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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마트, 온라인 장보기에 일반인 배달까지 되는 서비스가 있다고?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2월 14일

온라인 마트 플랫폼 '슈퍼갈땐슈퍼맨', 영수증 기반 SKU 관리로 차별화

온라인 주문은 기본, 일반인을 통한 대신 장보기 & 배달 서비스 도전

대형 마트와 편의점 사이의 중형 마트, 플랫폼 만나 온라인에서도 비상할까

 

글. 신승윤 기자

 

 

이제 장보기도 온라인 시대다. 마켓컬리발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대세가 되면서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 유통사 또한 전장에 뛰어들었으며, 현대는 백화점과 홈쇼핑에서까지 ‘새벽식탁’과 같은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 가운데 여전히 지역 내 장보기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는 터줏대감들이 있다. 전국 6만여 군데, 대형 마트대비 약 20% 저렴한 가격으로 1차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는 그곳, 중형 규모의 ‘동네 마트’다.

 

고기, 야채, 과일 등 저렴한 가격의 식료품은 물론 각종 특별할인과 묶어 팔기, 배달 서비스, 포인트 적립까지 동네 마트는 지역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대형 마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 나날이 증가하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주문 건에 비해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동네 마트마다 개별적인 웹페이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여전히 홍보용 전단지에 의존하고 있음을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동네마다 쉽게 볼 수 있는 마트 전단지. 각 가정 현관문 사이나 우편함에 주로 꽂혀 있다.

 

이에 따라 동네 마트들을 묶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마트요, 맘마먹자 등은 가맹을 마친 동네 마트들에 대하여 웹을 통한 주문 접수 및 마트 관련 이벤트들을 홍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방식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일반인 대리 장보기 서비스를 성공시킨 플랫폼이 있다. 특허 기술을 통해 영수증을 기반으로 마트 SKU를 자동 관리하면서,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한 배달 대행 서비스까지 준비 중인 ‘슈퍼갈땐슈퍼맨’을 만나봤다.

 

슈퍼맨 비긴즈

 

‘슈퍼갈땐슈퍼맨(이하 슈퍼맨)’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형 마트나 SSM*이 아닌, 지역 내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동네 마트를 대상으로 온라인 배달 주문을 대신 받는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맨. 다만 대차게 망했다는 게 조성호 대표의 설명이다.

 * Super Supermarket, 대형 유통 그룹이 운영하는 직영·가맹점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

 

▲ 온라인 동네 마트 플랫폼 '슈퍼갈땐슈퍼맨'

 

조 대표는 “우연히 동네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에게 들어 그 규모와 매출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네마다 고루 분포돼 있으며, 특히 1차 식료품에 있어 여전히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길로 강남 지역의 마트들을 모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남 일대에 10만 장의 홍보 전단지 또한 살포했다. 그러나 4주차까지 들어온 주문은 단 2 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슈퍼맨은 3년이란 긴 시간동안 삽질(?)을 거듭했다고 한다. 꾸준히 개발과 실험을 거듭하고,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2달간을 마트 곁에서 먹고 자고 한 적도 있다. 조 대표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각종 배달 서비스 자체에 충분히 익숙해졌으며, 마켓컬리 등으로 인해 식료품 배달 또한 가능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와 더불어 동네 마트 온라인 주문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바로 SKU 관리”라고 소개했다.

 

영수증으로 관리하는 SKU

 

