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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거봉의 이커머스 생존기] 별책부록 : 재고관리를 위한 잡학사전

by 양거봉

2019년 02월 13일

물류센터 현장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재고관리 꿀팁 대방출!

유통기한, 판매기한, 층 관리, 혼적, 팔레트 등등 재고 그 마지막 이야기

 

글. 양거봉 팀프레시 OPS사업부 책임

 

 

유통기한과 판매기한

 

재고를 조사할 때 물류에서는 실물단위이지만, 유통에서는 그 실물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유통기한과 잔여 판매기한이다. 예를 들어, 2년의 유통기한을 가진 제품이 있다면 B2C에서는 제조일로부터 2년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오프라인 업체나 커머스의 납품하는 제품은 유통기한의 50% 이상이어야 하므로 실제 판매 가능기한은 1년이다. 또한 유통기한이 일부 남았다 할지라도 2년의 유통기한 중 1주일만 남은 제품을 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실물재고는 남은 제품 그리고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유통채널별 납품기한이나,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납품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발주해야 한다. 유통기한별 재고를 별도로 관리해야 하며, 추후에는 납품건마다 특정 일자의 제품을 출고해야하는(혼적의 경우 이 부분에서 오출고가 많이 발생함) 불편사항이 생길 수 있다.

 

재고의 판매기한과 유통기한에 대해 명확히 설정하고, 특정 시점(판매가능 기한 2개월 전, 유통기한 12개월 전)등 재고의 알림 주기를 협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프로모션 등을 활용하여 시기적절하게 재고를 회전시키고, 악성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보관 컨디션

 

상온 공산품 대부분은 한국의 기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온도에서 변질이 발생하거나 포장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들이 있다. 상온창고의 경우 여름철 30℃, 겨울철 -20℃의 큰 온도차가 발생하므로, 추후 변질 관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발주 혹은 입고 시 제품 보관환경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만약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어렵다면 제조 스펙의 변경 등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상온기준).

 

입수량과 적재단수

 

사실 박스단위 입수량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입고 시 차량 용적에 따라 적재 단위와 단수가 변하는 경우가 있다. 사소하게 보자면 크게 신경 쓰이는 요인은 아니지만, 대부분 팔레트 단위 재고는 실제 수량이 아닌 적재수량 기준으로 파악한다. (예: 1 박스 100 개 * 1 단 / 8 박스 * 5 단 = 1 팔레트 당 4천 개) 이미 랙에 적재된 상태에서는 팔레트에 적재된 수량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재단위의 일관성은 재고 검수의 시간과 오차를 줄이는데 필수적이다.

 

층 관리

 

팔레트 단위 출고가 발생할 때, 대부분 지게차 작업자들은 저층에 있는 제품을 피킹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피킹 뿐 아니라 적재에 있어서도 고층은 육안으로 포크를 확인하기 어렵고, 따라서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고층부 작업은 작업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이 반복되다보면 3 단, 4 단의 재고들이 선입선출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는데, 관리단에서 명확한 위치를 지정하여 피킹지시를 하거나, 저층에 있는 제품 피킹 시 고층 제품을 같이 이동하는 방법들을 통해 작업이 어려운 위치의 재고가 머물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혼적

 

유통기한이 다르거나 이종의 제품은 가급적 한 팔레트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완박스나 완팔레트가 아닌 제품이 들어오면 예외적으로 B2C 출고에 먼저 사용하거나, 라벨링 등을 통해 하단에 있는 제품들을 확인하기 용이하게 해야 한다. 재고 확인을 위한 부가작업이 발생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인력 낭비는 물론, 휴먼에러의 확률이 높아진다.

