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수히 많습니다.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 중 상당수는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습니다. 인간관계에 신뢰가 없으면 그 관계는 장기적,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 또 신뢰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등 각종 거래를 가능케 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조직이론가 리차드 골렘뷰스키(Richard Golembiewski)는 “개인 간은 물론 그룹 행동에서 신뢰만큼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열린 다보스포럼 2017의 주제가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정농단 놀이터로 전락한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계에 화두로 떠오른 개념 중 하나가 ‘진정성(authenticity)’ 입니다. 진정성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문학 잡지도 아닌 물류전문매체에서 신뢰와 그 실천 방법인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어색합니다. 그래서 돈 벌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물류기업이 굳이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돈버는 조직으로만 보는 접근은 인간을 먹고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처럼 지극히 일면만 반영한 단견입니다.
얼마전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대 김병연 교수팀과 함께 OECD 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국가별 사회 신뢰도와 성장률을 처음 분석했는데, 사회적 신뢰도가 향상되면 성장률도 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서도 노력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때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불이익도 감수합니다. 기업도 단순한 수익목표를 넘어서는 존재 이유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신뢰의 실천 방법인 진정성의 출발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경제주체 간 연결성이 높아지면서 신뢰가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실생활에서 신뢰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택배를 빙자한 범죄 증가와 서비스 불만은 대면 기피증과 무인사물함 등 더 많은 비용과 큰 불편을 경험해야 하며 이는 택배 서비스 신뢰도 수준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CBT(cross border trade) 등 낯선 개발도상국 기업과 거래를 할 때에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신뢰 위기의 시대입니다. CLO는 이런 시대에 역설적으로 신뢰가 기반이 돼 경쟁력이 강화되는 기업 간 상생의 문제를 스페셜 리포트 주제로 정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주제 입니다. 하지만 제조-유통-IT-물류 등 산업 간 영역이 붕괴되고, 전통적인 물류산업이 물류 스타트업에 의해 비즈니스 모델이 해체되고 있는 이 시점에 물류를 둘러싼 복잡한 구성원들의 신뢰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소재입니다.
옛말에 신뢰를 얻기까지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단 5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2017년, 독자 여러분의 신뢰의 등불은 켜져 있습니까, 아니면 꺼져 있습니까.
<연재>상생을 찾아서
① [라스트마일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에서 만난다면
② [국제물류편] 국제물류의 소통 방정식, 그들의 방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