글로벌 트렌드는?

 

글. 김희양 콜드체인플랫폼(CCP) 대표

 

 

헬스케어 콜드체인의 최대 난제, 온도 이탈

 

최근 한 글로벌 온도 모니터 기업의 온라인 세미나에 참가했습니다. 세미나 중간 중간 즉석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는데, 무려 43%의 응답자가 콜드체인 공급사슬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온도 이탈 관리’라고 답했습니다. 온도 이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는 언제라는 질문에는 예상대로 ‘운송 중(in transit)’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외에 현지 유통(Local Distribution), 환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라스트마일(Last-mile), 창고 보관(Warehouse or Storage) 시의 온도 이탈 경험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스위스계 글로벌 온도 모니터 기업 엘프로(ELPRO)의 온라인 세미나

(https://www.elpro.com/leading-minds-network/webinars/)

 

콜드체인포장재 기업인 펠리칸바이오써멀(Pelican BioThermal)이 7월 말 발표한 ‘2019 바이오파마 콜드체인 물류 설문조사(2019 Biopharma Cold Chain Logistics Survey)’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글로벌 주요 바이오제약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온도 이탈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온도 이탈 범위는 작게는 1℃ 미만부터 심지어 12℃ 이상까지도 이탈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온도 이탈이 전혀 없었다는 답변도 27%였습니다.

 

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철두철미한 콜드체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헬스케어 콜드체인에서도 100% 온도 이탈 없이 콜드체인을 관리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성능 좋은 콜드체인 포장재를 사용해서 완벽히 포장하고, 콜드체인 전문 운송사를 활용하며, 항공사의 콜드체인 핸들링 특별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온도 이탈을 야기하는 원인은 아주 사소한 실수로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콜드체인 온도 모니터링의 한계점

 

헬스케어 콜드체인 전문 물류회사는 콜드체인 포장재와 함께 온도 모니터(Temperature Monitor)를 부가적인 서비스로 제공합니다. 콜드 체인 물량이 많은 제약사는 콜드체인 포장재와 온도 모니터를 자체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개는 물류회사가 제공하는 온도 모니터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운송 후 온도 결과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온도 모니터를 회수해야 하는데, 온도 모니터 회수 비용과 이에 소요되는 시간, 데이터 다운로드를 위한 추가적인 업무 등을 모두 감안하면 물류회사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과 업무 모두에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 콜드체인 전문 물류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제약업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검증된 온도 모니터를 선별하여 제공합니다. 회사마다 선호하는 제품에 차이가 있으나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센지테크(Sensitech)’의 템테일(Temptale)과 스위스계 글로벌 기업인 ‘엘프로(Elpro)’의 리베로(Libero)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 센지테크의 템테일 온도 모니터(www.sensitech.com)

 

▲ 엘프로의 리베로 온도 모니터(www.elpro.com)

 

전통적으로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의 운송에서 제공하는 온도 모니터링 서비스의 순서는 간단히 다음과 같습니다. 픽업 시 드라이버는 운송할 제품의 온도 범위에 맞게 세팅된 온도 모니터를 제품과 함께 콜드체인 포장재로 포장하고, 배송을 마친 후에는 온도 모니터를 회수해 오퍼레이션 팀에 전달합니다. 이후 오퍼레이션팀은 온도 모니터에 저장된 온도 결과를 다운로드 받아 고객에게 메일로 전달합니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온도 결과 리포트는 배송 전 과정에 대한 온도 히스토리 데이터를 그래프, 로데이터(Raw Data), 요약 리포트를 포함하며, 이는 PDF 파일로 제공됩니다.

(사진: www.elpro.com)

 

배송 후 온도 결과를 메일로 얼마나 빨리 제공하느냐 역시 물류회사의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온도 결과 다운로드를 위해 온도 모니터를 회수하고,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하며, 매번 온도 결과를 다운로드 받을 때마다 소프트웨어에 연결해야 하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 온도 모니터 회사는 USB 타입의 온도 모니터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격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일반적인 컴퓨터만 있다면 별도의 소프트웨어 구매 없이 바로 온도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온도 모니터 분야에서의 놀랄만한 발전이었습니다.

