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채널의 DT 위해 필요한 것? 당연 '오프라인 데이터'
오프라인 데이터가 가리키는 소비자 니즈, 간명한 비즈모델의 초석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박스의 주기능은 포장 아닌 '데이터 생성'
글. 이강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은 해외 기업과 페이스북 샵과 유튜브 쇼핑은 국내의 네이버, 쿠팡 같은 기업에게 적잖은 자극을 주고 있다. 관련분야 종사자라면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움직임에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국내와 국외 시장의 경계가 사라진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배송기업도 이들 기업의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커머스 배송시장의 전망에 관한 자료는 연일 쏟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이 글에 담지 않더라도 몇 개의 검색 키워드만으로도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다. 독자가 이 같이 노출된 자료에서 읽어내는 내용은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자료를 읽으면서, ‘그래서 어떡하라는 거지?’, ‘여기 나온 대로 하면 되는 건가?’, ‘이 주장들을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런 질문의 답에 접근하는 것은 질문자의 몫이고, 자신이 아는 현실과 시장을 읽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
‘오프라인 채널’의 디지털화, 왕좌는 누구에게
이커머스 기업이 소비자와 맞닿는 접점은 모바일과 박스이다. 이 두 접점은 데이터를 채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커머스 기업은 경쟁력 있는 온라인 콘텐츠와 트랜디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주문결제 행위를 유발시키고, 이 행위는 이커머스 기업에게 소비자에 관한 데이터를 생성해 준다. 또 다른 데이터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오프라인 채널과, 소비자와 오프라인 최종접점인 박스에서 생산된다.
오프라인 채널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각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다르고, 데이터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서로 다르다. 이들 이해관계자 간에는 계약과 노동이란 시장의 룰이 작동하고 있어서 누군가 주체가 되어 오프라인 채널의 데이터화나 디지털포메이션과 같은 일을 주도하기 쉽지 않다. 돈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프라인 채널의 디지털화가 불가능하다거나,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의견들이 테이블에 모인다.
▲ 소비자 관련 데이터 생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박스
불행한 추론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생태계의 비즈는 이 채널의 디지털화나 디지털포메이션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이는 승자 독식의 시장을 의미한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사실은 이커머스 기업의 온라인 콘텐츠 경쟁은 오프라인의 배송속도처럼 서비스 균형점에 이르고 있는 것과,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데이터 전쟁을 치열하게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데이터’로는 답할 수 없는 것들
몇 해 전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에 관한 국내외 연구에 나타난 정보(데이터)들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한 적 있다. 어떤 데이터가 누구에게 영향을 줄까? 어떤 세부 데이터가 필요한 걸까? 정보공유가 이윤창출과 비용절감에 효과가 있을까? 이 질문들의 답을 알고 싶어서였다. 연구에서 오프라인 이해관계자를 제조업자, 물류센터 운영업자, 유통업자, 수배송업자, 소비자로 구성했다. 기존연구와의 차별점은 제품정보를 전달하는 박스를 별도의 이해관계자로 구성한 것이다.
이들 이해관계자가 생산하는 정보는 제조정보(생산계획, 리드타임, 주문처리, 생산율, 불량률, 원가), 수배송 정보(상품 혼재, 운송계획, 발주계획, 이력추적, 배송조회, 운송수단, 운송경로, 배송확인), 유통 정보(판매이력, 판매량, 마케팅, 제품 수급일), 소비자 정보(나이, 성별, 거주지, 평균수입, 평균지출액), 물류센터 정보(창고내 온도, 습도, 창고위치, 재고, 상품 위치), 그리고, 제품 정보(원산지, 포장소재, 생산자, 보안, 품질인증, 취급방법, 친환경인증, 포장단위, 포장치수)이다. 기존연구가 다뤘던 각 이해관계자의 상기 정보는 B2B와 B2C 채널에 걸쳐있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코로나19 이전 생태계에서 관찰된 정보들로서, 기존시장에 뿌리를 둔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각 이해관계자가 어떤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고, 공유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서로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정리한 정보들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다음 질문에 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음 질문을 정보의 확장과 가공이란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 보자.
