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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찾아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에서 만난다면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2월 02일

상생을 찾아서① 라스트마일편

라스트마일 물류-유통·택배기업간 MOU 급증... 그 이유와 의혹

메쉬코리아-CJ대한통운, 허니비즈-GS리테일 사례로 바라보는 협력의 법칙

대기업(CJ대한통운 차동호 부사장)이 바라본 메쉬코리아, 스타트업(허니비즈 유정곤 실장)이 바라본 GS리테일

 

향후 10년의 국가물류 정책의 기반이 되는 ‘국가물류기본계획(2016-2025)’이 지난해 8월 최종 발표됐다. 동문건에 따르면 물류스타트업, 퀵서비스, 유통, IT를 기반으로 새로운 물류사업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간 융복합시대 대응을 위한 물류정책 거버넌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신물류의 대표적인 분야로 국내에서 산업으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한 ‘라스트마일(퀵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업체들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하는 중심에는 ‘물류 플랫폼’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국경을 넘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새로운 무역 형태인 ‘CBT(Cross-Border Trade)'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앞서 언급된 모든 신물류 서비스에 있어 중요 키워드로 ‘상생’과 ‘협력’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는 측면에서 많은 대기업과 라스트마일간의 협력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로컬, 물류·이종산업·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물류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여 파편화된 물류를 연결하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CBT 사업을 하기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업체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신물류 영역에서 국내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을까. 그리고 협력을 만드는 ‘핵심요소’는 대체 무엇일까. 어찌보면 피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협력’과 ‘상생’에 대해 조금은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봤다.

 

지난 2년, 물류스타트업판은 그야말로 ‘라스트마일’이 지배했다. 이륜차 퀵서비스 분야에서는 ‘와일드파이어코리아(날도)’, ‘메쉬코리아’, ‘원더스’, ‘퀵퀵’과 같은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쿠팡’, ‘허니비즈(띵동)’, ‘마켓컬리’, ‘플레이팅’, ‘플라이앤컴퍼니(푸드플라이)’, ‘원모먼트’와 같이 O2O, 커머스 분야에서 라스트마일물류(배달)를 결합시킨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배달대행업체 ‘두바퀴콜’ 인수를 통해 직접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시작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 ‘고고밴’이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업체중 몇몇은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또 다른 몇몇은 서비스를 종료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사진= 홍콩 물류스타트업 고고밴은 지난 15년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고고밴은 2013년 홍콩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는 대만, 중국, 싱가폴, 한국까지 서비스를 확장, 운영하고 있으며, 홍콩 지역에서 가장 많은 운송기사를 거느린 화물주선업체로 알려졌다.

 

지난 1년, 라스트마일 물류 분야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다. 대기업과 라스트마일물류 스타트업간 업무 제휴, 협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배업체’와 스타트업의 제휴다. 실제 국내 TOP3 택배업체중 2개사(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제휴 당시 사명= 현대로지스틱스))는 각각 메쉬코리아, 고고밴코리아와 라스트마일물류 서비스 제휴(MOU)를 체결했다. 또한 중견 택배사 KG로지스는 지난해 9월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물류스타트업 ‘퀵퀵’과 서비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은 ‘M&A’를 통해 물류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지난 15년 우아한형제들은 물류자회사를 가진 신선식품 커머스 ‘덤앤더머스’와 배달대행업체 ‘두바퀴콜’을 인수함으로 라스트마일 물류 역량을 확보했다.

 

유통분야에서도 대기업과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간의 협력은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GS리테일은 허니비즈와 ‘라스트마일 배송 전략구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1번가와 원더스가 서비스 제휴를 통해 110분 배송 서비스를 실험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20% 지분투자한 주문중개업체 ‘씨엔티테크’가 한 물류스타트업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알려졌다.

