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관점에 이은 내부적 관점의 재고, 현장에서의 오류는 왜 생길까?
두 가지 종류의 재고, 움직이는 재고와 움직이지 않는 재고를 구분하라
글. 양거봉 팀프레시 OPS사업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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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부적 관점의 재고
2-1. 재고실사
#1.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 입사한 첫 직장에서의 매일 아침 일과 중 하나는 PDA를 들고 모든 재고를 스캔하는 것 이었다. 당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분명히 입고 때도 스캔을 하고, 출고 때도 스캔을 하는데 왜 아침마다 또 냉동 창고에서 하나하나 스캔을 하는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었다.
#2. 전 직장에서는 초기에 출고가 끝나면 매일 재고를 하나하나 세며 맞춰보았다. 별다른 WMS나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는 출고 기록이 재고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 보유한 재고가 누락된 출고기록을 찾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3.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연말 마감재고가 전산재고와 동일해야만 한다. 그러나 벌써 4년째 행복한 새해는 내년의 목표로만 밀리고 있다. 그리고 늘 새해의 첫 업무는 사라져버렸거나 혹은 어디엔가 있는 게 분명하지만 어딘지 모르는 재고들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4. 재고 실사 때 담당 회계사는 재고가 자잘하게 불일치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솔직하게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걸 다 알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혹시 다른 곳들도 이런 경우가 많은지,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와 무심하게 대답했다. “이유야 혹시 아는가 싶어 서로 묻겠지만, 당연히 대부분 모르죠. 그리고 다 맞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예요.”
앞의 네 가지 사례는 필자의 개인 경험이다. 그러나 연말 마감실사가 시작될 때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숨소리와 밤새 꺼지지 않는 물류센터들에 대한 이야기, 지난 실사 때 사라졌던 재고들이 갑자기 부활(?)했다는 도시괴담들을 들을 때면 재고와 관련해 위와 같은 사례, 고민들은 필자만이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실사가 끝난다고 한들 아직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회계팀, 경영지원팀 등 유관부서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조용히 넘어가면 좋으련만 재고 관련 결과 값에 대해서도 입장의 차이는 매우 크게만 느껴진다. 다행히도 물류의 실무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분명히 일정 규모를 넘어선 환경에서는 재고의 정확도가 극한에 수렴할지언정 100%에 항상 맞춰져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만약 타 부서 담당자가 이를 모른다면 원리원칙과 실무 사이에서 지루한 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원칙적으로 재고의 로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입고와 출고는 분명히 정확하고, 그 외에 도난이나 사고가 있던 것도 아닌데 재고관리 담당자는 그 원인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없다. 모르겠다고 답하면 타 부서 담당자는 화가 난다. 하지만 반대로 현장에서는 99.999%의 정확도면 할 만큼 했는데 왜 0.001%를 가지고 본인을 추궁하는지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고 만다.
앞서 설명했던 물류에 관한 결정사항부터 물류센터 세팅, 입고, 출고에 관한 업무는 분명한 결정의 근거와 판단기준이 있고, 일의 흐름 또한 명확하며, 정형화된 업무 가이드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재고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관리·개선이 거듭됨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일까?
2-2. 재고에 대한 생각의 전환: 실물개념에서 DATA개념으로
재고란 앞서 설명한 개념과 같이 기본적으로 다른 업무의 선행에 종속되는 개념이다. 입고가 진행되면 재고가 보충되고, 출고가 발생하면 재고가 차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고의 관리와 확인에 있어 과연 앞선 작업들과 별개로 물리적 실행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재고라 통칭하여 하나의 업무 개념으로 파악이 가능한 구성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 재고에 영향을 미치는 보충이나 차감은 물리적으로 이뤄지는 업무이다. 재고의 입고검수 당시에 실셈을 하고 적치위치를 기록했을 것이며, 납품이나 포장을 위한 출고의 과정에서도 몇 번이고 출고 수량을 검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후 재고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재고의 성질이 입·출고와는 달리 한 번의 작업이나 물리적 이동에 대한 개별 값이 아닌, 그 내역들이 모여 있는 전체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정보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기준점은 항상 실물이 아닌 전산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러므로 재고에 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고를 실물 개념이 아닌 data 개념으로 보고, 정보의 입력과 수정에 대한 위험 요인들을 수정하는 것이 후에 설명할 물리적 관리에 선행되어야 한다.
