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프레시솔루션 론칭 "물류 품은 커머스, 역으로 물류 진출"
새벽을 여는 콜드체인 3PL, '신선식품 소분합포'가 경쟁력
물류 기반 오픈마켓 진출 가능성, 징동과 아마존처럼
글. 엄지용 기자
물류를 품고 신선식품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던 업체 ‘마켓컬리’가 지난해 12월 3PL 물류 서비스에 본격 진출했다. 외부 물량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3PL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미 아마존, 징동과 같은 각국의 이커머스 공룡들이 3PL 사업에 진출했으며, 항간에는 쿠팡의 ‘풀필먼트(3PL)’ 사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켓컬리의 3PL은 조금은 다른 경쟁력, 즉 ‘새벽배송’과 ‘콜드체인’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신선식품 커머스 마켓컬리가 지난해 12월 13일 3자물류대행(3PL) 서비스 ‘컬리프레시솔루션’의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컬리프레시솔루션은 자체 물량 처리를 위해 물류를 품은 이커머스 업체가 외부 물량 처리 목적의 물류회사를 설립한 사례다. 이미 구축한 물류 인프라에 남는 공간이 있고,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업체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다.
마켓컬리가 3PL을 시작한 이유도 이와 같다. 마켓컬리는 정식 서비스 오픈 전, 새벽배송대행 3PL업체 ‘데일리쿨’을 인수하여 물류를 내재화했던 기업이다. 마켓컬리의 물량이 중심이 되기 전 3PL사업부터 했고, 역량을 키워온 기업이라는 뜻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데일리쿨의 마켓컬리 합류와 함께 고객사 12개 또한 함께 넘어왔고, 이 업체들은 3년 가까이 마켓컬리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물류를 품은 커머스가 역으로 ‘물류업’에 진출한 사례가 마켓컬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자체물류 처리를 위해 구축한 물류센터를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Seller)에게 공개하는 방식의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동 또한 지난해 11월 2007년부터 구축한 직접물류 서비스를 3PL 형태로 확장한 ‘징동물류’를 론칭했다. 최근 국내업체 쿠팡 또한 물류센터 인력도급을 위한 자회사 컴서브의 이름을 ‘쿠팡풀필먼트서비스’로 변경하여 3PL 진출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몇몇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성일 마켓컬리 로지스틱스리더는 “마켓컬리에게 3PL이란 ‘배송대행’에 한정해서는 원래부터 하던 일이었고, 6개월 전부터는 포장대행, 재고관리 등 다양한 물류를 실험하며 역량을 키웠다”며 “이번 컬리프레시솔루션 본격화는 커머스 분야에서 마켓컬리가 큰 성과를 냈듯이 신선식품 3PL 분야에서도 마켓컬리가 1등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 밝혔다.
새벽을 여는 콜드체인 3PL
마켓컬리의 3PL은 '새벽배송'과 '콜드체인' 기반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여타 3PL과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직접물류를 기반으로 한 ‘새벽배송’이다. 마켓컬리는 냉장차량(자차 27대, 지입 130대)과 3700평(상온 1,200평, 냉장 2,500평) 규모의 물류센터, 자체 구축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전날 밤 11시까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로써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은 기존 하지 못했던 ‘새벽배송’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컬리프레시솔루션 고객사인 반조리 셰프요리 배달업체 ‘플레이팅’이나 횟감 온라인판매 업체 ‘오늘회’ 같은 경우는 기존 이륜차를 기반으로 당일(예약) 배송만 제공했던 업체다. 이들 업체는 컬리프레시솔루션을 통해 '새벽배송'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콜드체인’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B2C 식품 분야에서 고객 문 앞까지 이르는 콜드체인 프로세스를 외부 업체에게 공유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이며 뛰어든 업체는 꽤 많다. 그러나 그 중 ‘완연한’ 콜드체인 역량을 가진 기업은 손에 꼽는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이 진출한 새벽배송 서비스와 같은 경우에도 전 차량을 ‘냉장’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마트와 같은 콜드체인 인프라 역량을 자랑하는 사업자가 존재하지만, 이 경우 인프라를 외부업체에 공유하지 않는다.
마켓컬리가 강조하는 구체적인 콜드체인 역량은 ‘신선식품에 대한 소분합포’다. 현재 마켓컬리의 SKU는 약 3,000개인데, 예를 들어 ‘레몬 1개, 계란 3개, 사과 1개’와 같은 고객주문을 한 상자에 합포장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상온에서 하더라도 까다로운 일이라는 게 마켓컬리의 설명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식품에 도입하여 ‘B2C 콜드체인’으로 온전히 구축한 업체는 국내에 이마트와 마켓컬리 정도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의 특성상 마켓컬리 물류센터에는 당일입고 다음날 새벽출고 상품이 많다. 이 경우 어차피 바로 출고될 것이기에 ‘랙’에 보관하기보다 박스에 담아 쌓아놓는다.
