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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먹거리 유통.물류 전쟁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07월 18일

미국 최대 식자재 유통기업인 시스코(Sysco)는 지난해 최대 라이벌 기업인 US푸드를 35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미국 식자재 유통 시장의 27%를 장악하는 초대형 시장 지배자가 탄생한 것이다. 국내도 대기업들이 식자재 유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CJ·대상·현대백화점그룹·SPC·농협 등은 식품 제조와 백화점 유통에서 쌓은 노하우와 자금력을 기반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입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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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유통 잇따라 진출‘왜?’
글. 김철민 기자


식자재 유통시장은 성장성이 좋고 아직까진 대기업간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지금 뛰어들어도 승산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식자재 유통업은 단체 급식과 외식 등 식품 서비스 산업에서 사용하는 음식 재료와 관련 상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분야를 말한다.

식자재유통시장 규모는 줄잡아 105조원(B2B, B2C 포함, 2012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마다 16%대 이상씩 커지고 있는 성장산업이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 외식 업체와 식품 가공 업체, 급식 업체를 상대로 각종 식자재를 공급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이 47조원대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기업형 수퍼마켓(SSM), 재래시장 등 유통 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시장은 58조원 안팎이다. 대형마트 시장규모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프레시웨이, 대상베스트코,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등 현재 식자재 유통업을 다루는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시장 확대,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욕구(needs)가 커지면서 매년 16% 넘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 업체와 메이저 업체가 시장을 6대4로 분할 지배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만여개 영세 유통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역을 커버하는 공급·판매망을 갖추는 데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고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도 빚어질 수 있어 대기업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식품안전에 대한 규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합리적인 식자재 유통 구조 확립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기업형 식자재 유통 업체의 비율이 2020년에는 국내시장의 30% 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재료에 대한‘토털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100조원대 시장을 좌우할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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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유통구조 개선, 물류 인프라 확대

국내 대기업 식품업체들은“덤핑이나 무자료거래가 횡행하는 후진적인 유통 구조를 개선해 더 싸고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며 물류 인프라와 영업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역 중소 유통 업자들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중소형 식자재 유통 업체를 인수·합병해 영업 기반과 유통 노하우를 확보하고 현대그린푸드는 기업형 급식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SPC그룹 삼립식품은 식품유통 법인‘삼립GFS’를 출범,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SPC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별로 식자재 유통사업을 따로 진행해 왔는데 구매·유통·공급을 단일회사가 하는 것이 효율적
일 것이라고 판단해 설립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해 농축산물 가격의 40~45%에 달하는 유통비용을 낮추겠다고 밝힌 것도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정부 의도대로 유통 구조를 개선하려면 자금력과 관리 노하우를 갖춘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정부는 밀양(경남)·장성(전남)·횡성(강원)·제주 등에도 도매물류센터를 세워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농협은 식당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겨냥한‘농협 a마켓 식자재몰( http://b2b.nhamarket.com)’ 도 이달 1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중기적합 업종 논란‘갈등’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사업 확장에 업계 경쟁과열과 함께 중소·영세 식자재기업들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시장 잠식을 우려한 중소상인들과 마찰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2년 대상베스트코, CJ프레시웨이 등은 지역 유통상인연합회와 법적 공방까지 벌이기도 했다. 또 일부 중소상인을 중심으로 식자재 유통업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식자재 물류시설 대형화…2차 대전

국내 식자재 유통업계가 물류센터로 제2차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후진적인 유통물류 구조를 혁신하고, 대량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선 물류센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식자재 업체들은 농산물 수급불안 대비책으로 물류센터 사업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 SPC(삼립GFS), 농협 등 대기업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자체 물류센터 건립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농협이 안성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본
격 운영에 돌입하면서 식자재 업계가 물류센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전국 물류센터 확대

현대백화점 계열 식자재 회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올 해 충북 음성에 중부지역 물류센터를 개장한다. 현재 물류센터 건설에 500억 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된다. 현재 현대그린푸드는 전국에 5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권에는 본사가 위치한 용인시 물류센터와 광주시에 위치한 경인식품가공센터가 있다. 영남권에는 울산광역시와 밀양시에 물류센터를 두고 소매유통과 상품 비축기능을 갖춘 영업거점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준공을 마친 밀양 물류센터는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물류센터 중 최대 규모다. 호남권에는 광주에 위치한 물류센터가 유일하다. 현대그린푸드가 전국 5개 물류센터에 이어 중부지역 신규물류센터 설치에 나선 것은 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사업에 대한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시장은 약 10조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5% 전후의 성장을 거듭하는 분야다. 대기업이 계열사 수요를 중심으로 시장의 약 32%를 점유하고 있어 현대백화점 그룹에 속해 있는 현대그린푸드에게도 수요는 풍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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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토리, 수도권 물류센터 축구장 10배 규모

삼성에버랜드는 단일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평택식자재 물류센터와 함께 용인, 김해, 왜관, 광주 물류센터 등 전국을 5대 거점화하는 식자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중 평택 물류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축구장 10개 넓이인 7만5000㎡ 부지에 연면적 2만1000㎡ 규모로, 1만5000㎡에 이르는 냉장·냉동창고를 구비하고 있다. 142대의 물류 차량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도크(Dock)시설과 함께 물류 차량 입차시 센서로 자동 인식해 작업 도크로 안내하는 DMS 시스템(Dock Management System)까지 갖췄다. 식자재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최첨단 설비도 설치됐다. 배송 차량이 식자재를 싣기 위해 접안시 틈새로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을 통째로 에어백으로 감싸는‘에어 쉘터’시스템도 갖췄다. 식자재를 단 한 순간도 실온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설비다. 건물 내부의 냉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출입구마다 천장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에어셔터를 설치해 완벽한 골드체인 시스템도 구축했으며, 배송 차량의 위치, 온도, 배송시간 등을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차량관제시스템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농협, 안성에 농식품 전용 물류센터 운영
평택음성 고속도로 남안성 IC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농협 안성물류센터는 부지면적만도 9만3226㎡,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한다. 이 건물 1층의 집배송장은 전국 농협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일종의 화물터미 널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급되는 농산물은 하루 평균 500개 품목, 16만 건에 달한다.

안성 물류센터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효율성이다. 기존 유통과정에서만 3~4단계였던 것을 안성물류센터 한 곳만 거치면 될 수 있도록 집배송과 상품화, 저장시스템을 모두 아시아 최고 수준의 시설로 갖췄다. 농협 관계자는“물류센터에 최적화된 전산정보시스템으로 입고, 분배, 출고시간을 단축하고 실시간 차량관제를 통해 물류효율을 높이게 된다”며“차량의 운행위치와 상품적재함의 온도 등을 물류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점검 할 수 있어 상품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류센터가 정상화될 경우 농산물 유통단계는 농민→산지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소비자에서 7단계에서 농민→농협물류센터→소매상→소비자로 축소된다. 이를 통해 수수료도 평균 4%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일반 대형유통업체의 수수료는 평균 11% 안팎이다. 사실 안성물류센터도 8%는 돼야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지만 산지조직의 경영부담을 감안해 수수료를 결정했다. 대신 향후 취급 물량을 늘리고 상품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매출이익을 높일 방침이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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