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미래 해운기업들의 응전 방향
글.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
이전 글: ①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글로벌 선사들: 장기불황에 대비하라
②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 성장에서 생존으로
지난 10여년 간의 해운 환경변화에 대한 해운기업들의 응전의 변화를 살펴 보았으니 이제부터는 향후 10년간 해운기업들의 행보가 어떠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인가에 대하여 예측해 보고자 한다. 이 부분은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국내 해운 기업과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에 대한 변화의 감지
지난 2017년 머스크라인은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의 탈퇴를 선언하였고, 올해 3월 미국에서 열린 범태평양 해양아시아콘퍼런스(TPM)에서는 공식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동 모임에서 라스 옌센 역시 23,000TEU Class를 끝으로 해운 기업간 초대형선 발주 경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 했다. 이러한 발언은 해상운송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 규모의 경제 전략의 위험성을 대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성수기 시점에 2M과 디얼라이언스가 3개의 미주 동서안행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급격한 운임 회복이 시작되었다. 각 해운기업들의 선복 과잉이 지속중인 상황에서 3개 노선의 일괄적인 서비스 축소가 성공적인 운임 회복을 이끌었다.
이러한 제반 상황 변화를 감안하면, 미래 해운 시장은 운임 하락보다는 일정 부분 안정화나 높은 회복 가능성이 예상된다. 선박의 초대형화 추세는 영업과 기항 항만 제약에 대한 부담감으로 23,000TEU Class 선박이 최정점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이후 10,000 TEU ~ 18,000TEU Class 의 경제 선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승자 없는 제로썸 싸움의 종말, 그리고 상호 인정 및 공존의 시대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친환경 시대에 맞춘 그린 해운서비스로의 방향 전환
IMO*는 선박 평형수 규제를 포함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 규제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각종 국제 법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중 하나인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2020년 시행되면서 저유황유 사용이나 스크래버 설치 등을 통한 규정 준수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황산화물 배출 규제는 투자나 비용 증가라는 부담이 발생하는 반면 노후 선박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공급 축소와 신조 선박 발주의 증가라는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온 글로벌 해운 기업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해상 운송중 대기 오염 물질의 배출량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여 오고 있으며, 현재 시행중인 에코-스티밍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요인이 되어 잉여 선복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공급 초과 상황이 재현되는데 강력한 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 사업 확대와 박리다매 전략의 결합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머스크라인, NYK, COSCO, 에버그린, 한진해운과 같은 해운기업들이 글로벌 3PL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였고, 대다수 글로벌 해운 기업들이 터미널을 직접 운영하면서 항만물류 서비스를 사업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확대한 바 있다.
최근 머스크라인이 3PL 자회사인 담코에서 포워딩 사업만을 제외한 물류 사업부를 인수하여 서비스를 내재화하기 시작하였다. CMA-CGM도 세바로지스틱스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해운-물류 통합서비스 제공 기업으로의 전환을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즉, 더 이상 해운서비스라는 단일 서비스 만으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다수의 액티비티를 제공하면서 그 액티비티별로 소액의 수익을 남겨 기업이 생존하는 박리다매식 전략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 재편과 연쇄적인 미래 변화
여기서 중요한 제한 요인은 신흥 생산국들의 항만적 제약이다. 중국의 경우 초대형선박이 직접 기항할 수 있는 항만이 곳곳에 있는 반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신흥 생산국들의 경우 겨우 2~3,000TEU 선박만이 직기항 할 수 있다. 원양 서비스가 초대형 선박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형 항만을 보유한 국가들의 경제 성장은 간선과 지선(Hub & Spoke) 전략의 운영과 맞물리면서 미래 기항지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초대형 선박과 지선 항만을 연결하기 위해 1~3,000TEU 선박 소요량이 더욱 확대되면서 해당 사이즈의 선박 수요 또한 증가했다. 이러한 틈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일부 글로벌 해운 기업과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중소형 선사들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그동안 물량 확대가 제한적이었던 싱가폴이 유럽행 노선의 주요 간선 항만으로, 홍콩과 부산은 미주행 노선의 주요 간선 항만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본토 항만들의 경우 수년간에 걸쳐 단계적인 역할의 축소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와 데이터 전쟁
먼저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머스크 라인의 Twill과 CMA-CGM이 변화를 선도하면서 현재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글로벌 온라인 트레이딩, Block Chain 기반 E-BL 등의 업체들과 함께 소형 화주 대상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E-서비스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화주와 서비스 공급자들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선박의 자동화는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미래 해운산업에 여러 방면에서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해운 기업들 역시 이 부분에 많은 투자를 시행하면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 비용적인 제약 조건, 다양한 천재지변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기술 테스트 외에 완성된 수준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는 다른 산업에서의 테스트와 실행 검증이 완료된 시점에서나 뒤늦게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해운 데이터의 독점화 시도이다. ‘TradeLens’의 경우 머스크 라인의 자회사인 GTD(Global Trade Digitalization)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이다.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 하에 계약상 해운 데이터 소유의 명시를 요구한다. 이를 통해 머스크 라인에서 해운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데이터 독점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선복량의 20%를 보유한 개인 기업이 데이터 마저 독점 체제로 가져가는 경우 미래 해운 경쟁에서의 머스크 라인의 독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러한 오판이 도리어 해운산업의 디지털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글로벌 해운 기업의 응전에 대한 시사점
'불황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 이유는 기업마다 당면한 내·외부 환경과 역량 및 경제적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불가피한 변화에 맞서, 특히 해운산업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과거 전략과 미래 전략에 대한 이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박 초대형화, 외형 확대, 국내 화주기업들의 애국심에 호소한 화물 확보라는 현재까지 제시된 단편적인 전략만으로는 한국 해운기업들의 재건과 생존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지난 20년을 통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려준 지름길(Shortcut)을 잘 분석하여 보고 상황 변화에 맞춰 한국 해운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나아가는 것에 이번 글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 본 글에서 언급된 내용의 상세 자료는 밸류링크유 홈페이지(www.valuelinku.com/) > 지식정보 칼럼을 통하여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해운업계에서 만 25년 근무한 해운, 물류, IT 전문가다. 한진해운 마켓리서치 파트장과, TMO 프로젝트 팀장을 담당했고, 한진로지스틱스 코리아 사업개발 팀장을 거쳤다. 아하파트너즈 해운물류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는 해운물류 플랫폼업체 밸류링크유를 창업,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