조 대표는 준비 중인 서비스와 관련해 유명 스타트업 소속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주문대행 및 배달 업계에 종사하고 있던 선배는 해당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비스 확장은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동네 마트가 취급하는 품목(SKU)이 가히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이것들의 가격마저 천차만별이자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조 대표는 그 조언의 의미를 현장에서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동네 마트가 취급하는 SKU는 평균 5,000개가 넘더라”며 “게다가 해당 품목들의 가격마저 계속해서 변화한다. 동네 마트에서 1+1 행사가 없으면 섭하고, 갑작스런 할인이나 떨이도 지역민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를 온라인 주문 항목에 반영해야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골칫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슈퍼맨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마트마다 설치된 POS(Point of sales)기에 남겨진 데이터를 가져와보기도 했고, 마트 직원들에게 일정 보수를 제공하여 정보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허나 모두 소용없었다. 조 대표는 “POS기에 기록된 데이터는 마트의 개점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데이터가 기록된 문서파일로, 이를 재가공하는 데에만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격 등과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얻는 데도 무리가 있었으며, 데이터 가격도 비싸다. 마트 직원들 또한 본업만으로도 피로도가 높다보니 협력에 소극적이더라”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슈퍼맨이 주목한 것은 바로 영수증이었다. 영수증은 빠르고 정직하다. 방금 판매된 물건이 무엇이며, 어떤 가격으로 판매됐는지 즉각 표기된다. 슈퍼맨의 클라이언트 ‘슈퍼고’는 POS기가 아닌, 영수증 기기로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SKU를 관리하면서 온라인 페이지에도 관련 정보를 즉각 표기하는 솔루션이다.

▲ 영수증 기기와 연동된 '슈퍼고'. 계산을 마치고 출력된 영수증 정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 정보를 온라인 상에 표기할 수 있다.

 

조 대표는 “현재 강남, 송파, 서초 지역 80여 개 동네 마트들이 슈퍼고를 사용하고 있다. 슈퍼고는 영수증을 기반으로 마트마다 가진 SKU를 분석하는데, 이를 마치기까지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2주면 마트 내 약 80%의 상품이 최소 한 번은 계산대를 거치며 영수증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슈퍼고는 마트 사장님께는 SKU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려는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및 품목과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세일이나 이벤트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슈퍼고를 사용하면 공산품의 경우, 바코드를 기준으로 사진과 함께 실시간 가격변동 정보를 온라인에 표시할 수 있다. 한편 신선식품의 경우, 머신러닝 작업이 수반된다. 제품마다 카테고리가 나뉘어져 있으며, 제품명을 분석해 알맞은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알타리무’의 경우 1차로 ‘신선식품’, 2차로 ‘알타리’에 포함된다. 제품명에 알타리, 알타리무, 총각무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으면 지정된 카테고리로 자동분류 되며, 준비된 사진과 함께 가격 등 온라인 정보 또한 실시간 업로드 된다.

 

덧붙여 조 대표는 “POS기의 경우 다양한 모델과 소프트웨어들이 존재하지만, 영수증과 관련해서는 머신이나 바코드 리더기 등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돼 있다. 때문에 향후 해당 솔루션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실제 미팅도 진행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동네 마트, ‘라스트마일’은 누가?

 

그렇다면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한 배달은 누가 담당할까? 아직까지는 각 동네 마트 소속 인력이 피킹과 패킹, 보유한 차량을 활용한 배달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물론 동네 마트들 또한 음식점들처럼 배달 외주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와 함께 차량 관리나 수리, 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단 음식점들은 배달품목의 크기나 무게가 상대적으로 일정하면서도 소규모이기에 이륜차 배달대행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반면, 동네 마트들은 한국GM 다마스나, 기아자동차 레이 등 최소 경차 이상의 적재량을 확보해야만 배달이 가능하다. 배달 품목도 다양하고, 그 크기와 부피도 천차만별이다. 한 번에 여러 건의 배달을 처리하는 배달 효율성 부문에서도 이륜차는 적합하지 않기에, 배달 외주화가 쉽지 않다.

▲ 자유로마트(좌)와 한샘마트(우)의 배달용 차량. 이륜차가 아닌 다마스나 화물차를 활용하고 있다.

 

슈퍼맨 또한 이 같은 라스트마일 배달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꾸준히 고민해왔다. 2017년부터 약 1년6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서비스한 일반인 대리 장보기 서비스가 그것이다. 멤버십 마켓인 코스트코의 제품들을 대리 구매해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향후 ‘장볼때는 장보고(이하 장보고)’란 이름으로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스트코와 더불어 입점 사업자들의 제품을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하나로마트를 우선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최종목표는 모든 동네 마트들의 배달 대행까지 일반인들이 수행하는 플랫폼 서비스라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시범 서비스를 통해 함께한 일반인 장보기 대행 참가자들이 지금도 정식 출시에 관해 문의하고 계신다”며 “우리는 이들을 장보고 서비스 참가자 ‘보고님’이라 호칭한다. 보고님들 중에는 화물차를 보유한 채 본격적으로 뛰어든 분도 계시고, 자영업을 하시며 부업으로 함께하신 분들도 계신다. 실제 본인이 장을 보면서 소일거리로 함께 하신 분도 많다. 확실한 것은 대리 장보기 서비스에 대해 공급자인 보고님들의 니즈도 충분하다는 것”이라 말했다.

