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또 반품… 무료배송의 감동
글. 이혜림 인턴기자 | 김철민 기자
자포스는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2010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에서 15위를 차지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 거래 회사인 아마존(amazon.com)에 12억 달러에 인수가 되어 세계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세스 고딘은 아마존의 온라인 신발 판매회사인 자포스(Zapps) 인수에 대해 “아마존이 12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자포스를 인수한 것은‘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골리앗 아마존이 다윗 자포스에게 한 수 배우고자 고개를 조아렸다는 말이다.
아마존은 왜 자포스를 인수했을까?
혜성처럼 등장해 전 세계의 경영진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 자포스. 과연 어떤 점이 이 기업을 전 세계 경영인들과 구직자들의 주목을 동시에 받게 만든 것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고객감동’과‘직원감동’으로 압축된다. 이에 앞서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자포스의 기업문화는 10가지 핵심가치로부터 시작된다. 핵심가치란 기업의 문화, 브랜드 그리고 경영전략을 포괄한 개념을 말하는데, 자포스는 회사의 방침을 결정할 때나 매일 각각의 직원이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핵심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한다. 채용, 트레이닝, 업무평가, 상여, 이벤트도 모두 이 10가지에서 시작된다.
1. 고객 감동 서비스를 실천한다.
2. 변화를 수용하고 주도한다.
3. 재미와 약간의 괴팍함을 추구하자
4. 모험심과 창의성,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자.
5.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자.
6.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만들자.
7. 확고한 팀워크와 가족애를 갖자.
8.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자.
9. 열정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하자.
10. 늘 겸손하자.
자포스의 기업 문화는 회사의 구성원인 직원이 만드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포스는 직원들로 하여금 10가지 핵심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객감동 프로젝트
‘기업의 목표를 네 글자로 답하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자. 보통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이윤창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자포니언(Zapponian, 자포스 직원을 일컫는 말)의 대답은 다르다. 바로‘고객만족’이다. 자포스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핵심가치의 바로‘고객 감동 서비스’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포스는 이를 10대 핵심가치 중 맨 처음에 배치함으로써 모든 일의 기준 잣대를‘고객감동’에 두
고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풀가동 물류센터 켄터키 주 루이빌 시에 있는 자포스 물류센터의 면적은 약 7만 평에 달한다. 미국 풋볼 필드 약 17개가 들어갈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다. 하지만 그 광대한 물류센터의 끝에서부터 상품을 포장하는 구역까지 거의 5분 만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컨베이어 시스템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가동되고 있다. 그래서 주문부터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1시간 이내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밤 11시에 주문받은 물건이 다음 날 고객의 손에 전해질 수 있다. 미국이라는 광대한 나라에서 늦은 밤 주문한 상품이 바로 다음날 도착한다는 것은 정말 경이적인 일이다. 이런 경험을 한 고객은 그 놀라운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포스의 입소문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구축된 월등히 높은 고객 충성도는 이런 이유로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사이트, 빛의 속도로 열려라
사이트의 효율성 또한 놀랍다. 자포스는 사이트 접속에 걸리는 시간이 미국 온라인 사이트 가운데 가장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고객들은 자신이 클릭한 상품을 빨리 보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즉, 빠른 속도로 페이지가 이동하길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핑몰은 팝업 창과 배너광고, 너무 많은 상품 사진 때문에 페이지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자포스는 움직이는 배너, 불필요한 상품 사진 등 페이지 이동 속도를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려 노력해 왔다(이는 깨끗한 첫 화면으로 접근 속도를 최적화한 구글과동일한 전략 선상에 있다). 다른 사이트에 비해 밋밋한 느낌을 주고 번쩍이는 광고도 없지만, 원하는 제품을 클릭하면 재빨리 이동하고 그 안에서 상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로딩시간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포스의 이러한 결단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컨택센터, 고객의 입장에서 해결하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심어린 컨택센터의 힘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려 한다. 너무 마음에 드는 신발이라며 주문전화를 걸어온 고객이 있다. 하지만 품절된 상태이며, 주문 제작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당신이 직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1번) 품절이며 주문제작도 불가함을 알려주고 자사의 다른 제품을 권유한다.
2번) 경쟁 사이트를 검색해서 그 상품이 어느 사이트에서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알려준다.
실제로 자포니언은 2번을 선택했고, 그 고객은 이후 자포스의 열혈팬이 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한 옷을 반품하거나, 택배를 이용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본 경험이 꽤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콜센터 직원들은 회사의 입장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닌 엉뚱한 상품을 보내놓고, 먼저 반품하지 않으면 교환상품을 보내줄 수 없다는 회사의 규칙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하
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의 정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면서말이다. 이처럼 유통업에서 말하는 서비스는 물건을 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덤과 같은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물건을 파는 것이 본업이고 서비스는 부수적인것, 미미한 부가 가치를 만드는 것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자포스는 다르다. 자포스는 항상 회사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자포스가 진짜 팔고자 하는 것은‘고객의 감동 체험’인데, 그 이유는 순간의 이익을 올리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같은 시간 내에 많은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고객 한 명당 최장 응대시간을 제한해 두고 있는데, 자포스에서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포스는 콜센터 직원에게 고객이 서비스에 충분히 만족하고‘와우!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라고 진심으로 외치기 전까지는 전화 한 통에 몇 시간이고 투자하도록 장려한다. 실제로 고객과 6시간이나 통화한 직원도 있다고. 이는 자포스가 보통의 기업
처럼 상품 판매만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무료배송’,‘ 주문 이후 24시간 이내
수령’,‘ 마음에 들때까지 무료 반품가능’,‘ 궁금증이 깨끗하게 해결될때까지 전화통화 가능’등등. 이러한 파격적인 서비스에 감동하지 않을 고객이 있을까? 실제로 자포스의 매력에 흠뻑 빠진한 고객은 자포스의 컨텍센터에 전화하여 왜 다른 기업들은 자포스처럼 운영되지 않는지에 대해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고객에 대한 상담 또한 친절하게 이루어 졌다고 하니, 고객감동을 위한 자포스의 노력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원감동 프로젝트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무참히 깨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과대 포장된 광고가 아님에도 기업이 광고를 통해 만든 이미지와 고객이 경험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면, 그 이유의 대부분은‘직원’에서 찾을 수 있다.
