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⑥
복고의 재발견 ´온디맨드 서비스´
과거에 묻혔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다시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꼭 먹었던 것이 시장 통닭 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큰 이후부터는 BOO, KOO, 페OOO 등 주로 프렌차이즈 통닭을 찾아먹었습니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복고 트렌드와 함께 ‘옛날통닭’ 열풍이 불면서 다시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tvN)
이제 시장뿐만 아니라 현대식으로 개조된 ‘옛날통닭’ 프렌차이즈 점포가 늘어나면서 깔끔한 분위기에서 옛날통닭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 옷을 입고 시장에 열풍을 일으킨 것은 옛날통닭뿐만이 아닙니다. 카페와 접목하여 흥행에 성공한 츄러스와 도너츠, 옛날 도시락, 부라더 소다, 복고 식당 등 비슷한 사례는 외식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과거 상품들이 현재 소비자들의 수요와 접목되어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외식산업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 산업 전반에 거쳐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류는 어떠할까요? 잘 생각해보면 과거 존재했던 물류 서비스 중에서도 다시금 시장의 관심을 받는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버는 100년전에 존재했었다
얼마전 우버의 CEO 트래비스 칼라닉( Travis Kalanick)은 TED강연에서 “지금의 우버가 존재하기 전인 100년 전에도 우버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래비스 대표의 말처럼 사실 지금 우버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은 1914년 미국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1914년 자동차 판매원이었던 드레이퍼(L.R. Draper)는 매일 트롤리(옛날 전차)를 타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고 우버의 초기 모델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그의 자동차에 목적지를 붙여 놓고 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다른 사업가들도 다른 경로로 비슷한 운행을 하기 시작했고 몇 달 사이에 30개 지트니(Jitney: 소형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죠. 지트니 산업은 일년 만에 175개 도시에서 62,000개로 급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지트니 운행이 수익을 내자, 트롤리 같은 시장의 경쟁사들은 승객을 뺏기기 시작했고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시의회는 트롤리가 다니는 노선에는 지트니 운행을 규제하고 허가증, 보험, 각종 시험 등을 만들기 시작했죠. 늘어만 가는 규제들로 인해 소형버스 비즈니스의 거품은 곧 사그라졌습니다.
과거의 지트니는 많은 사람이 원하던 서비스이자 교통 공유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서비스였지만 규제의 벽과 여러 이해관계들이 대립하면서 좌절됐습니다. 비록 사라진 서비스이지만 지트니 서비스는 현대 기술과 결합하여 우버(Uber)로 재탄생 하였죠.
비슷하지만, 새로운 것처럼
이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라고 생각된 서비스들이 다시 새로운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90년대 신선식품 유통회사인 웹밴은 비록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로 다시 세상에 나왔습니다. *CLO 12월호에 수록된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의 글을 인용합니다.
오늘날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들에게 웹밴과 코즈모닷컴의 실패의 역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교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웹밴의 비즈니스 모델에 착안하여 ‘아마존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웹밴의 고위임원이었던 더그 해밍턴(Doug Herrington), 믹 마운츠(Mick Mountz) 등 4명의 전직 웹밴 인력들을 채용하여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담당하게 하였다. 믹 마운츠는 웹밴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MIT와 함께 새로운 물류 로봇 개발에 나섰고, 이것은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의 창업으로 연결되었다. 아마존의 자포스(Zappos) 인수 후 자포스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키바의 물류 로봇은 역시 아마존으로 인수되어 2015년 3만대 이상의 키바 로봇이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결국 실패한 웹밴의 기술이 아마존 물류 혁신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코스트코, 월마트도 신선식품 배송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등 신선식품 배송을 경쟁력으로 신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배스킨라빈스에서는 최근 일부지역 한정으로 아이스크림 배달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배스킨라빈스 페이스북)
이처럼 과거에 비록 실패였던 서비스도 기술의 발전, 수요의 변화, 환경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무인택배보관함도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지만 최근 이색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치 옛날통닭처럼 역사속으로 잊혀진 듯한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트니 서비스처럼 반짝하고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운송 혁신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History repeats itself when we resist transportation innovation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 Travis Kalan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