 

대리 장보기 & 배달 서비스, 동네 마트로 이어질까

 

코스트코 대리 장보기 서비스의 경우, 한 건의 장보기 객단가가 7만5천 원에서 10만 원 정도로 형성된다라는 것이 슈퍼맨 측의 설명이다. 여기서 15~20%를 수수료로 책정해 슈퍼맨 측이 가져간다. 그리고 이를 다시 6:4 또는 7:3으로 나눠 각각 보고님과 슈퍼맨의 몫으로 책정한다. 고객의 주문 건당 객단가가 높을수록 수수료를 낮춰주는 한편, 주문 처리량이 더 많은 보고님에게는 보다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조 대표는 “코스트코와 같은 멤버십 마켓 제품의 경우, 가정이 아닌 매장에서 들어오는 주문도 상당비율을 차지한다. 이 경우 신선식품도 다수 포함되며, 그 물량도 상당하다. 때문에 한 번의 장보기에 있어 최대 5건의 주문까지만 처리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냉장‧냉동식품이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매로부터 3시간 안에 배달이 완료돼야 한다. 그리고 이 3시간 안에 모든 배달이 완료되기 위한 최대 주문 건수는 5건이란 결론을 내렸다. 장보고를 통한 전문 영업을 원하시는 보고님들은 5건 이상을 요구하시기도 하더라. 반면 본인 장을 보며 겸사겸사 참여하시는 분들은 편하게 1, 2건을 처리하신다”고 말했다.

▲ 3시간 이내 배달 완료를 기준으로, '장보고'는 한 번에 최대 5건의 장보기 주문만 처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장보고 서비스가 멤버십 마켓 등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도 수요와 공급을 창출할 수 있다 하더라도, 향후 서비스 확장을 위해서는 동네 마트 진출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동네 마트들 또한 배달 외주화를 필요로 하고 있기에, 장보고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 누구나 대리 장보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최종 계획이다. 이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라스트마일 배송 플랫폼 서비스는 쿠팡플렉스, 와사비, 우버이츠 등을 통해 그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조 대표는 “코스트코는 이미 미국에서 인스타카트, 구글 익스프레스의 대신 장보기 서비스로 매출을 증대시킨 선례가 있다”며 “때문에 한국점 또한 슈퍼맨, 장보고와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 국내 유통 공룡들, 대형 마트들과는 제대로 경쟁해보고 싶다. 여전히 장점이 많은 동네 마트들과, 그 장보기부터 배달까지 대신할 수 있는 일반인 인프라를 합친 플랫폼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형 동네 마트, 물류 만나 비상할까

 

중형으로 분류되는 동네 마트들은 그 포지션이 특별하다. 대형 마트와 소형 슈퍼마켓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대형 마트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새 점포를 내거나, SSM 확장도 어려운 상태며 영업일 또한 제한받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14억원으로 58.9% 감소했다고 14일 공시한 바 있다. 한편 소형 슈퍼마켓들은 편의점들의 강세로 매출감소에 허덕이는 상태다.

 

그 가운데 출점 규제나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동네 마트들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의 업체만 전국적으로 3000여 곳에 달한다. 이러한 동네 마트들이 온라인 판매 활성화와 더불어 장보기 및 배달에 필요한 비용까지 성공적으로 외주화한다면, 그 파급력은 분명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 및 새벽배송 경쟁이 과열양상을 띄는 가운데, 쿠팡 또한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출시해 이미 지난해 말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로켓프레시의 배송을 담당하는 인력이 바로 쿠팡플렉스, 일반인 배송인원들이다. 라스트마일 영역을 절대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맡김으로써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기회가 동네 마트들에게도 열릴 수 있다. 온라인 판매, 일반인을 통한 대리 장보기 및 배송과 더불어 3시간 이내 배송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볼만 하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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