“친절한 A/S를 약속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선택한 매장에서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모습으로 고객을 대하는 직원을 발견한 경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직원만을 탓할 수는 없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의 개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고 싶다면, 고객으로 하여금‘마음에서 우러나는 감동’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이런 감동을 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현장에
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직원에게 달려있다. 즉, 고객감동은 직원감동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10인 10색,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다
이러한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있는 자포스의 직원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보통의 기업과 다르게 자포스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지원자 모두에게 직접 회사 투어를 시켜준다.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게해 주기 위함이다. 지원자들은 옷, 염색, 피어싱 등 자신의 개성을 아낌없이 뽐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개성 존중이란 이러한 외형적인 자기 치장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자포스에는 고객 응대 매뉴얼이라던지 정해진 멘트가 없다.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또 해도 된다는 것이 자포니언들의 기본 마음가짐이다. 어머니의 신발을 주문했다가 어머니가 사고로 더 이상 신발이 필요하지 않게 되어 반품신청을 한 고객에게 위로의 꽃다발과 카드를 보내 준 유명한 예가 있다. 반품고객에게 다음날 꽃이나 카드를 보내주는 것이 자포스의‘서비스 정책’은 아니다. 이는 단지 컨택센터의 직원이 고
객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다는 인간적인 배려와 판단에 따라 꽃과 카드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자포스에서는, 고객과 평생 이어갈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삼여에 입각한 일이라면 설령 규칙을 어겨도 괜찮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의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포니언들은 한 명 한 명이 회사를 짊어지고 있다는 주인의식에 입각하여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아낌없는 지원, 가족처럼 대하라
자포스는 치과와 안과를 포함한 의료보험비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고, 매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내식당이 있고, 직원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취침실과 상근 라이프 코치를 가지고 있는 등 직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포스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들은 다른 대기업의 그것과 비교하면 특별하거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모습은 직원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하다.
가슴에 귀를 기울여라
“가족 같은 직원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대부분의 기업들이 너도나도 강조하는 문구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말 그런가? 직원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는커녕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서로간의 갈등만 깊어져 가고, 끝끝내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다다르는 기업들이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자포스의 경영자는 우선 직원의 목소리와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기업 활동에 즉각 반영하도록 애쓴다. 직원으로부터 자발적인 마음을 이끌어 내기위함이다.
한 예로, 매년 초 전년도 업적을 발표하는‘올핸즈미팅’자리에서 한 직원이 행사 중간에 자포스 CEO인 토니 셰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는데, 토니는 그 내용에 크게 공감하며 그 자리에서 즉시 수락, 규정을 수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자포스가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높은 SNS 활용률이다. 자포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을 이끌어낸다.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한다는 사실 또한 언론기사가 아닌 직원들이 자포스 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렸다는 점만으로도 자포스의 SNS 이용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즉각 반영되고 상사직원과 부하직원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환경에서 직원들은 스스로가 존중받는다는 기분 좋은 느낌속에서 일할 수 있다.
안팎의 감동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윤창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판가름내는 기존의 인식에서 위의 고객감동과 직원감동을 위한 노력을 바라보면, 자포스는 기업이라기보다 자선단체에 가까운 것 같다. 과연 이러한 기업의 노력들이 성과창출이라는 결실과 연관되기는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자포스의 COO겸 CFO인 알프레드 린은 대답은 이렇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어떤 것을 고민할 때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 고객과 직원을 진심으로 감동시키는 것은 자포스의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이다. 실제로 친절한 직원을 만난 후 자포스를 향한 고객 충성도는 매우 높고 견고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만일 당신이 어떤 제품을 사려고 하는데, 예전에 한 가게에서 뜻하지 않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같은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라면, 당신은 고민 없이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NPS 지표를 통해 수치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NPS지표란“당신은 이 회사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라는 하나의 질문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9~10이라고 대답한 그룹을 적극 추천고객, 0~6까지라고 대답한 그룹을 비판자로 구분한다. 적극 추천 고객 비율에서 비판자 비율을 빼면 지수가 나오는데, 자포스의 지수는 이메일을 통한 조사에서는 83, 전화조사에서는 90이 나왔다. 기존에 NPS에서 높은 지수를 받아 유명해진 기업들의 지수가 80전에 미치지 않는 수준을 봤을 때, 자포스의 지수는 매우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자포스는 설립 10년 만인 2008년에는 전자상거래로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고,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2013년에는 21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이미 고객들의 욕구 수준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바뀌었다. 이미 온갖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이상 물건 값에 감동받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어느 가게든 반품을 받아주고 대부분 무료배송까지 해 준다.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사고 싶다는 1차원적인 기본 요구가 충족된 지금. 이제는 소비자의 한 차원 높은 욕구는 무엇을 향하고 있을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