첫 번째,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소비자 자신이 주문한 제품에 대한 주문처리, 이력추적, 배송조회, 원산지, 생산자, 보안, 품질인증 정도를 알고 싶어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당신이 주문한 제품에 대해 무엇을 알기 원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그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예로, 고객이 ‘제가 지금 카페에 있는데 바로 배송해 줄 수 있나요?’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서비스는 모바일 주문결제로 얻은 데이터(소비기호, 소비패턴, 소비주기, 재주문 여부 기타)와 오프라인 데이터의 연결이 전제된다. 마치 카카오택시처럼 부르면 간다는 서비스 콘셉트이다.
▲ 부르면 한강 '어딘가'에도 오는 한국의 음식배달. 배송에도 적용한다면? (사진: 스파이크 블로그)
다른 예로, 고객이 ‘제가 주문한 제품의 신선도를 알 수 있나요?’라고 한다면(새벽배송에서 신선도는 소비자 클레임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공급자가 신경써야하는 정보인가? 아니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인가?), 이를 위해 신선도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가공해서,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란 고민이 생기게 된다. 이 두 경우 모두, 고객 데이터와 함께 오프라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두 번째, 언택트 비즈에 필요한 데이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언택트 거리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예로, 아파트 문 앞의 미니냉장고, 1층 로비에 신선식품/저온유통식품 전용 택배함, 출퇴근 시 지하철 유휴 공간 택배함, 이외에도 도로IC 유휴 공간, 근처 주유소 드라이브 스루, 동네 편의점 기타 등과 같은 거리확보 아이디어가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아이디어는 SF 영화 속 기물(奇物)만큼 많다. 비즈모델은 아이디어와는 달리 간명해야한다. 이런 종류의 비즈는 첫 번째 질문처럼 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얻는 소비자 위치정보만 가지곤 되지 않는다. 여기엔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 이들 기업들과의 조인트벤처나, 간단한 파일럿 테스트나, 유사한 형태의 도전이 아이디어 뒤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게 된다. 즉 비즈의 수익구조나, 지분구조나, 지배구조가 쉽게 단순화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대부분 기회비용이 크다.
세 번째, 친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에는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 질문에 대한 답은 ‘소비자는 친환경을 원하는가? 그런 의식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친환경 액션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가?’ 없다면, ‘기업은 어떻게 친환경 이미지 개발과 확산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예로, 소비자가 분리수거하지 않아도 되는(누군가가 대신 해주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택배박스를 서비스 받는다고 하자, 이런 서비스를 소비자가 좋아할까? 좋아한다면 이 서비스의 경우, 해당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배송박스의 개발비용, 회수비용, 세척비용, 유지보수비용 기타 등의 비용부담에 당면한다. 이 비용부담 주체로는 박스 개발업자, 회수업자, 세척과 유지보수 운영업자, 이커머스 기업 등이 있을 수 있다.
▲ 친환경 박스는 결국 비용문제를 맞닥뜨린다.
이커머스 기업이 이런 류의 박스를 임대해 쓰거나, 계약된 포장기업으로 공급받거나, 배송/회수/세척 비용을 협력기업에 외부화시킨다고 가정하자. 이때 임대사업자는 박스임대료로 다른 비용을 제거하고 수익분기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간단한 계산으로도 기업의 선택대안들에서 제외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해관계자 사이의 비용전가(費用轉嫁)를 차지해두고라도, 이 비즈모델도 언택트 비즈와 같이 간명성이 떨어진다.