 

허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 즉 온도 이탈 여부를 배송이 완료된 이후에 알게 된다는 한계점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운송 중 온도 이탈에 대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저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배송 후 온도 결과를 기다립니다. 또 온도 이탈이 발생한 경우, 이 온도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온도 이탈이 발생한 경위를 찾아야 하는데, 당시 물품이 있었던 정확한 위치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온도 결과를 바탕으로 추적 조사를 통해 수집된 단서, 증언, 추측을 통한 분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IoT·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콜드체인 운송 모니터링 서비스의 등장

 

이러한 한계에 도전한 온도 모니터 기업들은 2010년을 전후로 IoT ·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온도 모니터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온도뿐 아니라 위치, 습도, 압력, 충격, 빛 감지, 도난 및 분실 방지, 배송 예정 시간 정보 등 운송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온도 모니터가 아니라 ‘지능형 운송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설정한 온도, 위치 등 기준 범위에서 이탈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거나 실제 이탈한 경우, 즉각적으로 문자 및 메일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합니다. 추측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수집된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AI 및 빅데이터 분석 툴을 이용해 공급사슬 전반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 OnAsset Intelligence SENTRY 500(www.onasset.com)

 

예를 들면 픽업된 물품은 총 10박스인데, 경유지에서 최종 목적지로 가는 항공기에 9박스만 선적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 실시간 운송 모니터링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나머지 1박스가 선적되지 않고 경유지 공항 창고에 남아있는 것을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에 미리 발견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분할 운송으로 인해 도착지에서 1박스 분실 건을 찾느라 겪어야 할 혼란과, 누락된 1박스의 운송 지연으로 인한 온도 이탈 가능성 등 잠재적인 피해 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운송 루트 또는 항공사를 변경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IoT 기반의 지능형 콜드체인 운송 모니터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단점도 있습니다. 비록 짧은 배터리 수명과 비용에 대한 부담 문제는 많이 개선되었으나, 모니터링할 수 있는 콜드체인 온도 범위에 대한 제약, 온도 오차 범위 등의 문제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의 온도 모니터 이용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IoT 기반의 지능형 콜드체인 모니터는 온도에 민감하거나 고가의 중요 물품을 운송할 경우 기존의 온도 모니터와 함께 추가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의 콜드체인 온도 이탈로 인한 글로벌 손실 금액은 연간 약 350억 달러라고 합니다. 온도 문제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손실 비용, 재발송을 위해 필요한 물류비 및 기타 제반 비용, 의약품 공급 지연에 따라 임상시험 지연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 온도 이탈에 대한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 온도 이탈로 인한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바이오 의약품,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등의 제약 트렌드로 콜드체인 물류에서의 가시성 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항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콜드체인 온도 모니터링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전통적인 온도 모니터 제조 판매 기업들도 IoT · 클라우드 기반의 운송 모니터링 솔루션 및 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중입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지능형 운송 모니터링 기업 ‘컨가드(Contguard)’는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 컨가드의 운송 모니터링 솔루션

 

앞서가는 글로벌 제약회사 및 물류회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실시간 운송 모니터링 파트너 기업들과 협업을 시작하여, 나날이 복잡해지는 바이오 제약 공급사슬과 더욱 까다로워질 콜드체인 의약품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의 빅데이터 확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은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김희양

글로벌 특송기업 TNT에서 임상시험과 제약물류 서비스를 담당했고, 월드쿠리어에서는 제약(의약품)부문 영업을 담당했다. 마켄(Marken)의 첫 한국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콜드체인플랫폼 대표로 제약 콜드체인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인하대학교 국제통상물류전문대학원에서 물류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급사슬 관점의 임상시험 물류 솔루션에 관한 연구’와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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