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위기의 해운, 디지털의 습격③] 한국 해운산업 위기의 본질

by 남영수

2018년 12월 26일

한진해운은 경영 방만으로 파산했다? 글로벌 해운기업 위기의 '본질'

한진해운이 준 교훈, 해운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기업에게 필요한 자세

 

 

글.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

 

Idea in Brief
 

“해운·조선산업 ‘오적(五賊)’을 구조조정 하라.”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의 위 글은 지난 2016년 5월,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이후 국내 모 일간지 논설위원이 작성했다. 다수의 매스컴들도 같은 논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해운이 하나의 산업으로 글로벌 해운기업 간에 경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편협한 주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해당 내용을 신뢰하였다. 하지만 문제를 그런 단순 논리로 단정짓고 책임 떠넘기기 식으로 비판한 결과, 논란이 된 한진해운은 파산하였다. 한국 해운산업 또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며 2류 해운국으로 전락했으니 그나마 존립한 현대상선은 생존의 기로에 놓인 상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 해운산업 위기의 본질을 다시금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해운산업의 위기의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해운이 가진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고등어와 해운산업의 위기

2016년 무더위가 시작되는 5월말, 환경부에서 가정내 미세 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고등어 구이를 언급하면서 판매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래 전부터 서민 밥상에 그나마 모양새를 갖춘 반찬으로 역할을 했던 고등어 구이가 정부 발표로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나마 최근 그 오명을 씻고 다시금 밥상에 오르고 있으니 다행이다.

 

고등어 구이 사태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극단적인 일반화 오류*다. 고등어 구이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가정 내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이것을 가정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할 때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일시적인 상황을 국가 전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으로 공론화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 일반화 오류(Generalization Error),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여 범하는 생각의 오류. 현상의 단면을 보고 그 전체에 대해 미리 짐작하여 판단하는 오류를 의미 (자료: 위키백과)

 

동일한 시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쟁이 한국 해운산업에도 있었다. 우리나라 양대 해운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율협정이 시작되면서 연일 매스컴에서 논란이 된 경영진, 특히 한진해운 전임 오너와 CEO의 ‘무능력’과 ‘방만 경영’, 그 임직원들의 ‘부도덕’과 ‘집단 이기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고등어 구이의 사태 때와 같이 일반화 프레임 안에서 글로벌 기업인 한진해운의 경영악화를 바라보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식의 결론을 내림으로써, 한진해운 사태는 변변한 생존을 위한 논의도 없이 여론에 등 떠밀려 회사를 파산시키는 방향으로 결론 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부실 논란에 쌓여 있던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것 자체가 문제라 할 수 있을까? 이는 이번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이라 할 수 없다. 본질은 국내 1위 기업의 파산에 앞서 이들의 산업 내 끼치는 영향력 및 생존에 대한 득실을 먼저 정확하게 따져보고 의사결정을 하였을까 하는 부분, 그리고 한진해운이 가진 각종 물적∙인적 자산을 타 기업으로 이전시켜 다른 해운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당시 한진해운 선박에 실었던 수출입 화물의 안전한 운송을 유도하여 물류대란을 막아 화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한진해운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머지 한국 해운기업의 생존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한진해운 파산 후 1년 반이 경과한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결정이 잘못된 의사결정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누구 하나 자신의 잘못은 없고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또한 일반화 오류와 근시안적 대응으로 작금의 한국 해운산업 위기의 초래, 그리고 미래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같이 하고자 한다.

 

한진해운 위기의 본질

그렇다면 먼저 한진해운 위기의 본질에 대하여 다시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자. 본론에 앞서 당시 필자도 해당 기업에 근무하였던 경험이 있었기에 파산에 따른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철저한 자기비판과 함께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간하여 분석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2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서 당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부터 파산까지의 과정에서 해운 및 금융 전문가들이나 언론의 공통적인 주장은 2014년 초 교체된 전임 경영진들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잘못된 투자 결정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럼 이것이 ‘참’이었는지 데이터를 가지고 팩트를 확인해 보자.

