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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로 굴러가는’ 경인항 아라뱃길, 혜택만 받고 물길은 없다?

by 콘텐츠팀

2019년 09월 30일

해상물류거점 경인항 '아라뱃길', 입주 기업은 '육상물류' 한창?

취득세, 재산세 감면 등… 혜택만 받고 아래뱃길 사용 않는 이유는

애초에 선박이 다니기 힘든 구조, '관행혁신 대상'에 선정되기까지

 

글. 신태일 기자

 

(사진: 인천관광공사)

 

인천과 김포 경인항을 연결해 이른바 한강 물류’를 부흥시킨다며 시작된 경인 아라뱃길 사업. 사업이 진행되면서 김포 경인항을 중심으로 신세계를 비롯해 롯데마트몰과 물류단지가 들어섰고 관광시설, 대형 아울렛까지 자리를 잡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경인항에는 정작 배는 없고 바퀴 달린 트럭들만 열심히 오가고 있었다. 운하를 통한 화물·여객의 운송실적 모두 예상치를 밑도는 가운데 정부는 아라뱃길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반 휴업 상태에 빠진 경인 아라뱃길, ‘물길’은 살아날 수 있을까.

 

 

없는 운하경인항은개점 휴업

 

인천 굴포천 일대는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지난 1987년 7월 발생한 대홍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 건설 논의가 시작됐다. 운하 건설의 목적은 ▲홍수피해 방지 등 이수‧치수 외에도 ▲물류 여객 운송 수행 ▲관광‧레저 증진을 포함하고 있었다. 평상시 운하로써 수로 역할을 하고 홍수시에는 방수로로 작동해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인천 경인항에 도착한 선박을 아라뱃길을 따라 김포 경인항으로 보내 해상 물류를 촉진하고 치수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거두겠다는 것. 여기에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수변공원까지 조성한다는 화려한 계획이 더해지며 국내 최초의 현대적 운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1991년 굴포천 방수로 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1995년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2009년 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공사를 시행했고, 2012년 5월 길이 18.7 km, 면적 157.14 ㎢, 너비 80m, 수심 6.3m 규모의 경인 아라뱃길이 정식 개통을 맞았다.

▲ 경인 아라뱃길 개념도(사진=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은 서울 강서구 개화동 한강분기점에서 인천 서구 오류동 해안으로 이어진다. 운하의 양 끝에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두고 있는데, 인천터미널은 갑문* 2기와 항만시설로 이뤄져 있고, 김포터미널은 갑문 1기와 항만시설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주운수로를 횡단하는 9개의 교량과 제방도로 역시 등도 운하를 따라 신설됐다.

*갑문: 운하를 가로질러 보를 쌓은 경우, 보의 상하류 사이에는 수위차가 생겨 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수위를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구조물을 갑문이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사업을 위해 본사업비 1조5200억 원, 배후단지 조성비 6300억 원 등 약 2조25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규모 다목적 운하의 역할은 고사하고 ‘세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류·여객 기능과 주변지역과 연계성이 미흡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 경인 아라뱃길 주운수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아라뱃길이 전면 개통된 2012년 5월 이후, 6년 간 처리된 화물은 404만 톤으로 당초 사업계획 목표치의 8.5% 수준을 기록했다. 여객 실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이용 여객 수는 71만6000명으로 사업 목표인 363만 명의 20% 수준에 그쳤다. 매년 시설 유지와 관리 비용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130억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아라뱃길을 따라 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인 ‘아라바람길’이 뱃길보다 이용객이 많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전거 도로’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실제로 인근호텔과 아울렛, 물류센터는 사람과 차들이 활발히 드나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김포터미널 물류단지에선 대규모 물류단지 공사가 진행 중으로, 주차장과 도로에는 차량과 트럭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부두를 오가는 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객터미널은 운영을 하지 않는 상태였고, 크루즈 역시 운행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포터미널 관계자는 “김포터미널을 이용하는 하루 선박 물동량은 사실상 미비한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해상 물류 거점이지만입주기업은 육상 물류한창

 

김포 경인항에는 여객과 화물을 내리고 실을 수 있는 부두와 해상에서 육상으로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항만 및 물류단지가 위치해 있다. 아라뱃길 항만시설은 인천터미널 4개 부두·10선석, 김포터미널 3개 부두·10선석이며 물류단지는 인천과 김포에 각각 115만㎡와 89만㎡ 규모다.

