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임예리의 물류찾아삼만리] 공로운송론 (feat. 한국교통연구원)

by 임예리 기자

2016년 11월 19일

임예리의 물류찾아삼만리① 공로운송론(feat. 한국교통연구원)

공로운송의 법적정의, 택배도 화물운송인가요?

공로운송의 오랜 화두, 지입, 지입하는데 지입이 대체 뭔가요?

 

물류찾아삼만리공로운송론교통연구원

글. 임예리 기자 / 편집. 엄지용 기자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는데, 왜 아이템은 못찾아오나 (편집자주)

 때는 11월 초, 편집회의. 그 날도 기자들은 아이템 발제에 대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쏟아냈다. 왜 그럴까.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는 우리 매체의 모토고, 그렇기에 "하고 싶은 것은 아무거나 가져와 봐라"가 필자의 편집방향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을 물류관점으로 쓴다면 아이템은 어디에든 굴러다니지 않겠느냐가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더라. 여타 물류를 전공한 CLO 기자들과 달리 우리의 신입기자는 물류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었다. ´물류관점´이라는 게 없는데 어떻게 물류로 글을 쓸 수 있겠나. 편집자의 실책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기자 좋은 게 뭔가. 쟁쟁한 학계 인사들로부터 무료 과외가 가능하다. 과거 학창시절 필자는 80명 이상의 학생이 우글거리는 교실에서 한 명의 교수님께 수업을 들었다. 당연히 개인간 소통은 어렵다. 그런데 기자는 최소한 간담회가 아니라면 1:1 인터뷰가 원칙이다. 심지어 3:1, 4:1로 오시는 분들도 흔하다.(여기서 1은 기자다) 그래서 보냈다. 학계의 인사들을 찾아가서 "해당 분야에 대한 개론형식의 가르침을 달라"고 요청하라 지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것을 물류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마찬가지로 물류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 쉽게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필자도 물류학을 4년 배웠지만, 몇 가지 기초적인 정의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이럴 때는 부끄러운 마음에 조금은 아는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술렁술렁 넘어가고 나중에 개념을 열심히 찾아본다.) 학창시절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술을 많이 먹어 알콜성 치매가 왔던 탓일까.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필자 또한 신입기자의 글을 통해 무엇인가 배워보고자 한다.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는데, 왜 아이템을 못찾을까 (필자주) 

 CLO에 정식으로 입사한지 2개월. 취재를 하면 할수록 물류가 얼마나 많은 산업 영역과 연결될 수 있는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타나는지 하루하루 느끼는 중이다. 처음 선배는 "하고 싶은 것을 가지고 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이게 우리 매체에 써도 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넘치는 게임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고 발제했다가 까이기도 했다. (위에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다 가져와봐라는 이야기 중 ´아무거나´는 뻥인 것 같다.) 어찌됐든 물류는 참 어렵다. 어디에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도무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본연재를 시작했다. 최근 CLO 구독자 중에서도 이상하게 물류산업에 속하지 않은 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얼마전에는 왜 SCM의 의미를 풀어주지 않느냐는 독자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래. 이거다. 세상에는 필자처럼 물류는 잘 모르지만 물류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꽤나 많을 수 있다. 복잡해 보이는 물류 이야기를 조금은 쉽게, 어차피 필자도 잘 모르는 마당에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연재를 시작한다. 업계 고수분들의 신랄한 첨언은 언제든 달게 받도록 하겠다.

 


물품이 흐르기 위해서는 운송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운송수단은 크게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으로 나뉘고, 그 중 육상운송은 다시 도로(공로)운송과 철도운송으로 나뉩니다. 연재의 첫 시작에서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이태형 연구위원과 함께 도로(공로)운송에 대해 이야기 해봤습니다.

 

택배도 화물운송인가요?  

 

일반적으로 공로(도로)를 이용한 화물자동차운송(이하 ‘화물운송’)이라고 하면, 컨테이너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큰 트럭이 먼저 생각납니다. ‘화물’의 정의는 ‘운반할 수 있는 물품의 통칭’인데, 그렇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택배도 과연 화물운송에 속할까요?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의 운수사업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화물자동차 운송가맹사업´으로 나뉩니다. 이 중 운송가맹사업은 운송주선사업의 확대 개념이기 때문에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운송사업과 운송주선사업이 주축을 이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송사업은 다시 업종별로 ´일반화물운송사업´, ´개별화물운송사업´, ´용달화물운송사업´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일반은 톤급의 구분 없이 일정대수 이상의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운송을 하는 사업이고, 개별은 1톤 초과, 5톤 미만의 화물차 1대를 사용하는 개인사업자를 가리킵니다. 용달은 1톤 이하인 소형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운송을 하는 사업입니다.  