▲ 한진해운 사업보고서①(자료: 한진해운 사업보고서 및 한진해운 60년사 자료 편집)


2000년부터 15년동안 한진해운의 운영 선박은 43 척에서 110 척으로 2.5배 확대되었다.동일 기간에 자산과 부채가 공히 상승되었으니 실질적인 한진해운의 자금 압박은 선박이라는 자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논란이 되는 적기 투자나 과다 투자의 문제점이 있었는지 살펴 보면, 한진해운 총 선박 증가가 6.5%인데 반하여, 부채 부담이 되는 사선은 4.6% 증가하였고 나머지는 용선에 집중되어 있다. 해운기업 경영상 사선 보유가 여러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200% 선을 지켜야 한다는 한계에 따른 의사결정이었을 것이다. 또한 사선투자를 연도별로 따져 보면 신조 컨테이너 인수가 1998년도 이후 중단된 상황에서 용선 중심으로 운영하여 2000년 사선 20 척, 2005년 15 척으로 축소된 이후 2006년에서야 사선을 인수한 것으로 볼 때 투자시기가 너무 급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후 사선의 Size-up도 6,500 → 8,500 → 10,000 → 13,000 TEU로 당시 시장 상황 및 얼라이언스 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진행했으니 과다 투자라 하기엔 억측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총 선복의 연평균 9.8% 증가가 문제가 있던 것일까? 만일 단일 기업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급속한 성장이 문제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일 시기에 글로벌 공급량이 연평균 11.2%로 급성장 하였고, 그로 인하여 한진해운은 낮은 선복 증가로 인해 글로벌 순위가 4위에서 8위로 추락하였다. 이를 볼 때 불가피한 공급 경쟁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분석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업이나 비용관리의 문제일까? 이것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다음의 데이터를 보도록 하자.

▲ 한진해운 사업보고서②(자료: 한진해운 사업보고서 및 한진해운 60년사 자료 편집)

 

2000년부터 15년간 글로벌 수요가 9.0% 증가하고, 한진해운 선복이 9.8% 증가한데 반해 컨테이너 수송량은 5.6% 증가하여 성장율이 일부 미진해 보인다. 매출 부분에서는 운임지수가 25%, 환율이 10% 가량 하락한 가운데서도 6.5% 상승하여 양호하게 보이며, 비용 부분은 물동량이 증가에 따라 총 비용이 증가하였기에 단가를 기준으로 살펴 보면 전체 비용 중 15~20%를 점유하고 있는 연료비가 240% 인상된 상황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으니, 이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진해운은 이 기간 동안 Process Innovation Project, Transformation Project를 진행함으로써 경영관리, 비용경쟁력 및 ICT 수준 역시 글로벌 상위의 수준으로 레벨업 하면서 타 글로벌 선사에 영향을 미쳤다 평가받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의 문제도 없어 보인다.

 

허면 당시의 경영악화가 경영진의 무능과 무지로 몰아갈 만큼 한진해운만의 독특한 상황이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2008년부터 프랑스 국적 선사인 CMA CGM의 경영악화로 시장 내 퇴출 위기가 있었고, 덴마크의 Maersk, 중국의 COSCO와 차이나 쉬핑, 이스라엘의 ZIM, 독일의 Hapag-Lloyd, 싱가폴의 APL은 물론 일본과 인도 선사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으니 결국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공통적인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은 위 기업들의 경우 정부 및 유관기관들의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당시의 상황을 글로벌 해운경영의 위기로 인식하고 자국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지원을 진행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기업, 그것도 사임한 지 2년이나 지난 전임 경영진의 잘못으로 개별화,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여 그나마 국내에서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였으니, 결국 우리나라와 타국 간의 해운산업에 대한 인식 수준 차이가 만든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나 유관기관도 어려운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다 항변하고 있다. 결국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KMI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해운산업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의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간접적인 지원과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책 시행 유도가 주가 되었고, 그나마 자금 지원책이라 할 수 있는 선박 펀드나 회사채 만기 연장 등에서는 금융 논리를 앞세워 시중보다 높은 금리(9~12%)를 적용했다. 그 결과 이후 더 큰 재정적 부담이 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악화되면서 종국에 파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일반화 오류를 배제한 채 데이터를 통한 객관적 분석으로 확인해보면 한진해운 파산의 원인을 기존과는 다르게 파악할 수 있다. 즉, 경영진이나 소속 임직원들의 무능이나 무지보다는 대폭 늘어난 선박 조달비용에 대한 상환 부담으로 인하여 재정 악화가 초래된 것이다. 또한 이는 공급 확대라는 글로벌 추세에 편중한 부분이 크며, 도리어 그 기간 중 발생한 Great Recession에 따른 해운운임의 25% 하락, 2.4배로 인상된 연료비의 초고가 등의 장기간 지속된 부정적인 외부 환경변화 요인이 영업 및 비용 개선이라는 내부 노력을 상회함으로써 발생한 외부 변수에 기인한 결과로 분석하는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한국 해운산업의 위기와재건 5개년 계획

앞에서 한진해운 상황을 리뷰한 목적은 파산된 회사의 명예를 회복시키거나, 이제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현재 한국 해운산업이 처한 상황과 비교해 보기 위함이다. 우리 해운이 처한 글로벌 해운산업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기 불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현황은 어떠할까?

