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시장이 커짐에 따라,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선식품 품목 확장’이나 ‘직배송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우며 소비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실제 올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온라인 사업부를 강화했다. 또한 티몬은 ‘티몬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위메프도 작년 11월 ‘신선생’을 론칭했다.
그런데 소비자가 받아보는 신선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장재료 중 하나가 바로 스티로폼이다. 문제는 스티로폼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스티로폼은 땅에 매립되면 썩는 데까지 500년이 걸린다. 스티로폼 박스 겉면에 테이프 혹은 운송장이 붙어있거나, 스티로폼이 오염돼 있으면 재활용하기도 힘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피가 큰 스티로폼 박스를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여 버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 소비자가 신선식품을 주문했을 때 흔히 받아보는 스티로폼 상자.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홈쇼핑, 직거래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물론 스티로폼의 대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포장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는 “온도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있는 상변화물질(PCM)을 활용한 포장 등 스티로폼을 대체할 기술이 많이 있지만, 스티로폼보다 단가가 높아 업계에서는 이를 도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스티로폼은 시중에 나와 있는 포장재료 중 보냉·보온성이 뛰어난 편이고, 단가도 낮아 포장재료로 주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스티로폼 대신 친환경 포장재료를 사용하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5년 8월에 설립된 미국의 농작물 배송 스타트업 임퍼펙트프로듀스(Imperfct Produce, 이하 ‘임퍼펙트’)는 배달용 박스를 자체 제작했다. 이 박스는 종지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썩으면서 자연히 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임퍼펙트의 설명이다. 또한 임퍼펙트는 작년 10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도구를 정기배송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임퍼펙트가 자체 제작한 배달용 박스. 임퍼펙트 프로듀스는 맛과 영양소는 문제가 없지만, 색이 다르거나, 평균 사이즈와 달라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농작물을 모아서 시중 가격의 30~5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5일 마켓컬리가 ‘에코박스’를 시범 도입했다. 에코박스는 골판지(폐지를 모아 만든 재생지)로 만들어져, 일반 박스처럼 접어서 ‘종이류’에 분리수거할 수 있다. 에코박스의 내부는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코팅 처리가 돼있다.
이성일 마켓컬리 물류팀장은 “고객들의 편의성과 환경을 생각해 에코박스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 많은 고객이 스티로폼 포장을 과포장으로 느끼거나, 배송 이후 스티로폼 박스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마켓컬리는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고, 센터부터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냉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에코박스를 도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마켓컬리의 에코박스. 접어서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에코박스는 4월 한 달 동안만 한시적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종이 재질의 박스는 스티로폼 박스보다 온도 유지율이 떨어지는 탓에, 외부 온도가 높아지는 5월 이후에는 상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향후에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강대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는 “스티로폼은 일회용 이지만, PCM팩 등의 친환경 포장은 반복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포장재료를 바꾸는 데 단가가 걸림돌이 된다고 하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일회용품과 친환경 대체 기술은 비용 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