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교통정리 필요한 제멋대로 콜드체인

by 양수정

2017년 08월 19일

뒤죽박죽

글. 양수정 엔로지스 CEO / 박정수 탑경영연구원 대표

 

신선·저온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저온제품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시장의 대응은 한 발 느리다. 특히 저온 물류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다.

 

가령 물류센터는 제품별 보관 적정 온도에 따라 그에 맞는 저온창고를 운영하고 콜드체인을 유지·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갖춰지지 못해 비슷한 시행착오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때로 이러한 시행착오는 대형 식품사고로 이어지며 커다란 사회적 파장과 함께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매출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적절한 비용 범위 내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기존경영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물류운영시스템 전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따져보고, 저온 물류센터 운영 여건에 최적화된 매뉴얼을 개발하는 한편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물류운영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모델을 연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표준화된 운영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운영 안정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와 더불어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통가공 사업장에서는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기도 전에 인력이 교체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은 유통기한 관리 작업 등에서 많은 오류를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리콜 등을 야기한다. 즉 사고발생은 대개 인력의 교체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 예상된다는 데 있다.

 

물류표준화, 어떻게 할까

 

요컨대 콜드체인 물류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나아가 물류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 즉 ‘물류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물류표준화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물류의 운영을 매뉴얼화/규격화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행동하도록 함으로써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최대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의 하나다. 물류표준화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규격, 포장, 하역, 장비, 용기 및 물류관련 설비 등을 단순화하고 통일하여 물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물류표준화는 물류의 흐름에 일관성과 경제성을 확보하여 물류비를 절감하고 물류 효율을 높이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는다. 거듭 강조해서 말하자면, 물류비 절감과 물류 효율 극대화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물류표준화와 규격화, 시스템화이다.

 

가령 과일이나 농산물을 담아 운반할 용기가 표준화돼 있지 않을 경우 제품의 이동이나 보관 시 공간 효율과 적재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많은 이동비용을 발생시킨다. 제품이 이동 중에 파손되거나 모양이 변해 제품 가격이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즉 제품 보호와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는 용기의 표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물류표준화의 대표적 사례로는 ‘유닛로드 시스템(Unit Load System)’이 있다. 유닛로드 시스템이란 화물을 일정한 중량이나 크기로 단일화하고, 물류의 여러 과정을 기계화된 하역 작업과 일관된 수송방식으로 표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인건비 및 포장비 절감, 작업 표준화, 물동 흐름의 신속화, 적재효율 향상, 파손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류표준화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제품별 적재율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효율적인 적재율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 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품의 연간 평균 적재 목표율을 정해 순차적으로 관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적재율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즉, 창고 내에 보관하는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적재효율을 개선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적재율 관련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우선 적재율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별 리스트를 작성해 결과적으로는 모든 제품이 가장 안전하게 취급될 수 있는 적정 적재율을 규격화하고 매뉴얼화해야 한다.

 

변화 없인 진화(進化)도 없다

 

물류 프로세스를 운영할 때는 신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완제품의 출시까지 프로세스별로 체크 포인트를 설정·운영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표준화해야 한다. 사고는 대개 프로세스상에서 빠진 부분이나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모든 절차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따라 이뤄지게 하는 것이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일견 우리는 최적화된 운영기준을 가지고 그에 따라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운영기준과 프로세스라는 것은 대개 개별적 기업이 ‘나름대로’, ‘저마다’ 마련한 것이지 전체의 합의에 의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

 

표준화를 통해 정해진 절차는 자칫 귀찮아 보인다. 지금까지 해 온 관행과 습관을 따르는 게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관행과 습관에 머무르면 몸이 굳는다. 관행적인 프로세스로는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필자는 여태껏 기업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행착오 사례를 수집하여 학습하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데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반드시 이뤄지고 학습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점점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양수정

성남에 위치한 엔로지스 신선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국가표준기술력 향상사업의 신선물류(Temperature controlled supply chain technology)국제표준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