 

한국 해운산업은 한진해운의 파산이후 추락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 8월 8일 한국 해운기업 간 공조체제인 한국해운연합(KSP)과, 2018년 7월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를 출범시켜 안정적인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 한국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자료: 해양수산부, 2018년 4월 5일 자료 편집)

 

한국 해운산업 재건 계획을 기본으로 정부의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화물과 선박, 경영안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별도의 자료에 언급되어 있는 추진 목표는 원양 선복 100만 TEU, 세계 7위권 선사 도약으로 이를 위하여 해운산업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럼 추진 목표 중 선복 확충 계획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5조 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여 이를 근간으로 한국 해운기업의 선박에 대한 투자와 보증, Sales & Lease-back*을 통한 재무건정성을 제고하기로 하였으니 원양 선복 100만 TEU를 확보하고, 해운기업의 재무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큰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비록 수천억 원의 지원만 있었다면 한진해운을 생존시키면서 100만 Teu의 선복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원을 거절하면서 수조 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재건해야만 하는 현 상황이 아쉽지만 말이다. 허나 그 외에도 또 한번의 실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또 다시 해운을 글로벌 산업이 아니라 국내 도메스틱 산업으로 인식하여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 Sales & Lease-back (S&LB), 선박 조달방식의 하나로 자금력이 부족한 해운기업이 사선박을 매각한 후에 동일 선박을 재 용선하여 사용하는 방식. 선박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매각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장부상 부채도 정산되는 효과로 해운불황기에 자주 활용되는 금융 기법.

 

이 주장을 앞에서 살펴본 한진해운 리뷰를 통하여 비교해 보자. 모든 여론이 나서 한진해운의 경영악화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선박의 과다 투자를 문제시 삼았었다. 그렇다면 선박 공급 과잉 문제가 과연 지금은 해소되었을까? 지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급 불균형은 2016년 대비 더 악화된 상황이고, 데이터상 향후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지금 상황은 2000년대 후반보다 더 선박 투자의 적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박 확충을 추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해운기업이 전략을 갖고 추진하는 것일까? 그 부분은 참 애매모호하다. 외형상은 현대상선이 요청을 하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승인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 내 관계자들을 통하여 확인해 보니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대규모 규모 확대 보다는 내실 경영을 우선시하고 있는 상태다. 선박 발주 규모나 목표는 벌써 한진해운의 파산 시점부터 이야기가 되고 있었으며, 그 내용이 금번 해운재건 계획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100만 TEU를 주장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당시 한진해운 선복 규모 65만 TEU + 현대상선 선복 35만 TEU = 100만 TEU'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하여 규모의 성장은 필수요소가 맞다. 다만 문제는 적기성과 규모의 적절성이다. 글로벌 공급 과다 상황 속에서 이런 대규모 선박 발주는 또 한번 치킨 게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무모한 전략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혹시 이 전략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어려운 한국 조선기업을 살리기 위한 몇몇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출발한 정책은 아닐까. 이를 위해 선박 발주를 급하게, 그것도 2M 외에 다른 얼라이언스에서는 활용되기도 어려운 초대형 선박으로 발주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상황이다.

 

초대형 선박의 이점을 규모의 경제(Scale Merits)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는 늘어난 규모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에 가능한 이야기다. 자칫 영업 저조로 선박 활용도가 낮아지는 경우 늘어난 원가는 고스란히 회사의 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선박의 과도한 투자라 할지라도 한진해운의 경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운영하는 선사가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늘어나는 선복만큼 영업 물량을 확대하며, 운임 인상을 통하여 수익율을 올린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안정적 화물 확보라는 과제가 추가 되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그 추진 내역으로 언급된 선화주 상생위원회와 상생펀드, 전략화물 적취율 제고, 장기 운송계약 모델 등을 볼 때 고개가 갸우뚱하다. 물류비나 서비스 커버리지,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 화주들이 한국 선사를 사용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을까? 그러다 보니 인센티브를 준다는 이야기도 언급된다. 굳이 선사에게 직접 지원하면 될 것을 화주들에게 주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도 궁금하지만, 지난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계획, 1998년 IMF 시기에 이미 언급되었지만 실행되지 못한 과제들을 다시금 추진한다고 하는 것에 실망감이 든다. 한편으로는 ‘한국 해운을 살리는데 한국 화주들의 애국심을 보여달라’고 하는 듯한 로컬 마인드 정책에 우리 정부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 해운기업들에게 필요한 노력

글로벌 해운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자국 화주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많은 글로벌 화주들을 공략해 로열티(Loyalty) 화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CRM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화물 확보를 위한 현대상선의 준비도는 어떠할까? 물론 국내 원양선사가 현대상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지원에 타 원양선사는 극도로 배제된 가운데 현대상선으로만 집중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현대상선의 준비도가 결국 한국 원양선사의 준비도가 될 것이다.