현장의 예를 들어보자. 발주서가 들어오고, 발주서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할 때에는 기재된 수량대로 출고가 진행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우선 출고지시가 별도 채널을 통해 먼저 전달되고, 발주서를 출고 후 생성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납품처에서 긴급 배송을 요청하거나, 발주서 작성 담당자의 업무과다 혹은 별도 업무로 인한 경우) 이런 경우 후처리의 대부분은 물류가 아닌 정산 담당자나 구매 요청자가 처리한다. 때문에 해당 정보의 생성과 수정은 양사의 담당자에게 공유될 뿐, 물류부서는 이미 출고 및 유관업무에 대해 완료된 것으로 판단해 정보의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물류부서에서는 실 출고내역과 전산내역상의 재확인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발주 수량 변동이나 재고 부족 등으로 인해 발주서상 수량과 실제 출고수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업체마다 양식이 다른 경우, 혹은 자사의 시스템이 아닌 타사의 시스템에 접속해서 입력하는 경우 등 데이터의 연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초기에는 매우 빈번함) 이러한 경우, 분명 실물이 협의사항에 맞게 출고되었음에도 별도로 해당 변동 사항을 수기 입력해야 한다. 때문에 WMS에 정상적으로 기입하지 않았거나, 특이사항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면 추후 해당내역을 기반으로 한 전체 재고를 파악할 때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선 경우가 가장 빈번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납품과 같이 규모가 큰 출고건이라면 정산 자료 등 비교자료가 있으므로 발주-납품 내역과 대조하여 오기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그러나 샘플 출고, 직원구매, 입수량 과부족 등 시스템 양식에서 자동 생성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모든 내역을 직접 관리자가 입력해야하므로 휴먼에러(human error)의 위험성과 이로 인한 불일치가 빈번하다. 해당 이슈들은 불일치 재고단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추후에도 문제 사항을 인식하기가 매우 어려워, 결국 물류부서 내 분실이나 손실 등으로 처리돼 실재하지 않는 과실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물리적인 재고의 이동은 기준이 실물이며 그 차이에 대한 확인이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재고는 실제적인 확인까지는 물리적 영역의 관점이 아닌 데이터 변동의 영역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때문에 입출고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재고의 변동에 관한 사항을 모든 업무 관계부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3. 움직이는 재고와 움직이지 않는 재고
WMS가 없던 시기에는 재고 관련 업무가 마감 후 몇 시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복잡했다. 판매 데이터를 다운받아 피벗테이블을 돌려 출고 값을 얻고, 이를 납품건과 더하여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야 했다. 별다른 검수장비조차 없었기 때문에 당일 출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재고는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재고를 세볼 수밖에 없었다.
출고가 끝나면 항상 200 평 가득 들어찬 재고를 확인하는 게 일이었고, 낱개단위로 담긴 상품을 검수할 때면 한 번에 정확하게 수량을 파악하는 경우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매일 재고를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시간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이었으며, 퇴근시간을 넘어서까지 매일 같은 업무를 반복하다보니 모두 지쳐갔다. 당연히 비용을 투자하면 더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는 받았던 프로그램 도입비용이나, 스캐너 구매가가 부담이 되던 시기였기에 수기업무를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전수 재고조사가 아닌 일부 재고조사로 방향을 바꾸고 재고 이동에 대한 원칙을 변경했다.
해당 방법은 추후 WMS 도입 이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 이는 고정재고와 유동재고를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재고의 파악이든, 정확하게 모든 제품을 카운팅 하는 재고의 실사이든 대부분의 실사 단계에서는 보유재고 전체를 확인한다. 그러나 회전율이 높지 않은 제품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대부분의 재고단위는 오랜 시간 한곳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재고의 이동이나 피킹 기준이 설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어떤 재고를 얼마나 수정했는지 알지 못하고, 추후에는 재고 전체를 검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개품-묶음-박스-팔레트 단위의 재고를 모두 분리하여 보관하고, 개품이 소진될 경우 묶음이나 박스에서 보충을 진행한다. 박스단위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경우, SKU별로 박스단위 상품 보충용 팔레트에 이동내역을 기록한다. 그렇게 1 팔레트 위의 박스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팔레트 트랙에 보관된 완팔레트* 재고를 다시 보충존(zone)으로 이동시킨 뒤 이동내역을 기록한다. 모든 피킹은 피킹존에서만 진행하며, 피킹존 재고 소진 시 작업자가 아닌 관리자에게 요청하여 피킹존의 재고를 보충한다. 이를 통해 내역이 누락되거나, 여러 공간에서 재고 이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즉 피킹존(박스단위) - 재고보충존(SKU당 1 팔레트) - 보관존(완팔레트)으로 구분하여 보관존 재고 값만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때는 해당 재고가 모두 완벽하다고 가정하여, 보충존의 박스 단위와 피킹존의 개품을 작업자가 파악하는 형식의 실재고 관리방식이었다.
물론 이보다 더 고도화된 방식을 통해 재고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경우도 많겠지만, 아직까지 재고의 이동기준이나 출고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실제 이동(재고변동)이 발생하는 범위를 제한하여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일반 작업자는 보관존의 재고를 개품단위로 가져갈 수 없음)이 명확하다면 굳이 몇 주 또는 몇 개월 전부터 한곳에 머물러있는 재고나, 변동되지 않는 단위를 다시 조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음 기고문에서 '3. 재고관리를 위한 잡학사전'으로 이어집니다.>
배달의민족과 미팩토리, 두 곳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류업무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MD 등 다양한 부서와 물류팀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고, 또 해결해나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물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