가령 마켓컬리의 주문마감시간인 오후 11시 직전 약 1,000건 이상의 상품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주문들을 오전 7시 이전까지 모든 고객에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1시간 이내에 모든 물량을 피킹, 패킹, 출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이것을 되도록 만드는 것이 노하우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짧은 시간에 한 번에 몰리는 출고량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한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설치된 DAS.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마감시간에 몰리는 폭발적인 주문 특성으로 인한 것이라 한다.
이성일 리더는 “처음에는 컬리프레시솔루션의 경쟁력이 ‘새벽배송’인 줄 알았고, 그 다음은 ‘콜드체인’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착각이었다”라며 “수많은 SKU를 소분, 합포장해서 새벽에 보내고자 하는 업체를 도와줄 수 있는 3PL 회사가 국내에 마켓컬리밖에 없었다는 점이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규모와 인프라가 만드는 힘
현재 마켓컬리는 자체물량만 하루 5,500개 이상을 출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월매출액은 60억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달에는 연말특수가 반영돼 하루 3억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기준 마켓컬리의 월매출이 30억 원대였던 것을 비교해봤을 때 2배 이상 성장했다.
마켓컬리 상온물류센터(1,200평 규모) 전경. 장지동 서울복합물류 3층에 있으며, 냉장냉동 물류센터는 같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출고량 증가는 곧 물류 효율화로 이어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새벽배송 지역의 경우 이미 택배 수준의 밀도의 경제를 달성했다고 한다. 가령 서울 강남구 같은 경우 배송차량만 10대가 들어가며, 경기도 성남시와 같은 지역은 배송기사가 아파트 4-5개를 돌면 모든 주문을 끝마치는 수준이다. 마켓컬리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는 늘어나는 출고량에 대비하여 냉장창고를 5,000평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성일 리더는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 정도의 배송권역을 설정했을 때 하루 3,000~3,500건 정도의 물량을 출고해야만 BEP(손익분기점)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이미 마켓컬리는 그 이상의 수준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규모를 기반으로 일평균 1,500건 이상의 3PL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생필품, 오픈마켓 가능성
마켓컬리의 MD 조직은 종전 '식품'에만 집중했던 프로세스를 벗어나, 공산품까지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마켓컬리 홈페이지에서는 리빙, 헬스/뷰티, 유아동 등 카테고리가 판매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핵심고객인 주부가 식품과 함께 부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파생상품들을 자연히 추가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저귀
즉, 앞으로 마켓컬리의 SKU는 기존 3,000개에서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늘어나는 SKU를 관리할 수 있는 로직은 이미 마켓컬리가 구축한 WMS상에 설계돼 있기에, 그것이 3,000개이든 1만 개이든 ‘공간’만 있다면 문제없이 물류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마켓컬리의 설명이다. 이런 자신감이 ‘컬리프레시솔루션’이라는 3PL 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마켓컬리가 ‘오픈마켓’ 비즈니스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마켓컬리는 자사가 판매하는 모든 물량을 ‘직매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컬리프레시솔루션을 통해 더 많은 외부 화주가 마켓컬리의 물류 인프라를 공유한다면 그 상품들 중 괜찮은 것들은 마켓컬리 플랫폼을 통해서 함께 판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게 마켓컬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아마존’이나 ‘징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성일 리더는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 시장이 커지고, 셀러가 그만큼 성장해준다면 마켓컬리가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중요한 것은 함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 크게 성장하지 못한 셀러가 많은 상황에서 함께 노력하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의 물류로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마켓컬리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의 사업 본격화를 발표한 이후, 불과 2주가 채 안 돼 많은 업체들의 문의가 들어왔다. 그 중에는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 심지어 신선배송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28개의 외부 화주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으며, 마켓컬리에 입점하는 공급사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90개 가까이 늘어난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마켓컬리는 컬리프레시솔루션 고객사에게 동일한 과금(출고건수 기준)을 하고 있다. 특히 하루 단 1건의 출고가 있는 소규모 화주라 할지라도 받아준다는 게 마켓컬리의 주장이다.
물론 마켓컬리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픽업비용은 그것이 한 건이든 수백 건이든 동일하기 때문에 물량이 적은 업체에겐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규모 확충’을 통한 수익화는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마켓컬리는 출고량이 적은 성장단계에 있는 화주들의 물량은 순회픽업(물량 공동화)을 통해 단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성일 리더는 “신선식품 커머스 시장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고, 성장을 위해서는 셀러들의 역량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곳에서 높은 마진을 남겨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시장을 키우고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큰 수준의 단가차이를 두지 않고 소규모 업체들의 물량 또한 받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또한 “가시적으로 보기에 올해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사용하는 대기업과 홈쇼핑업체의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홈쇼핑업체 같은 경우 새벽배송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군 중에는 식품비중도 상당하고 이를 저녁에 방송하여 구매한 고객이 다음날 새벽에 바로 받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큰 매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켓컬리는 ‘에코박스’라 불리는 친환경 포장을 자체개발하여 서울·수도권 등 직접배송 지역에 활용하고 있다. 그 외 지역(택배배송)은 일반적인 스티로폼(EPS) 포장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