 

정부의 목표를 기준으로 확충되는 선박은 현재 현대상선 규모의 3배이며, 이 경우영업 목표 역시 동일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업의 내부 준비, 특히 영업 인력과 조직의 확보가 동일 시점에 필요할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규모의 물량과 인력이 필요할 것일까? 100만 TEU가 예전 한진해운 + 현대상선의 규모라는 것을 기준으로 양사 데이터를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영업 상황 비교(자료: 양사 사업보고서 내용 편집)

 

상기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물량은 약 800만 TEU, 인력적으로 3,000 명 규모(국내 인력기준)가 필요하고 해외 조직 역시 100개소 이상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상황은 2015년 대비 2017년에 인력과 조직이 더 축소된 상황이다. 아마 지난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력과 조직을 축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과 1년반 후에 저런 대규모 선복을 확충할 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정부 주도하에서 이 같은 재건 정책이 수립되었다면, 비록 현재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그 시점에 최대한의 실적을 내기 위하여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는데 조금 더 투자를 하여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정책 방향으로 판단된다. 현대상선 역시 최적의 Line-up과 세밀한 마케팅∙영업전략을 수립하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영 안정 지원 정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Sales & Lease-back의 경우 단기적인 자금 흐름은 개선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선가 상환 후 잔존 가치에 대한 선사 이득이 없다는 것, 그리고 2019년 IFRS 16 발효 시 장기 용선 또한 부채비율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 대비 실익이 줄어들 것이다. 때문에 단순 운항 선박을 확대하는 역할로 한정되지 않을까 한다. 다른 과제인 한국해운연합이나 해운거래 모니터링, K-GTO에 대한 부분들은 무엇이 목적인지,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이상의 정부 정책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 해운기업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 먼저 현대상선의 용선료 부분이다. 자율협약 개시의 사전 조건으로 용선료 협상에서 21% 인하를 발표하였지만 실상은 3년 유예 조건이었으며, 유예된 금액의 92%인 4,500억 원을 2020년 출자 전환과 장기채권 지급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또한 그 시기 이후부터는 이전 계약금액으로 원상회복된 용선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을 인수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규모의 경제(Scale Merits)를 위한 초대형 선박의 인수 효과를 용선료 인상분으로 희석시키면서 전체적인 선박 조달비용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용선료 인하를 재추진하여 선박 조달비용을 최소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Process Innovation Project와 같은 경영혁신 과제를 추진하고, 선박 조달비용 외에 Cost Leadership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 절감 노력, 글로벌 해운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영관리기법 확립, ICT 경쟁력 확보, 글로벌 인적자원관리 강화 등에 대한 계획들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해운기업에 부과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한국 해운산업의 위기 상황은 재건 계획이 시작되고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선박을 발주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 위기를 잘 넘어서지 못한다면 다시 글로벌 Top Ranker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것이다.

 

필자의 바람은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산업의 공백을 빨리 메워 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조선산업 > 해운산업 > 제조유통산업 등과 같이 국민의 애국심에 기대 제 살 깎아 먹기식의 졸속 정책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비용이 일부 사람들의 사익이 아니라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이라는 공적 목표 하에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하며, 그 결과는 해운산업의 재건과 함께 국가 물류비의 절감이라고 하는 공익 효과로 나타나야 한다. 그래야만 한진해운의 파산은 단순한 실패 또는 사태가 아니라, 한국 해운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본 글에서 언급된 내용의 상세 자료는 밸류링크유 홈페이지(www.valuelinku.com)의 지식정보 컬럼을 통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시리즈>

[위기의 해운, 디지털의 습격②] 해운이 어렵다? 그 오해와 실체

[위기의 해운, 디지털의 습격①] 잃어버린 해운산업 20년에 대한 변명

 


남영수

해운업계에서 22년 근무한 해운, 물류, IT 전문가다. 한진해운 마켓리서치 파트장과, TMO 프로젝트 팀장을 담당했고, 한진로지스틱스 코리아 사업개발 팀장을 거쳤다. 아하파트너즈 해운물류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는 해운물류 플랫폼업체 밸류링크유를 창업, 운영하고 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