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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증권 데이터와 월정액 요금제가 만난다면

by 김정현 기자

2017년 12월 20일

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29) 임포트지니어스(Import Genius)

플랫폼으로 불편한 선하증권 열람을 편하게

부가가치 결합한 월정액 모델... '네트워크'도 돈이 되도록

한국시장을 아시아 허브로 만들 것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중소 수출입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규 거래처를 발굴할까. 국제 박람회에 찾아가 무턱대고 문을 두드릴까. 열심히 구글에 가능성 있어 보이는 기업들을 검색하고, 회사 대표번호나 이메일에 연락을 할까. 포워더들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화주를 영업할까. 판토스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비즈니스 빌딩 가장 높은 곳부터 1층까지 내려가면서 명함을 돌리는 ‘빌딩 깨기’라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 왔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들은 너무 원시적이지 않냐고? 여기 색다른 해법을 제시한 업체가 있다.

 

10년도 더 전인 어느 날, CNN에 한 뉴스가 보도됐다. 한 블로거가 아이폰4의 출시일을 맞췄다는 소식이었다. 블로거는 애플社의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해외 공장에서 미국 항만으로 수많은 아이폰 부품들이 들어오고 있고, 그 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애플의 수입 동향 데이터와 아이폰4의 출시를 예측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은 적중했다. 임포트지니어스(Import Genius)의 창업자 중 하나인 라이언 피터슨(Ryan Petersen)의 일화다.

 

임포트지니어스는 현 대표인 마이클 칸코(Michael Kanko), 앞서 소개된 일화의 주인공인 라이언 피터슨(現 플렉스포트(Flexport) 대표), 그리고 그의 형 데이빗 피터슨(David Petersen)이 함께 창업한 회사다. 임포트지니어스의 탄생은 공동 창업자인 데이빗 피터슨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빗은 임포트 지니어스를 창업하기 전, 빌드줌(Build Zoom)이라는 회사를 운영했다. 빌드줌은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해 미국에 재판매하는 업체였다.

▲ 마이클 칸코 임포트지니어스 대표

 

창업의 바탕이 된 실패

 

빌드줌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당시 빌드줌은 중국에서 건설 자재를 구매해 미국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중국 공급업체(Supplier)와 사업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는 ‘믿을만한 거래처’를 찾는데 있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빌드줌의 계약금을 받고 소위 ‘잠수’를 타는 사기꾼도 허다했다.

 

이 때문에 데이빗은 직접 중국을 방문해 거래처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공장 모양만 갖춘 ‘가짜 공장’이 막 나왔다. 당시 데이빗이 가짜 공장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공장 화장실을 들려 물을 내려보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가짜 공장은 말그대로 '공장의 형태'만 만들어놓고, 배관 같은 설비는 전혀 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빌드줌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비단 빌드줌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빌드줌과 같은 많은 중간상들이 제대로 된 거래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반대로 제조사 및 유통사는 좋은 바이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 데이빗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시 빌드줌은 미국 관세청이 공개하는 항만 수입 공공 데이터(Public Data)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사를 발굴하고 있었다. 해당 데이터를 통해 빌드줌이 거래하고자 하는 제조사의 경쟁사 납품 여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 관세청의 공공 데이터를 가공하여 한 번에 보여주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어떨까. 2007년 임포트지니어스 창업까지의 배경이다.

 

1억 개 이상의 B/L을 하나의 플랫폼에

 

임포트지니어스는 간단히 말해 관세청에 기록되는 수출입 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임포트지니어스는 관세청에서 공개하는 선하증권(Bill of Lading, 이하 B/L) 정보들을 DB(Data Base)화해서 수출입업체, 포워더 등 데이터가 필요한 일반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임포트지니어스의 사업 소개(출처= 임포트지니어스)

 

미국내 B/L 데이터는 모두 공공 데이터로 공개되는데,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갖느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관세청의 공공 데이터를 ‘편리하게’ 열람하고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관세청에서는 CD포멧으로 모든 B/L데이터를 담아 배포한다.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말 그대로 날 것(Raw data)이다. 모아진 모든 B/L 데이터들도 서류(종이 원본), 엑셀 등 제각기 형식이 달랐다. 이 양식들을 통합하고 저장 가능한 데이터로 추출하는데 1~2주 정도의 기간이 걸렸으며, 당연히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공유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임포트지니어스는 그렇기에 기존 불편한 데이터 이용을 ‘편리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임포트지니어스를 활용하길 원하는 기업은 월정액 요금(Plan)을 내고 임포트지니어스 플랫폼을 통해 무역거래에서 발생한 B/L에 기재되는 회사명, 주소, 제품상세, 수량, 도착일자, 항구와 같은 다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임포트지니어스의 월정액 요금제는 다음과 같다.