오프라인 데이터가 알려주는 소비자 니즈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서 언급한 언택트 비즈와 친환경 비즈 개발에 필요한 재료는 배송박스가 아니라 데이터이다. 데이터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 비즈를 발생시킨다. 이 글에서 ‘언택트 비즈와 친환경 비즈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라고 세세하게 나열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 지를 먼저 물어 봤는가? 연구자나 공급자가 제안하는 것 말고 소비자 입에서 나온 니즈 말이다. 상상하지 말고 물어야한다. 물론 소비자는 말한 것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해야한다.
소비자 중심의 간명한 비즈모델을 그릴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는 기술적으로 얻을 수 있다. 박스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이 데이터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로 가공되어 제공되고, 오프라인 이해관계자들은 자신의 효용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거나, 가공해 쓸 수 있다. 별도의 앱이나 플랫폼으로 캐시카우를 발생시키는 새 비즈가 될 수도 있다. 예로, 오프라인 채널의 풀필먼트 비즈문제(시간비용 절감 외), 수배송 비즈문제(속도경쟁 외 서비스), 회수 비즈문제(회수비용 외)와 같은 오프라인 문제를 데이터가 해결한다.
박스의 주기능은 데이터 생성이지, 포장이 아니다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은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시점이다. 박스가 생성한 데이터는 각 이해관계자의 조직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데이터 연결성을 통해 비용절감이나 이윤창출과 같은 기업의 효용을 만든다. 과거 이커머스 기업은 모바일로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오프라인 물류에서 이윤을 창출하며, 데이터로 새로운 비즈를 개발하는 전략을 가져왔다. 모바일이 고객 데이터를 생성하였듯이, 오프라인 물류 데이터는 박스가 생성한다. 이런 오프라인 데이터를 생성하는 박스는 모바일만큼이나 강력한 경쟁도구이다.
박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서비스, 소비자가 원하는 언택트 비즈, 소비자가 원하는 친환경 비즈의 개발재료인 데이터를 담는 도구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데이터 확장전략은 이종 간의 합종이 주효하고 데이터의 가공전략은 롱테일 전략인 동종간의 연횡이 주효하다. 그러나 합종연횡은 기술과 기술, 사람과 사람, 자본과 자본 등의 결합을 요구한다. 간명한 비즈모델이 코로나19 이후의 생태계에서 생존하는데 승산이 높다. 모델이 복잡할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긴다.
▲ 박스의 주기능이 포장이 아닌 데이터 생성 및 서비스 창출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모바일과 함께 박스가 생산하는 데이터는 비즈모델의 재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기능의 박스가 매우 비싸다고 이야기한다. 단가경쟁이란 관점에서는 이런 박스는 실패작이라고 지적한다. 이 견해는 박스가 제품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주기능이란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박스가 제품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부가기능이고, 새로운 이윤원인 데이터를 생성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주기능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은 박스의 새로운 역할에 눈뜨게 만든다.
배송박스는 모바일처럼 단순제품이 아니라 데이터와 서비스를 만드는 도구이다. 언택트 문제와 친환경 문제는 오프라인 채널의 문제이고, 이 오프라인에서 박스의 역할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비즈영역이다. 배송박스가 만들어낼 데이터는 원하는 정보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언택트 니즈를 수용하고, 친환경이란 사회적 이슈를 주도하는 비즈모델의 주요 재료가 된다.
지금 새벽배송생태계에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전략이 부족하다.
다음 연재에서는 “새벽배송 : 친환경 박스, 네가 거기서 왜 나와?”란 주제를 가지고, 이커머스 새벽배송기업이 모바일과 박스가 생산한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친환경 비즈와 언택트 비즈를 개발해 나갈지에 대해서 독자와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저자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연세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논문63편과 지적재산권 13개 중 6건의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교수다. 교통물류계획(2005)외5종의 저역서가 있으며, 알버트 넬슨 평생공로상(2018)을 수상한 바 있다. JAT(Journal of Advanced Transportation) Lead Guest Editor를 맡은 바 있으며, 물류/공급망의 정보공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