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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유리구두, 트라이문에서 찾으세요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5월 04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까다로운 구두, 트라이문의 솔루션은

물류 개선을 위한 트라이문의 노력, “커머스는 물류 그 자체”신발

글. 김정현 기자

 

여성에게 구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자신과 딱 어울리는 구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힐이나 굽이 있는 구두의 경우 더욱 그렇다. 발에 딱 맞으면서도 신었을 때 편한 구두를 찾기 위해서는 백화점에서 수십 켤레의 구두를 신어보아야 한다.

 

본 기자는 230~235mm 사이즈의 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보통 이렇다는 것이고, 신발의 모양이나 종류, 브랜드에 따라 사이즈를 다르게 선택해 신는다. 신발을 신어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어떤 사이즈가 나에게 맞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사이즈가 맞더라도 착화감이 불편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두는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가장 꺼려지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트라이문이라는 이커머스 업체가 있다. ‘사이즈와 착화감 걱정에서 해방시켜주는 온라인 구두 쇼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다. 트라이문은 배송과 교환, 반품에 모두 ‘무료 배송비’를 적용했다. 횟수에 제한 없이 사이즈를 교환할 수도 있다. 또한 트라이문은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작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210, 260 사이즈의 신발도 구비하고 있다. 트라이문의 주 고객층은 ‘오프라인을 방문해서 신발을 신어보고 살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직장 여성’이다.

 

트라이문은 사업 초기 ‘와비파커(Warby Parker)’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와비파커는 안경 커머스 업체로 고객이 고른 5종류의 안경을 배송하고, 고객이 직접 안경을 받아본 뒤 마음에 드는 상품은 구매, 나머지는 반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라이문은 구두 역시 안경처럼 착용하고 결정하는 품목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와비파커의 아이디어를 구두 판매 사업에 접목했다.

 

테스트 서비스 단계에서 트라이문은 고객에게 4켤레의 구두를 배송했다.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사이즈를 측정한 뒤, 고객이 자주 신는 신발 사이즈에 맞춰 두 가지 스타일의 신발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장반응은 미덥지근했다. 트라이문은 또한 효율성 문제에도 부딪혔다. 우선 고객과 방문 직원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또한 직원이 직접 방문해 사이즈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고객도 많았다. 결국 트라이문은 서비스 방향을 조금 틀기로 했다. 김사랑 트라이문 대표는 “많은 고객이 반품 절차를 번거로워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반품 및 교환 절차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트라이문도 ‘반품과 교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고, 이후 횟수에 제한이 없는 교환 정책을 실시하게 됐다.

트라이문, 여성화, 교환, 반품▲ 무료 배송 및 무료 교환 정책을 실시하는 트라이문

 

주문부터 반품까지, ‘챗봇’으로 한번에

 

“고객님 지금 230 사이즈로 주문을 해주셨는데, 해당 상품은 다른 제품보다 조금 작게 나온 편이라, 235로 신어보시는 게 어떠세요?”

 

기자가 트라이문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 직원들이 고객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공장에서 받아본 상품의 사이즈가 다른 신발보다 조금 작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두는 사이즈가 생명이다. 트라이문은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사이즈를 추천하기 위해, 고객이 회원가입하는 단계에서 주로 신는 구두 브랜드, 사이즈, 구두 착용 시 기타 불편사항 등의 정보를 입력하도록 한다. 고객이 교환 요청이나 사이즈 문의 등을 하면 상담원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절차를 진행한다.

 

트라이문은 교환 및 반품 시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횟수에 제한 없이 교환이 가능한데다가 배송료까지 무료다. 그렇다면 반품 및 교환율이 상당히 높지 않을까? 하지만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기자의 생각과 달리 트라이문의 반품률은 현재 10% 내외이며, 이는 여타 이커머스 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사이즈 교환율은 6~7% 정도이다. 물론 트라이문의 교환 정책을 악용해 5~7번 반품을 하는 고객도 존재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트라이문은 사이즈 선택에 따른 고객의 불편을 덜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가령 몇몇 고객은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사이즈별로 두 켤레 주문한다. 두 가지 사이즈의 신발을 직접 신어본 뒤 맞는 것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것이다. 트라이문은 이러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처음부터 두 가지 사이즈의 신발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트라이문, 여성화, 교환, 반품▲ 트라이문 챗봇 서비스를 통해 자동으로 교환, 반품이 가능하다.

 

또한 트라이문은 고객에게 보다 편한 교환 및 반품 프로세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봇’을 도입했다. 인터파크의 특집사 챗봇이 ‘최저가 서칭’에 특화돼 있다면, 트라이문이 개발한 챗봇은 교환 및 반품에 특화돼 있다. 트라이문의 챗봇은 고객이 일반적으로 문의하는 교환 및 반품 요청에 대해 98%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년간 쌓아온 고객 데이터에 기반을 둬 알고리즘을 구축한 덕분이다. 따라서 구매자는 번거롭게 반품 및 교환 신청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쇼핑몰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 필요도 없다. 홈페이지 채팅창에서 교환이나 반품 버튼을 눌러 클릭 몇 번만 하면 반품 및 교환 신청이 완료된다.

 

트라이문은 사이즈 추천 알고리즘 역시 구축하고 있다. 고객이 특정 상품을 주문했을 때, 해당 상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이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해당 상품을 주문한 회원님과 발 사이즈가 같은 고객 가운데 94%는 사이즈가 맞다고 응답했습니다’와 같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이다. 트라이문은 이와 같은 알고리즘을 구축해 현재 전화 상담을 통해 이뤄지는 사이즈 추천을 챗봇을 통해 자동화시키고자 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채팅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채팅을 편하게 생각한다. 상담 업무의 일정 부분을 자동화하기 위해 챗봇을 개발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라며 “현재 교환 및 반품에 특화되어 있는 챗봇을 점차 주문의 영역까지 확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트라이문, 여성화, 구두▲ 트라이문의 고객 서비스(자료: 트라이문 페이스북)

 

"커머스는 물류 그 자체"

 

“시장에 가서 반찬을 사먹는 것을 좋아한다. 한 반찬가게에서 김치를 산 적 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 뒤로 두 세 번을 더 사먹었다. 그러다 한 여름, 아무 생각 없이 그 가게에서 김치를 사다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더라. 그 후로 그 가게에 발을 끊었다. 어느 순간 우리 고객들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하는 이커머스 업체도 한 번의 실수로 고객을 잃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가장 좋지 않은 시기의 대응책이 그 회사의 서비스 ‘품질’을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업에 변화가 있을 때,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에러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어떻게 실수를 처리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트라이문은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첫 도입 단계에서 여러 시스템 에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주문 누락, 오배송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챗봇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아무리 잘 분석한다한들, 오배송이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 번 떠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트라이문은 오배송자에게 손편지와 꽃을 보내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응했다.

 

한편 트라이문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물류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고객 경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물류가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트라이문은 물류시스템 개선을 위해 트라이문은 외부 프로그램을 가져다 쓰는 대신 자신들이 필요한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냈다. 또한 추후 별도의 물류 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창고로 겸용하는 사무실에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월 매출 5억 원을 달성하면, 다시 한 번 물류프로세스를 뒤집어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커머스는 그 규모에 따라 필요한 물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김 대표는 “트라이문을 시작하기 전부터, ‘커머스 업체는 물류를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커머스는 물류 그 자체다’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지금 그 말을 여실히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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