 

개품단위 실사

 

개품단위 재고를 하나씩 세는 경우, 100 명이 세도 99 명이 다른 숫자를 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낱개를 직접 세는 것은 시간적인 비효율 뿐 아니라, 여러 요인으로 인한 문제 발생이 매우 빈번하다. 때문에 실사 등의 확인 작업 때 재고의 빠르고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는 임시적으로 포장박스에 특정 수량씩 담아놓거나, 고무줄로 묶어 큰 단위를 빠르게 파악 후 해당 단위 미만의 재고를 파악하는 것이 오차 확인과 확인 공수 절감에 용이하다.

 

로케이션의 명확한 분리

 

창고 내부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있다면, 카테고리나 브랜드 등 특정 기준별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 번째는 기준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검수 동선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만약 재고들이 죽 늘어서있다면, 특정 카테고리 제품이 어디까지인지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적입이 지정 구역을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 이에 따라 검수 때도 특정 재고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센터 전체를 뒤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특정 기준의 상품이 추가 입고될 것을 감안하여, 입고가 증가하더라도 일정 구역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규모가 큰 센터의 경우 생각 외로 로케이션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실사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기준이 모호하다면 결국 해당 제품이 지정된 위치를 벗어나있다 할지라도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게 된다. 결국 이렇게 무분별하게 보관된 재고들은 실사에서 찾아내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재고가 특정 시기에 사라졌다가 다음 실사 때야 다시 나타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시스템 고도화를 이룬 지금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만약 지정된 존(zone)에 적치가 어렵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당 재고들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입고, 출고, 적치 안에서도 제품들의 이동 및 위치 현황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팔레트(Palette)

 

목재 팔레트나 1회용 팔레트의 경우 지게차에 의한 파손은 물론, 상품 무게에 의한 변형 및 파손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랙(rack)의 경우 별도의 지시가 없다면 대부분 T11( 1100 X 1100mm)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므로, 비규격 팔레트를 사용할 경우 후단 제품이 밀려나거나, 양 옆 적재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만약 고단랙 작업이 빈번하거나, 장기 적치가 필요할 경우 명확한 팔레트의 규격과 스펙(spec)을 지정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흔히 수출용 팔레트라 부르는 플라스틱 팔레트의 경우 적재 가능 무게가 지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밀도가 매우 다르므로, 팔레트당 제품 무게를 충분히 감안하여 규격을 설정해야한다.

 

팔레트에 대해 사소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장기간 적재상태에서 팔레트가 분리되어 제품이 추락하거나, 상·하역 과정에서 파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 이는 안전과도 연관되는 문제이므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모 업체는 납품 시 목재 팔레트를 받지 않는데, 그 이유가 위 내용과 관련 있다. 또한 상품 출고 이후 남는 목재 팔레트는 플라스틱 팔레트에 비해 재활용이나 판매가 매우 난해하다. 대부분 용적별로 비용을 지불하고 폐기를 진행해야 하므로 이 또한 감안해야 한다.

 

재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상단에서 언급했던 ‘100% 정확한 재고는 정확하지 않다’라는 말은 정확한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함축적으로 표현한 표현이다. 사실 커머스 외에도 재고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마찬가지인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출고와 실무에 아무리 능한 3PL 업체 담당자라도 재고에 관해서는 항상 일정량의 면책 특약을 요구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고가 완벽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앞단의 과정과, 재고에 관한 데이터를 관리자 모두가 완벽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자동화를 도입한다 할지라도, 그 공백에 의해 분명 재고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재고에 관한 여러 가지 시도와 관찰, 그리고 개선을 반복해야하는지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답하고자한다.

 

재고의 시작과 끝을 보면 물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물리적 흐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재고의 흐름을 보면 물류의 시발점 및 지향점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한 물류를 하였고, 결국 어떤 물류를 했는지 늘 돌아보는 거울이 바로 재고이다. 완벽을 만들 수는 없지만, 완벽을 만들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다시 시작해야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할 지 생각하자. 이를 반복하다보면 결국에는 물류를 넘어 커머스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양거봉

배달의민족과 미팩토리, 두 곳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류업무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MD 등 다양한 부서와 물류팀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고, 또 해결해나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물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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