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리즈는 2019년 물류시장을 예측한 도서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9>를 다시 펼쳐 그 의의를 돌아봄과 동시에, 현재 시장 변화 상황을 추가함으로써 ‘예측을 넘어선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기획 하에 연재됩니다.
글. 박상신 디맨드쉽 대표 / 편집. 신승윤 기자
[로지스타 포캐스트 다시읽기] 그 시리즈 첫 번째는 박상신 디맨드쉽 대표의 <차세대 CBT 모델은 ‘드랍쉬핑’하라>다. 해당 파트는 글로벌 이커머스와 관련해 미중 무역 전쟁 여파와 외환 규제, 통관 이슈 등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슈퍼 갑(甲) 아마존(Amazon)이 구축한 풀필먼트 생태계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러한 독재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드랍쉬핑(Dropshipping)’이다.
해당 파트에서의 핵심은 분명 FBA(Fulfillment By Amazon)이지만, 확실히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파트가 있다. 바로 짧게 언급된 네이버(Naver)의 존재다. 이미 네이버는 쇼핑몰 사업부문을 전담할 별도의 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풀필먼트를 수행할 물류부동산 관련 이슈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정말로 네이버가 풀필먼트를 하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포캐스트 다시읽기’를 통해 보다 상세히 들여다봤다.
네이버가 아마존식 풀필먼트를 한다면
아마존은 플랫폼 사업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요인들을 상품 공급자(셀러, 벤더)에게 강제로 떠넘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FBA 모델을 통해서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이 자사의 물류 창고를 이용하게 만고, 본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강제하는 것이다.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아마존과 달리, 아마존에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셀러들은 이러한 구조에서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 FBA 모델을 통해 독점적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한 아마존
아마존이 대부분의 진출 국가에서 글로벌셀링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외환 거래나 세금에 대한 규제를 외부 사업자에 넘기기 때문이며, 동시에 전 세계의 글로벌 셀러들을 통해 자사 창고에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오히려 창고비를 받으며 엄청난 양의 재고와 SKU를 확보하고 있다. 그 가운데 셀러들은 서로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고, 때로는 아마존과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마존에서 매우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만든 회사는 아마존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네이버(Naver)가 위와 같은 아마존식 풀필먼트 사업을 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까?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자.
네이버 쇼핑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풀필먼트 바이 네이버’ 상품이 우선 노출된다. 그리고 연간 10만 원을 내면 네이버 풀필먼트 상품을 무제한 무료 배송으로 받게 한다. 여기에 네이버 페이가 적용돼 편리한 결제와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져 사용자는 더 몰려든다. 제품 판매자는 모두 다르나 합포장 배송이 된다. 단, 셀러가 직접 배송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고객 불만족, 발송 지연 등이 생기면 가차 없이 계정을 영구 정지시켜 버린다.
대다수의 한국 온라인 셀러들은 현재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스토어팜)와 가격 비교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이버 풀필먼트 센터로 상품을 입고시키게 될 것이다. 이마트나 쿠팡이 매입한 상품이나 일부 벤더들 상품을 보관하는 수준과 달리, 중국의 공장에서 제조한 뒤 네이버 창고로 입고시켜서 판매를 한다면 공산품에서 G마켓이나 11번가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쿠팡은 자생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타 플랫폼들은 위험하다. 네이버와 쿠팡, 2강 체제로 개편될 수도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풀필먼트 사업에 뛰어들 경우 생기는 문제는, 셀러들이 재고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라도 풀필먼트 센터로 상품을 입고시킨다는 것이다. 한 동대문 의류가 재고를 보유하면서 당일 혹은 익일에 항상 배달된다면, 여타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아마존식 독과점 구조는 플랫폼 가치를 키우며 수익도 많이 발생시키지만, 결국 생태계가 파괴돼 궁극적으로 셀러들은 더 낮은 수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해결책은 드랍쉬핑
드랍쉬핑은 소매업자(이하 리셀러)가 도매업체에서 상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해 최종 고객에게 직접 배송이 되도록 하는 사업 방식이다. 대량의 재고를 구매 및 보관하는 대신, 리셀러들은 단순히 드랍쉬핑 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본인 소유의 웹사이트 혹은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한다. 주문을 받으면 리셀러는 배송 정보를 드랍쉬핑 회사에 전송하고, 드랍쉬핑 회사는 창고에서 직접 최종 고객에게 상품을 발송한다.
▲ 드랍쉬핑 서비스 구조(출처: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9)
물론 드랍쉬핑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도매 사이트 배송 대행’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드랍쉬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배송 대행과 향후 드랍쉬핑의 결정적인 차이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접목된 것과, IT를 활용한 자동화 처리에 있다.
전자 상거래의 모든 소형 판매자는 판매량이 적어, 공급 업체 및 서비스 제공 업체에 대해 협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높은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도 문제다. 수수료, 스폰서 광고, 반품 등 비용을 고려할 때 아마존에서 판매로 성공 하려면 최종 판매 가격의 35%~48%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대형 셀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불어 아마존의 경우 판매 후 정산까지 최대 90일이 걸려 현금 흐름에도 어려움이 있다.
결국 드랍쉬핑 모델의 등장과 발전은 위와 같은 ‘풀필먼트 독재’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벨로(Oberlo), 차이나브랜즈(Chinabrands.com)와 같은 해외 드랍쉬핑 사례들이 국내에도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 글로벌 드랍쉬핑 플랫폼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연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및 국제 물류 처리 역량 등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등장하기는 어려우나, 조건이 갖춰지면 빠른 성장을 기대해볼만하다. 그 이유는 상품 차별화에 있다.
▲ 드랍쉬핑 서비스 업체 오벨로(Oberlo)의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드랍쉬핑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플랫폼들은 중국 기업들이거나 중국 상품을 제공한다. 한국 패션 제품이나 화장품을 드랍쉬핑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리셀러들이 판매한다면, 아마존과 이베이 이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국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결제나 언어 문제로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국가들로 판매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랍쉬핑 모델은 현지 언어로, 현지인들이 고객 대응을 하며,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모델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제, 물류가 원활히 돌아간다는 가정 하에 가장 이상적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직구가 편해졌다고 해도 아이허브(iHerb)보다는 쿠팡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편리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드랍쉬핑이 국내 중‧소형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여전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