 

대기업이 사랑한 라스트마일, 그 의혹

 

많은 택배·유통업체가 라스트마일 분야에 주목한 이유는 스타트업들이 그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체를 통한 배송은 중앙허브 집하후에 각 지역으로 배송하는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 도달까지 최소 하루(익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륜차와 소형 화물차를 근간으로 하는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들은 택배업체가 시스템의 한계로 제공하기 어려운 ‘당일배송’ 서비스를 직배송 방식으로 제공해줄 수 있다. (물론 모든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이 직배송 방식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제휴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몇몇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존재한다. 실제 ‘당일배송’ 니즈를 가진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며, 이 때문에 택배·유통업체와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간 제휴 물량은 실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 제휴를 체결한 복수 업체들이 제휴로 인해 발생한 물동량 공개를 꺼리고 있기도 하기에 업계의 의혹은 의혹으로 남아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제휴 사례는 잊을만할 때면 한 번씩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까. 혹자의 의견처럼 단순히 보여주기 마케팅 용도의 사업제휴일까? 왜 스타트업은 대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할까. 분명 업무제휴의 이면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갈취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또한 존재하는 데 말이다.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 대기업-스타트업간 제휴를 체결한 업체들을 만나봤다. 각각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통해 ‘택배·유통’과 라스트마일 물류간 협업 사례를 살펴봤다.

 

라스트마일인 택배가 라스트마일을 끌어안는 이유

사진= 지난해 11월 24일 메쉬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CJ대한통운-메쉬코리아간 맞춤배송 서비스 계약 체결식(사진왼쪽=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 사진오른쪽=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지난해 11월 29일, CJ대한통운과 메쉬코리아가 ‘맞춤배송 서비스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5년 8월 CJ대한통운과 메쉬코리아간 MOU 체결의 연장으로 지난해 상반기 HP신형 노트북 당일배송 테스트 이후 공식 서비스로는 첫오픈이다. CJ대한통운이 고객 상품을 메쉬코리아의 물류센터로 전달하면 오토바이퀵을 통해 배송되는 방식이다.

 

해당 업무협약으로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상품을 주문한 서울지역 고객은 출고 기준 3시간 또는 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주문 당일 오후 10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는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이 국내 수많은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중 ‘메쉬코리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CJ대한통운이 앞으로 메쉬코리아와 만들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일까? CJ대한통운과 메쉬코리아의 계약체결식 당일(15년 11월 24일),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택배부문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1. 국내 메쉬코리아 외에도 여러 이륜차 물류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메쉬코리아와 협업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1. 메쉬코리아가 가진 기업 비전이 CJ대한통운이 생각하는 것과 잘 맞았다.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기업가 정신과 무엇보다 이륜차 퀵라이더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눈여겨봤다. 또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기반으로 실제 실행과 연결하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단순히 퀵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이 아닌 미래지향적이고, 솔루션 지향적이고, 또 그런 부분들을 현장에 접목시키기까지 하는 보기 드문 스타트업 기업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CJ대한통운이 직접 하지 못하는 사업이라면 협업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측면에서 의기투합한 것이다.

 

특히 메쉬코리아는 ‘R&D 센터’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R&D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다. 물류관련 대기업들도 메쉬코리아만큼 R&D 투자를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면 CJ대한통운 역시 본받아야 되는 부분이다. 메쉬코리아가 태생적으로 ‘글로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협업을 결정하는 데 한몫했다.

 

Q2. 메쉬코리아가 가진 R&D 기술개발 역량을 눈여겨 본 것 같다.

 

A2. 메쉬코리아와 같이 R&D에 깊게 투자하는 기업을 CJ대한통운이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추후 그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류 대기업도 R&D 투자를 잘 못하는데, 스타트업도 못하면 물류산업의 미래에는 대체 뭐가 있을 것인가. 대표적으로 국내 물류설비 자동화가 낙후된 이유중 하나는 대기업조차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물류 자동화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결국 국내 물류산업의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굉장히 메쉬코리아를 더 많이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메쉬코리아가 성공해야 메쉬코리아처럼 R&D에 투자하는 다른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물류업계에 R&D에 집중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가. 다 아웃소싱해서 실행하는 회사다. 하청주고, 아웃소싱하고, 협력업체 쥐어짰던 것이 옛날부터 했던 방식이다.

 

물론 효율적인 운영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사업자들까지 잘살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선도주자는 힘들다. 그러나 그나마 있는 선도주자가 꺾여버리면 그때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CJ대한통운이 라이더가 뛰고 있는 분야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메쉬코리아니까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메쉬코리아의 표면이 아닌 이면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3. 메쉬코리아는 최근 글로벌 솔루션 공급 계약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택배 이전에 글로벌을 바라보고 있는 물류기업이다. 혹 양사간 라스트마일 이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 또한 준비하고 있나?

