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경제성장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콜드체인 수요 높여
국가 나서 불완전한 표준화 개선 및 인프라 구축 주도
中콜드체인 시장에 관심갖는 국내 기업도 증가 추세
글. 임예리 기자
중국, 콜드체인이 뜬다
국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뜨겁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뿐 아니라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 역시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헬로네이처 등 스타트업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올해 4월 이마트몰과 함께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장보기 서비스가 기분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효율적인 재고관리, 제품 안전성 확보 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콜드체인(Cold Chain) 물류’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유다. 콜드체인이란 수산물, 육류, 청과물 등 신선한 식료품을 생산지부터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저온 유통체계를 일컫는다.
콜드체인 물류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콜드체인 물류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다만 단순히 식품을 안전하게 운송·보관하는 것에 그쳤던 콜드체인의 역할은 이제 공급망 전 과정에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위생과 맛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으로까지 넓어졌다.
여기에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전하며 물류가 사업의 중요 요소로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신선식품과 관련된 콜드체인 물류 역시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콜드체인은 한 나라의 ‘소득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콜드체인 물류의 필요성 역시 함께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지속된 경제성장으로 중국의 국민 소득 수준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 경험과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리고 이는 콜드체인 물류 수요를 증가시켰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지연컨설팅그룹(智研咨询集团)에 따르면, 중국에서 콜드체인 물류의 대상이 되는 품목은 주로 식품과 농산물이며, 2015년 중국 콜드체인 시장 규모는 1,583억 위안(한화 약 25조 9,000억 원)이었다. 지연컨설팅그룹은 향후 중국 콜드체인 시장이 연평균 약 1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며, 2020년 시장 규모는 3,479억 위안(한화 약 56조 8,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가 증가한 것도 중국 콜드체인 시장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거주하는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민들이 신선식품을 구매함에 있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Analysis이관(易观)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는 약 1,450억 위안(한화 약 23조 6,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 자료: Analysys이관(易观)
최근 중국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과 유통 과정을 개선하고, 물류와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신유통’의 바람이 신선식품 영역에 불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후르츠데이(FruitDay, 天天果园), COFCO I buy nets(中粮我买网), 슌펑요우센(顺丰优选), 미스프레시(MissFresh, 每日优鲜) 등을 포함한 약 20개 주요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 품질과 서비스를 보장해야 하는 이들 업체에게 냉동·냉장 보관 및 배송은 까다로운 문제였다. 그리고 그 해결사로 콜드체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었다.
정부가 끌면 지방정부·기업이 민다
요컨대 사회 발전에 따른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 도시 거주 국민들의 질 좋은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중국 콜드체인 물류에 발전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아직 중국 콜드체인 시장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불완전한 표준화, 부족한 인프라, 복잡한 유통 단계와 비교적 긴 배송기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창고만 해도 그렇다. 저장형 냉동·냉장창고는 많은데 유통형 냉동·냉장창고는 적다거나, 냉동창고는 많은데 냉장창고는 적다거나, 소비지에는 창고가 많은데 생산지에는 창고가 적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일정 이상의 운영 효율은 내기 힘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차량의 위치, 온도 조절 등에 관한 데이터가 완전하게 디지털화되지 않아 콜드체인 중간에서 ‘체인’이 끊기는 구간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신선’식품의 ‘부패’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 아직까지 중국의 신선식품 부패율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콜드체인 산업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改革委员会, 이하 국개위)가 발표한 <농산품 콜드체인 물류 발전규획(农产品冷链物流发展规划)>이다. 해당 규획은 유통 단계에서 신선식품의 손실률을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중국 정부는 이 규획에 따라, 절강성(浙江省)에 저온창고를 건설하는 데 21억 원을 투자하고, 섬서성(陕西省)의 과일 저온창고에 5억 원, 운남성(云南省)의 농산물 저온창고에 3억 원을 각각 지원하는 등 콜드체인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2014년에는 <물류업 발전 중장기 규획(物流业发展中长期规划)>을 발표해, 2020년까지 현대적인 물류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물류업계를 표준화, 스마트화, 데이터화하여 업계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올해 4월 <콜드체인 물류 발전의 가속화가 이끄는 식품안전 보장과 소비 향상에 관한 의견(关于加快发展冷链物流保障食品安全促进消费升级的意见)>(이하 의견)을 발표하며, 정보화와 표준화 작업을 통해 중국 콜드체인 물류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 신선식품 부패율을 낮추고 식품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 의견은 2020년까지 콜드체인 기초 설비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전 과정 온도 관리, 완전 표준화, 녹색 안전, 광범위한 활용’이라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8개의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콜드체인 산업이 중국 내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 지방 정부와 유관 부서에 콜드체인 물류 업계에 대한 지도 및 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표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 제목: <콜드체인 물류 발전의 가속화가 이끄는 식품안전 보장과 소비 향상에 관한 의견>의 8가지 구체적 방향과 주요 내용
중국 정부의 주문에 따라 중국 각 지방 정부도 발 빠르게 콜드체인 관련 설비 및 센터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샤먼(厦门)시는 타이완(台湾)과 합작의 형태로 11개 항목에 약 6억 위안 규모의 설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칭다오(青岛)시는 3년에 걸쳐 칭다오시 콜드체인 데이터 서비스와 관리감독에 대한 플랫폼을 구축해서, 2020년까지 육류, 수산물, 과일·야채 등 주요 냉동·냉장 신선식품의 유통 비율을 30%까지 늘리고, 콜드체인 운수 비율 역시 25%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광시좡족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 또한 향후 3년 내에 콜드체인 물류 관련 시설을 68개 건설하고, 2020년까지 자치구 전체 냉동·냉장창고 용량을 10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中콜드체인 시장에 눈독 들이는 韓기업들
이렇듯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가 콜드체인에 관심을 갖고 시장 성장을 견인함에 따라, 중국 콜드체인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는 국내 기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4,500억 원을 들여 중국 냉동·냉장 물류업체 로킨(Rokin)을 인수한 뒤 CJ로킨을 설립했다.
로킨은 중국 전역에 48개의 직영터미널과 22개의 물류센터, 1,800대의 운송차량을 보유하면서 1,500여 개 도시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였다. CJ대한통운은 로킨을 인수한 뒤 자사가 보유한 창고 분류 및 관리 기술과 같은 기술 역량과 노하우, 공급망 컨설팅 역량을 로킨에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재혁 CJ로킨 수석부총재 겸 상무는 CJ로킨의 강점으로 ‘운영망’을 꼽는다. 어 상무는 “상하이와 광저우 등 대형 소비시장 부근에 창고를 운영하고 있어 콜드체인뿐 아니라 다른 물류서비스 역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CJ로킨이 다른 업체와 갖는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의 시너지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부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7억 원 늘었고, CJ로킨의 매출은 약 17% 증가했다. 어 상무는 “올해 CJ로킨 매출액은 작년 대비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장기적으로 CJ로킨은 중국에서 스마트 물류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동원산업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이 기대되는 업체 중 하나이다. 동부익스프레스의 해외 거점인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 네트워크와 기존 동원산업의 해외 네트워크가 만나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범석진 동원산업 상무는 “동부익스프레스의 벌크화물 및 중량화물 운영역량과 동원산업의 콜드체인, 3PL 물류 노하우를 활용해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운영경쟁력을 향상시켜 해외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동원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신선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저온 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저온 내륙운송 사업 등에 필요한 콜드체인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