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 소비 줄어드니 커피자판기도 빠르게 감소
메뉴부터 기능까지 다양하게, 진화한 커피자판기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났던 커피자판기가 돌아오고 있다. 과거 단순하게 믹스커피만을 주로 팔았던 것과 달리 다양한 상품 구성과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며, 커피 브랜드업체의 새로운 유통채널로 적극 활용되는 모습이다.
커피 소비량은↑, 커피자판기는↓
우리나라 커피 판매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작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커피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커피 판매 시장은 6조 4,041억 원으로, 2014년 대비 30.6% 성장했다. 20세 이상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역시 꾸준히 증가해 377잔이었다(2016년 기준). 성인이라면 하루에 적어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이렇듯 커피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커피자판기는 줄어드는 추세다. 가장 큰 배경에는 사람들의 커피 소비 성향이 바뀐 데에 있다. 2000년대 이전, 커피 시장의 중심엔 달달한 믹스커피가 있었다. 싸고 쉽게 믹스커피를 살 수 있는 커피자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사무실, 대학교, 유원지 등 어디서나 믹스커피 자판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믹스커피 속 설탕이나 프림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커피음료의 다양화로 믹스커피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고급원두나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본격 등장하면서, 커피전문점이 전체 커피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믹스커피 매출 규모는 점차 감소해 2014년 1조원 대 매출에서 2016년 9,115억 원으로 떨어졌다. 믹스커피 자판기 역시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은 2003년 12만 개에서 2014년 4만 개, 2015년에는 3만 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메뉴부터 관리까지, ‘카페’가 된 자판기
영영 사라지는 것 같았던 커피자판기는 키오스크와 함께 최저임금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자판기는 언택트(Untact: 비접촉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1인 카페,’ ‘1평 카페,’ ‘로봇카페’ 등 자판기로만 커피를 파는 방식이 등장했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커피자판기는 그 자체가 마치 하나의 작은 카페와 같다. 커피전문점과 같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직접 원두를 추출하고, 기존의 커피자판기보다 많은 상품을 제공한다. 자판기 관리 방식 역시 이전보다 체계적이다. 키오스크 형태로 된 자판기는 인터넷을 통해 관리자의 시스템과 연동되어 실시간 재고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이전까지 소비자의 큰 우려 중 하나였던 위생관리도 철저해졌다. 자판기제조업체 에어리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자판기 커피는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필터를 자판기에 사용하고, 청소와 필터교체를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업장에 따라 매일 자판기를 점검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자판기에 우유가 들어갔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자판기 내에서 커피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라떼류의 커피는 파우더형으로 대체한다”고 덧붙였다.
커피 전문업체 달콤커피(운영사 다날)는 지난달 30일 로봇카페 ‘b;eat by dal.komm COFFEE(이하 비트)’를 출시했다. 직사각형의 철제 자판기가 아닌 큐브 형태의 로봇이 팔을 움직여 고객에게 음료를 전달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앱으로 이용 가능하다.
강남구에 위치한 ‘터치카페’는 5평 이하의 공간을 카페처럼 꾸며 자판기만으로 음료를 판매한다. 기존의 커피믹스 자판기와는 다른 상품 구성을 달리했다. 터치카페 측 관계자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의 커피를 직수입하여 질 높은 커피 및 음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터치카페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지나다 우연히 들렸지만 깔끔한 공간이 매력적이다”라며 “가격도 일반 커피점에 비해 저렴해 테이크아웃 개념으로 자주 이용할 생각이 있다”라고 전했다.
판매를 넘어, 플랫폼 진화 꿈꾸는 자판기
기존 커피브랜드를 통해 구축한 커피 유통망을 기반으로 자판기 사업을 론칭한 사례도 있다. 임은성 커피에반하다 대표는 “자사는 산지 직거래 업체를 통해 생두를 공급받고 자체 로스팅 공장에서 커피를 볶는다”며 “다른 커피 전문점에 비해 약 2배 정도 저렴하게 원두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두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커피 자판기에서도 저렴한 판매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다른 로스팅업체를 거치지 않아 원두의산도와 비율을 본사에서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로스팅이 가능하다. 거치는 단계가 적기 때문에 유통시간도 줄었다. 여기에 커피에반하다는 전국 4개였던 물류센터를 하나로 통합해 생산력을 집중시켰다. 임 대표는 “물류센터 통합으로 안정적인 커피 공급이 가능해졌고, 보존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커피에반하다는 작년 6월 원두커피 자판기 ‘바리스타 마르코’를 론칭했다. 해당 자판기는 현재 30여 대가 호텔이나 서점, 관공서 등에 설치되어 있다. 자판기 사업제휴는 자판기를 구매하거나 장소만 제공하는 방법이지만, 두 경우 모두 본사가 자판기를 직접 관리하고 운영한다. 한편 회사 측에 따르면, 기기당 매출은 일반적으로 월 100~250만 원 정도다.
▲ 중고서점 예스24 강남점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 '바리스타 마르코'
커피에반하다 측은 향후 자판기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객은 바르스타 마르코의 연동 어플 ‘톨게이트’를 통해 자판기로 모은 스탬프를 카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기존 커피자판기 시장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과 모바일과 연동해 새로운 리워드 시스템(보상제도)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향후 자판기를 통한 광고뿐만 아니라 물건구매, 배송 신청 등이 가능한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며 “커피자판기는 판매채널을 넘어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