 

A3. 그렇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 라이더, 이륜차를 통한 배송 서비스는 당장하기 어렵고, 할 수도 없다. 억지로 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직접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결국 스타트업 기업과 제휴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CJ대한통운이 해외에 직접 나가보고 느낀 것이지만 국내택배 모델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더라. 일반적인 국내 모델에다 스타트업 기업이 가진 여러 모델을 접목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CJ대한통운은 가능하면 혼자하지 않고 협업하여 집단지성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굳이 CJ대한통운이 메쉬코리아가 이미 만든 시스템을 또 개발할 이유는 없다.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면 그만이다.

 

물론 과거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고자 했는데, 사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의미가 있나 싶다. 이제 기업이 구축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나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는 어느 정도 범용화돼 CJ대한통운이 개발하더라도 다른 회사에 비해 차별화하고 성과를 내기 어렵다. 자연히 가능하면 메쉬코리아와 같이 TMS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와 함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CJ대한통운이 특별히 더 잘하는 분야가 아닌데 굳이 할 이유는 없다.

 

Q4. 메쉬코리아와 같은 라스트마일물류 분야 스타트업 외에도 협업 사례를 고민하고 있지는 않나.

 

A4. 있지만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는 어렵다. 가령 풀필먼트(Fulfillment) 측면에서 소호몰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가 아닌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들이 있다. 물류적인 풀필먼트가 아닌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풀필먼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택배만 가지고 승부를 볼 수 없다. 그런 좋은 모델이 있다면 함께 협업하여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 택배만 가지고 가면 우리가 다할 수도 없고 성공확률 역시 굉장히 떨어진다. 택배는 자산 없이 할 수 있는 ‘3PL’과 달리 태생이 ‘자산 기반’이다. 잘못 들어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어쨌든 연관사업과 함께 진출해 진출 국가의 로컬사업이 못하는 것을 해내야 한다. 택배만 가져가면 CJ대한통운은 백전백패다. 돈 싸들고 가면 다 잃고 돌아온다. 한국에서 잘한다고 해외에서 무조건 잘할 수 없고, 그렇기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CJ대한통운 역시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어야 되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실력과 자금이 있어야 해외에서 버틸 수 있다.

 

Q5. 간접물류 기반의 사업을 한다는 측면에서 메쉬코리아와 CJ대한통운의 DNA가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다.

 

A5. 맞다. 메쉬코리아 역시 간접물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한다. 물론 CJ대한통운과 메쉬코리아가 처음부터 서로 잘 알았던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협업과 테스트베드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것이다.

 

간접물류 측면에서 CJ대한통운은 첨단과 말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업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야마토나 미국의 UPS는 모두 직접 배송기사를 고용했다. 그렇기에 야마토나 UPS는 그들의 시스템이 아니면 글로벌 시장의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애초에 직접 고용하지 않은 택배기사를 기반으로 간접물류를 운영했던 경험이 존재하기에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비전이 존재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라스트마일이 바라본 유통협업

사진= 지난해 9월 28일 열린 허니비즈-GS리테일간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사진왼쪽=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사진오른쪽=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

 

지난해 9월 28일 허니비즈(띵동)는 GS리테일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리테일은 허니비즈가 제공하는 O2O 배달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기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해 왔던 GS수퍼마켓과 온라인 쇼핑몰 GS아이수퍼의 배송 효율성을 높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허니비즈 역시 제휴를 통해 보다 많은 상품 확보는 물론 GS리테일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물류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키운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제휴 발표 다음달, 기자는 허니비즈와 GS리테일간 제휴사업을 담당한 유정곤 허니비즈 전략기획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허니비즈가 GS리테일과 제휴를 만들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유통대기업인 GS리테일과 제휴를 통해 허니비즈가 얻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혹 협업 과정에서 겪었던 고민은 없었을까?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청취해보자.

 

Q1. 제휴를 체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A1. 허니비즈는 공식 제휴 이전에도 GS25 내부 마케팅팀과 편의점 포장 관련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후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와 GS리테일 TF팀장이 디캠프에서 열린 스타트업 모임에서 만나 공식 MOU 추진 일정이 오고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양사간 물류 관련된 이슈가 존재하니 뭔가 만들면 좋지 않겠냐는 내용을 전달 받아 GS리테일 관계자와 몇 차례 미팅을 통해 관련 내용을 구체화했다.