 

운송주선사업의 경우, 순수한 운송주선사라면 화주와 화물차주 사이의 중개자이므로, 차량을 보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운송과 주선을 겸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화주로부터 물건을 받아 자사가 보유한 화물차를 이용해 운송하기도 하고, 그 화물을 처리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정보망´이라 불리는 네트워크에 올려 다른 주선사 및 운송사에게 넘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는 가장 친숙한 운송사업인 ´택배´의 경우 위에 나열된 세 업종에 모두 포함되는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택배의 경우, 일반 화물차로는 간선수송을 하고, 개별이나 용달차로는 집배송이나 라스트마일 배송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택배는 운송사업이지만, 운송사업의 업종 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7개의 택배업체는 현재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택배 같은 사업을 하는데 서로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특송업체´나 ´우체국´, 또 ´쿠팡´과 같은 사업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참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택배업체들은 그들의 업을 규정하는 ´택배법´을 오래전부터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태형 연구위원은 “택배업의 특수성, 택배차량의 증차 필요성 등을 이유로 택배제도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있다”며 “이와 함께 제도화 과정에서 생기는 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과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쏭달쏭한 제도, 지입제란? 

 

위에서 택배업은 모든 운송사업에 걸쳐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개별운송사업은 1대의 화물차를 가진 개인사업자이고, 택배업체는 다수의 택배차량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건에 안 맞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택배업을 개별운송사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화물차노란색번호판

▲ 시내에 주차된 한 택배차량. 화물차 번호판은 하얀색인 일반자가용 번호판과 달리 노란색이다. 

 

이는 모든 택배차량이 택배업체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택배업체는 택배차량을 직접 구매·관리하고 직원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지입차주와 지입계약을 맺고 택배차량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국내 화물운송 시장을 이야기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지입제입니다. 검색창에 지입제를 입력하면 ‘운수 회사에 개인 소유의 차량을 등록하여 거기에서 일감을 받아 일을 한 후 보수를 지급 받는 제도’라는 결과가 나오는데요. 무슨 의미일까요? 

 

위·수탁관리제도라고도 불리는 지입제는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 택시사업자가 되려면 일정 대수 이상의 택시차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해 택시차량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택시회사가 개인택시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택시회사의 명의로 차량을 등록한 것이 그 원류라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지입제도 위와 비슷합니다. 1대 사업자인 차주는 영업력이 부족합니다. 이 때 운송·운송주선업체에 화물차를 등록하여 지입료를 지불하고 물량을 확보합니다. 결국 차량의 실소유주는 개인차주지만, 운송업체가 가진 번호판을 부여받아 화물운송을 하는 것이므로 화물차의 명의는 운송·운송주선업체의 것이 됩니다. 

 

지입차주는 지입 계약을 맺은 업체에 ‘고용’된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지입 계약을 맺는 업체뿐 아니라 개인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다른 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운송·운송주선업체는 차량을 직접 보유, 관리하지 않아도 운송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입제는 기본적으로 공생을 위한 제도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입제를 악용하는 악덕 업체들도 생겨났습니다.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기존 사업자가 차주의 동의 없이 업체를 양도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번호판을 수거하거나, 높은 지입료를 받는 등의 사례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입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됐고, 이를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화물연대입니다. 화물연대는 2003년 이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업체들로 인해 지입차주의 피해가 극심하다며 지입제 폐지와 함께 화물차 등록실명제 시행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한 번에 폐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40조 1조항에 있는 ‘차량을 현물출자한 사람에게 운송사업의 경영을 위탁’한다는 내용이 바로 지입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바뀔 법안, 육상운송 시스템 바뀌나

 

지난 8월 30일, 국토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운송사업의 업종은 기존 일반/개별/용달의 구분체계에서 개인/일반으로 바뀌게 됩니다, 또한, 여기에는 지입차주와 영세 사업자 지원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문제는 화물운송에 관련한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자영업자와 같은 지입차주의 정체성이 명확하기 않아 노동자로서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체 화물운송시장을 이야기 할 때 하나의 이해주체의 입장에서만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전체 시장의 효율성, 즉 시스템 최적화(System Optimization)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 연구원은 “이 영역은 국토교통부뿐만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 간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화주, 차주, 중개업체와 같은 업계 주체들을 포함한 사회적인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연재>

① 공로운송론 (feat. 한국교통연구원)

② 해상운송론 (feat. 성결대학교)

③ 항공운송론 (feat. 한국항공대학교)

④ 철도운송론 (feat. 상해교통대학교)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