▲ 김포 경인항과 여객터미널 조감도(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하지만 아라뱃길의 선박 물동량이 줄어 들면서 대부분 입주기업들은 해당 부지를 육상 물류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주 기업들도 대형 유통업체와 물류센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천 경인항에는 SM경인터미널·인터지스·대우로지스틱스(화물), K-water(여객) 등이 입주해 있다. 김포 경인항에는 신세계 이마트몰과 롯데마트를 비롯해 쿠팡, GS리테일,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이 입주해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2(NEO.002)를 구축했고 네오3 신축 공사를 진행하는 등 김포 경인항을 물류 거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당일배송과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을 제공하고 있지만 온라인 전체 주문량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 배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온라인 전용 센터 확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네오2는 지난 3월 출범한 통합 온라인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의 거점 기지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고객이 신세계 통합 어플리케이션에서 식료품과 상품 등을 주문을 하면 김포 네오2에서 집 앞까지 배달되지만 해상을 이용하는 물류 운송은 없다.

 

사실 김포 경인항은 항만 기능을 제외하더라도 김포공항과 가깝고 수도권 진출도 용이해 물류거점으로서 우수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차량으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 등과 인접하고 김포IC, 고촌IC, 개화IC로 둘러 쌓여 수도권 동서남북으로 이동하기 수월한 편이다.

▲ 김포터미널 컨테이너부두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물류센터

 

하지만 아라뱃길의 당초 건설 목표에 육운과 함께 해운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입주 기업들은 ‘각종 혜택만 취하고 뱃길 이용은 하지 않는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지자체인 김포시에 따르면, 입주 기업들은 지방 특례제한법과 산지관리법에 따라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았고 대체 산림 자원조성비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 자체가 더딘 상황에서 입주기업들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육상물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경인항은 항만법에 의거해 조성된 인천항, 부산항, 평택항 등과 달리 육상과 도심 물류를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운하를 통해 운송되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할기관 역시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 당시 해상 물류를 염두하고 기업들에게 혜택을 준 것으로 안다”며 “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면 좋겠지만 실제 해상을 이용한 사업은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역시 ‘운하의 낮은 경제성에 따른 세금 낭비’ 혹은 ‘아라뱃길 활성화 실패’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김포터미널 컨테이너부두. 기자가 6시간 동안 머물며 지켜봤지만, 부두를 이용하는 선박은 한 척도 없었다.

 

배보다 빠른 트럭, 머나먼한강 물류

 

당초 한국수자원공사가 예측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3조900억 원, 고용효과는 약 2만5000 명이다. 또한, 초기 예상 물동량은 2030년 기준 93만 TEU이며 여객 수송 예상치는 63만 명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아라뱃길을 통한 물류 활성화는 빛을 보지 못한 상태다.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2년 1만410 TEU에서 2016년 3만4464 TEU으로 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는 ‘2016~2020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서 오는 2020년 경인항 물동량을 예상치를 대폭 낮춰 4만6000 TEU 수준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인항의 예상 물동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경인 아라뱃길 자체가 선박이 다니기 어려운 수심과 폭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아라뱃길에 맞는 선박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업성도 낮아 민간 운영사나 선사가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부연이다.

 

심지어 인천 경인항에서 아라뱃길을 거쳐 김포 경인항으로 이어지는 육로는 약 24.5km로, 차량을 이용하면 30분 내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라뱃길을 이용하면 갑문 통과시간을 제외해도 여객선은 1시간 30분, 화물선은 약 2시간이 걸린다. 애초에 대형 선박이 다니기 어렵고 통행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김포 경인항은 경제성이 매우 낮아 소형 선박은 운송에 활용하기 어렵고, 대형 선박은 드나들기 힘든 구조다”라며 “배후단지에 입주한 기업 대부분은 소형 다품종 상품을 다루는 유통업체로 수입국가가 다양한데, 김포행 노선을 늘릴 여건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물류와 여객운송 기능을 상실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물류와 여격 등 주요 기능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에서 경인운하를 ‘관행혁신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관행혁신위원회는 “아라뱃길은 물동량이 저조해 실효성이 없는데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민자사업에서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기능 재정립을 권고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경인 아라뱃길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오는 2020년 6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경인운하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경제성과 재무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물·환경·물류·관광·레저 등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아라뱃길 기능재정립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능재정립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2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지만 초기 화려했던 계획과 반대로 효용가치가 없는 세금 낭비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아라뱃길 활성화에 정부가 나섰고 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가 모였지만 초기 예측과 설계 실패, 운영 미흡 사항을 공론화하고 국민에게 혈세 낭비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해 단기간내 ‘2조짜리 자전거도로’라는 오명을 벗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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