 

허니비즈는 먼저 띵동 플랫폼을 통해 GS25 특정 편의점에서 매출이 나타나는지 파악했다. GS리테일이나 GS25 편의점주 입장에서도 당연히 그들 서비스가 제휴를 통해 어느 정도 이상의 매출이 발생해야 기대치가 생기고, 허니비즈에 수수료를 줄 여지가 생겨 그 부분을 우선 파악한 것이다. 이는 서비스 제휴 이전부터 기존 허니비즈가 수익 측면이 아닌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편의점을 경유한 상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었던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Q2. GS리테일과 협업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A2. 허니비즈는 아직 인지도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GS리테일과 협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허니비즈의 위상 증가를 꾀할 수 있다. 그게 허니비즈 입장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크게 보는 기대치다.

 

두 번째로 ‘물량증가’를 꾀할 수 있다. 허니비즈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물동량을 증가시켜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가령 주문 한 건당 오토바이 하나만 배치되는 방식이면 충분한 순환구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GS리테일이 가진 편의점, 슈퍼마켓, 왓슨스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허니비즈 고객과 매칭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

 

현재 허니비즈 고객 주문은 대부분 ‘음식 배달’이다. 여기에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비음식 상품군이 결합되면 ‘고객이 당장 필요한데 구하기는 어려운 물건’을 카테고리화할 수 있다. 고객이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허니비즈 플랫폼 하나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허니비즈의 장기적 목표다. 결국 추가 물동량 유치와 함께 주문 카테고리 다각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3. 실제 협업으로 인해 가시화된 성과는 무엇이 있는가.

 

A3. 먼저 판매채널이 다각화됐다. 이제 고객은 허니비즈 채널이 아니라 편의점 채널을 통한 구매요청도 가능하다. GS25에는 ‘나만의냉장고’, 슈퍼마켓은 GS아이슈퍼란 앱이 있다. GS리테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주문하는 이용자들에게 허니비즈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즉 GS리테일의 판매채널을 이용하든, 허니비즈의 판매채널을 이용하든 결국 배달은 허니비즈 라이더가 수행하는 방식이다.

 

운영 측면의 효율 또한 굉장히 높아졌다. 허니비즈는 예전에는 제휴된 유통지점 몇 개를 통해서만 상품을 경유, 구매대행하여 배달했기에 라이더 동선이 매우 길었다. 그런데 이제 GS리테일이 보유한 점포 전체로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났기에 고객 입장에서 훨씬 더 빠른 시간에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을 통해 개별편의점이 아닌 전체 DB를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장기적인 전략 측면에서 서비스 질은 확실히 더욱 높아질 것이다.

 

Q4. 협업 이후 발생한 특별한 문제는 없었는가.

 

A4. 허니비즈의 플랫폼과 편의점의 재고가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더라. 사실 판매채널이 하나라면 명확한 재고파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상 다양한 판매채널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확한 재고파악을 위해서는 개별업장마다 실시간으로 재고파악을 해야 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허니비즈 입장에서는 GS리테일과 장기적인 제휴를 통해 어느 정도 이상의 물량(Capa)이 나타나 상호 시스템 연동이 된다면 실시간 재고 파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어찌됐든 시스템 연동이 안되던 상황에서 허니비즈는 ‘전산’이 아닌 ‘운영’ 관점에서 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일단 허니비즈도 자체 DB(Data Base)를 가지고 있다. 재고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업체와 덜 발생하는 업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콜라는 대부분의 편의점이 넉넉한 재고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고객선호도가 낮은 일부 가공식품류는 취급하는 편의점수 자체가 굉장히 적다. 이 경우 많이 팔리는, 즉 매장 재고가 많은 상품 중심으로 고객에게 어필, 노출하고 잘 팔리지 않은 상품은 노출도를 조절하여 품절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편의점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슈퍼마켓의 경우 물동량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령 고객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배달을 원할 때는 대개 물건이 무겁고 부피가 큰 경우가 많다. 그것을 띵동 오토바이에 적재했을 때 넘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주문단에서 ‘즉시배송이 가능한 물량과 부피’, ‘배달하기에는 어려운 물품 카테고리’를 정하고 그에 부합한 주문만을 받고자 했다.

 

<연재>상생을 찾아서

 

[각론] On& Off, 신뢰는 생산이다

① [라스트마일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에서 만난다면

② [국제물류편] 국제물류의 소통 방정식, 그들의 방법론

③ [CBT편] 크로스보더의 '좋은' 협력업체는 어디에

[총론] 물류산업의 담대한 협력 :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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