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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해운 불황을 준비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대응 전략 ②

by 남영수

2019년 04월 12일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 성장에서 생존으로

 

.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

 

이전 글: ①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글로벌 선사들: 장기불황에 대비하라

 

지난 글에서 장기 순환과정상의 성장기인 2008년 이전까지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전략적 방향성과 대응전략을 1) 외형 확충 2) 얼라이언스의 본격화 3) 서비스 차별화 4) 프로세스 및 IT 혁신으로 요약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의 전환 시점인 2008년 이후 실질적인 경영 악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응전 형태의 변화를 가져왔다.

본 기고와 다음 기고를 통해 지난 10년간 그들의 전략적 방향성이 어떠한 변화를 거쳐 왔는지, 나아가 향후 10년 간 그들이 맞이할 미래의 해운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생존 전략 (1) '치킨 게임' 촉발과 외형 확충 전략

 

해운 시장의 변화 초기 머스크 라인을 주축으로 글로벌 해운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은 ‘치킨 게임’이다. 2010년 머스크 라인의 의도적인 운임 인하는 시장 내 운임 경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글로벌 선복량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 라인이 주도한 치킨 게임은 해운 시장을 급속하게 냉각시켰다.

 

머스크 라인은 시장 내 우위를 점하기 위해 E-Class 선박 20척을 동시에 발주하였다. 이러한 외형 확충 전략은 정부와 금융권 지원을 통해 투자 여력이 생긴 글로벌 해운기업들간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는 선박 인수 시 증가한 선복만큼 추가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임을 인하하는 방식의 사이클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랜 해운 전통을 지녔던 CSAV, UASC, Hamburg Süd, APL, CSCL, OOCL 등의 글로벌 해운 기업들을 인수한 기업들은 시장 내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합종연횡(合縱連衡)의 과정속에서도 유일하게 한진해운은 피인수가 아닌 파산으로 정리되었다. 이는 글로벌 내 한국 해운의 규모를 축소 시켰다.

 

상위 10개 해운 기업의 점유량은 2000년 45~50% 수준에서 현재 85%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산업 집중화가 심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 라인의 치킨 게임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그 과정에서 해운기업들은 장기간 경영 수지 악화와 무한 공급 경쟁으로 미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생존 전략 (2) 원가 경쟁 전략

 

기업 경영 전략상 ‘서비스 차별화’와 ‘저가 전략’ 중 어느 것으로 경쟁할 것인가는 언제나 큰 선택지 일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의 해운 기업은 별다른 고민없이 원가 경쟁 전략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운송원가 대비 낮은 운임의 장기화와 연료비 부담의 증가를 들 수 있다. 해운 운임 원가의 15%에 달하는 연료비가 정점으로 인상됨에 따라 해운 기업들의 경영 수지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공통적으로 시행한 원가 경쟁 전략 사례들을 보면 잉여 선박의 계선, 연료비 절감을 위한 에코-스티밍* (Eco-Steaming, Slow Steaming), 예약 현황 점검을 통해 서비스를 임시 폐쇄하는 Blank Sailing 등의 절감안이 시행되었다.

에코-스티밍이란 선박의 실제 가용 속력 대비 20~40% 낮은 속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동일 노선 내 잉여 선박을 추가적으로 투입하여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잉여 선복을 흡수하여 선박 가동율을 향상시키고, 연료비 소모량을 절감하여 운항 원가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반면, 동일 구간내 운송 시간(Transit Time)을 증가시켜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생존 전략 (3) 해운서비스의 상품화

 

2000년대 해운기업들은 선박의 초 대형화, 최신형 선대, 화물 추적 서비스 등을 통해 자사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글로벌 얼라이언스 확대에 따른 사용 선박의 공유와 고객서비스 통폐합 전략 그리고 외부적인 IT 기술의 발전 등이 해운기업간의 차별화 요소들을 희석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 통해 해운 서비스는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상품화(Commoditization) 과정을 겪게 되었다.

 

해운 기업들의 서비스가 상품화 과정을 겪게 되면서, 2014년과 2015년 사이 독자 노선으로 차별화를 고집하던 머스크 라인, CMA-CGM, 에버그린 3사 마저 얼라이언스 체제에 합류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원양 서비스가 가능한 글로벌 상위 11개 해운 기업 중 PIL과 ZIM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서비스를 하는 형태를 갖추며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

 

얼라이언스 체제의 경우, 초 대형선의 화물 유치 부담 완화, 규모의 경제, 서비스 지역 및 빈도를 확대한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서비스 구성에 대한 탄력성 약화, 대고객 서비스 차별성 저하, 사고 발생에 대한 공동 책임, 운항비 절감 대비 환적 비용 또는 운송 시간의 증가 등 많은 비효율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미 3,000,000 TEU 이상을 확보하거나 추가 M&A를 통하여 그 수준으로 선복을 확대할 예정이 있는 해운 기업들은 얼라이언스 체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독자 노선 운영이라는 전략으로 변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글에서 언급된 내용의 상세 자료는 밸류링크유 홈페이지(www.valuelinku.com)의 지식정보 컬럼을 통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남영수

해운업계에서 만 25년 근무한 해운, 물류, IT 전문가다. 한진해운 마켓리서치 파트장과, TMO 프로젝트 팀장을 담당했고, 한진로지스틱스 코리아 사업개발 팀장을 거쳤다. 아하파트너즈 해운물류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는 해운물류 플랫폼업체 밸류링크유를 창업,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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