데이터 제공, 그 이상으로

 

물론 포워더나 수출입업체 입장에서 단순히 B/L 데이터를 ‘편하게’ 제공받는 것만으로 임포트지니어스 플랫폼에 한화로 매월 최소 10만 원 이상의 돈을 지불하기에 망설여질 수 있다. 이에 임포트지니어스는 데이터 제공 외에 3가지를 강조사항으로 제시한다. ‘연락처(Contact Point) 제공’, ‘데이터 시각화(Visual Mapping)’, ‘월단위 계약’이 그것이다.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임포트지니어스를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고객사가 접촉하길 원하는 업체의 연락처(Contact Point)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B/L 정보만 보더라도 수출업체가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뒀다면 해당 회사의 대표번호는 알 수 있겠다. 하지만 담당자의 구체적인 연락처는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부분을 임포트지니어스가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임포트지니어스는 정확한 연락처 수집을 위해 미국과 필리핀에 조사팀(Research Team)을 두고 있다. 조사팀은 고객이 원하는 연락처 자료를 직접 찾아서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임포트지니어스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는 별도 조사팀 없이 자체적인 회사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서 제공하고 있기에 임포트지니어스와는 차이점이 있다는 게 회사측 강조사항이다.

 

임포트지니어스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기술은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비주얼 맵핑(Visual Mapping)이다. 플러스(Plus) 이상의 정액 회원에게 제공되는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는 자신이 궁금해 하는 수출업체의 거래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단순 검색으로 원하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비주얼 맵핑을 이용하면 도식화된 거래현황을 이미지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임포트지니어스의 비주얼맵핑 화면. 소코글램(SOKO GLAM INC)과 그 공급업체들 간의 거래 관계도를 도식화했다.(출처= 임포트지니어스)

 

세 번째로 임포트 지니어스가 강조하는 것은 월 단위 계약이다. 경쟁업체들은 1년 약정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임포트 지니어스는 월 정액제를 지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한 달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다운받은 후 기업이 해당 데이터를 소화(Cooking)하는 방식의 계약이 가능하다.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임포트지니어스를 활용하여 성장한 대표적인 고객사는 미국 생명과학제품 제조·유통사 랩프로덕트(Lab Products Inc)다. 랩프로덕트는 임포트지니어스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경쟁업체의 공급망을 분석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베티펫지(Betty Fatzie) 랩프로덕트 대표는 “우리는 임포트지니어스의 검색툴을 통해 연관 산업 경쟁사들의 글로벌 선적활동을 모니터링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국립보건원과 같은 정부고객에게 랩프로덕트를 차별할 수 있는 요소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을 아시아 허브로

 

임포트지니어스는 지난 7월 한국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마이클 칸코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 임포트지니어스의 아시아 진출 허브국가다. 임포트지니어스가 바라보는 한국시장의 핵심고객은 수출업체, 그 중에서도 중소업체다.

 

임포트지니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소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대기업보다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여 고객(Buyer)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해운업계의 경우 중소기업에 비해 값비싼 플랫폼을 사용하고, 별도 조사팀을 운영하는 대기업에 정보가 편향된 측면이 있기에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고민은 더욱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임포트 지니어스의 검색 화면. 카테고리별로 세부 검색이 가능하다.(출처= 임포트지니어스)

 

조지원 임포트지니어 아시아총괄 이사(Director)는 “미국에 있으면서 국내 수출유망 중소기업 리스트를 기반으로 사전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일반적인 중소기업 영업담당자들은 하루 업무시간 중 2~3시간 이상을 신규 바이어 발굴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며 “더욱이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 얻는 것 또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자료이며, 바이어에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바이어 회사 공식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컨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마이클 대표는 “임포트지니어스를 이용함으로 중소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며 “첫 번째는 검색에 들어가는 노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잠재적 고객사 정보의 양이 현저하게 늘어난다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또한 “임포트지니어스의 단기적인 계획은 사용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데이터들을 추가적으로 수집하고 기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의 새로운 용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여, 여전히 불투명함으로 가득한 글로벌 무역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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