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살롱드물류]
크리스마스의 마법, 위대한 물류인 산타클로스 (上)
마법 같은 물류 뒤에 숨은 불법. 산타를 고발합니다 (下)
글. CLO 김철민 기자
“산타 할아버지는 하룻밤만에 전세계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배달해요? 친구 말로는 산타랑 썰매랑 루돌프랑 엉덩이에 불날 거래요. 요즘에는 산타하시기 정말 힘들겠어요. 혹시 엉덩이에 불날 정도로 바쁘면, 제 선물은 안주셔도 되요.”
영화 <아서 크리스마스>에서 한 소녀(극중 그웬)가 산타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녀는 성탄절 선물로 보조 바퀴가 달린 분홍색 자전거를 받고 싶다고 소원을 말하는데요. 정신없이 바쁠 산타 할아버지가 혹여 격무에 힘들어 하지 않을까 귀여운 안부의 인사말도 남깁니다.
아이는 정말 궁금한 게 많습니다.
“전 세계 아이들의 편지를 일일이 다 확인하는지?”
“매년 인구가 늘어나서 점점 더 큰 선물 자루로 바꾸는지?”
“세상에는 집이 백만 개도 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선물을 들고 일일이 찾아 오는지?”
해마다 12월이면 전 세계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산타와 선물’ 입니다.
유투브 등 다양한 정보채널 속에서 살다보니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면 산타의 존재를 쉽게 불신합니다. 동화 속 이야기에 아이들이 좀 더 순수해지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은 이미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설렙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왜일까요? 아무래도 12월 24일 자정을 기점으로, 침대 위에 걸린 대형 양말에 담길 선물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처럼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산타가 있을까? 해마다 25일 새벽, 단 하룻밤 만에 전 세계 20억 개의 선물을 단 한 건도 빠지지 않고 어떻게 배달할 수 있을까? 루돌프와 썰매는 각각 몇 마리와 몇 대가 필요할까? 선물을 포장하고, 분류하는 인력은 얼마나 필요할까? 산타가 보유한 창고 규모는 어느 정도 규모일까? 그리고 전 세계 각국의 까다로운 통관과 관세 업무는 또 어떻게 처리할까?
새벽배송, 단 하룻밤만 허락된 초특급 배송 프로젝트
그렇다면 상상해볼까요?
산타의 물류 역량은 어느정도 수준일지.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전 세계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화물기와 택배차량, 창고 등 인프라와 WMS, TMS 등 첨단 IT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선 배송에 투입될 화물기, 차량 등 물류장비들을 가늠해 보겠습니다.
아이 한 명 당 받게 될 선물의 평균 무게를 2kg으로 가정하면 1억 개에 20만 톤인데, 이는 100 톤이 탑재 가능한 B747 항공화물기 2000대 이상이 소요되는 무게입니다. 전 세계 총 20억 개의 선물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화물기 4만여 대가 동시에 투입돼야 하는 규모입니다.
지구상에서 화물기를 가장 많이 운행 중인 항공특송사 페덱스(FedEx)가 6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 회사와 맞먹는 70여 개의 항공특송사가 더 필요한 셈입니다. 하룻밤 만에 전 세계 배송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항공기 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각국에 도착한 화물기에서 내린 20억 개의 선물들은 총 몇 대의 택배차량에 나눠 실어야 될까요?
1.5 톤 택배차량 기준으로 1 대당 200개씩 선물을 적재할 경우 를 산출해보면. 전 세계 총 1000만 대의 택배차량이 필요하게 됩니다. 새벽에 모든 배송이 이뤄져야 된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보다 더 많은 인력과 차량이 동원돼야 할 겁니다. 또 택배 배송기사분들이 건당 5분 정도의 배송시간을 감안하면 총 2000만 대 이상의 차량과 배송인원이 투입됩니다.
물론 이 또한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아파트 등 단체형 주거환경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등 국토 면적이 넓고, 가구 당 배송거리가 먼 국가는 운송에 대한 셈법이 다를 겁니다. 물론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최근 드론이나 로봇 등 자율차를 이용한 무인배송차량을 투입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들은 각 가정의 굴뚝을 타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산타의 고민이 깊어갈만 합니다. 전 세계 아이들의 서로 다른 사연과 이에 따른 배송 요구 수준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데, 루돌프와 엘프, 그리고 오래된 썰매 만으론 이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산타는 자체적으로 물류를 해결하기 보다는 전 세계 물류회사들에게 배송을 위탁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겁니다.
아마존도 배워야할 산타의 수요예측과 풀필먼트
산타에게 위탁업무가 왜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20억 개의 물량을 각 나라마다 적기에 배송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물류센터가 필요합니다. 택배 허브터미널처럼 물품을 전국에서 모아 배송할 지역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최첨단 분류기(Sorter)를 보유해야 합니다. 그 처리 속도는 독자들의 상상 속에 맡깁니다.
실제로 산타의 작업장이 존재한다면 마치 아마존의 풀필먼트(Fufillment)와 흡사한 모습일 겁니다. 거대하고 최적화된 물류센터가 필요한데요. 1일 200만 건의 상품(무게 1천톤 이상)을 처리하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예로 들 경우, 전 세계 항공터미널 주변 거점에 1000 개 이상의 창고 수요가 예상됩니다.
더욱이 20억 명 아이들의 소원들 담은 선물을 일일이 접수하고, 빈틈없는 재고관리와 최적화된 운송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IT로 중무장한 물류통합 시스템과 중앙관제시설을 보유해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12월 24일 자정부터 25일 새벽녘 해뜨기 전까지.
전 세계 237개국,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해야 하는 지상 최대의 배송 미션. 총 4만여 대의 화물기를 하늘에 띄우고, 2000만 대의 택배차량이 도로로 운행하고, 단 하루 200만 건의 화물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창고 1000 개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 산타.
크리스마스에 일어나는 마법 같은 기적.
산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물류인 일 겁니다.
<글쓴이>
필자는 CLO 편집장이다. 커머스 등 유통 발(發)로 시작해 자율차 등 공유경제와 모빌리티로 진화하는 물류 혁신에 관심이 많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O4O(online for offline) 등 골목대장 비즈니스와 버스·택시 등 각종 교통수단과 인프라 공유를 활용한 생활물류 플랫폼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또 ‘물류를 넘어’ 삶의 문화가 되어버린 물류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해마다 로지스타서밋(logistarsummit.com) 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2018년에는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즈후즈후에 국내 언론인 최초로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