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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인하대 교수 인터뷰] 한국형 SCM 전략 ´하이브리드´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06월 13일

EXCLUSIVE INTERVIEW

한국형 SCM 전략 ´하이브리드´

2011년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는 ‘삼성 성공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Samsung’s Rise)’라는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개별 기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논문 게재에 인색한 HBR이 한국 기업의 경영 스토리를 상세하게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아시아 기업으로는 도요타,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이어 삼성이 세 번째였다.


이 논문의 핵심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부상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삼성의 패러독스식 경영을 지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전략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을 결합했다는 대목이다. 서구 학자들의 비관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기존의 일본식 경영과 새롭게 받아들인 미국식 경영을 성공적으로 조화시켜 삼성만의 새로운 ´하이브리드(hybrid)´ 경영 시스템을 창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특히, 삼성이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을 접목시켜 새로운 삼성식 경영을 창출하였듯이, 해외 기업의 SCM 전략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환경과 잘 접목해서 한국형 SCM 전략을 창출시킨 것도 주요 성과로 주목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권오경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회장(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글. 김철민 기자|사진. 노현우 객원기자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능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4년 SCM 상위 25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를 6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8위에서 2단계 순위가 상승했다. 1위는 애플이었지만 삼성전자의 순위는 아시아 최고였다. 특히 애플이 자체적인 생산 시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 가운데에서는 삼성전자의 SCM 능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지난해 아태지역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각각 4위, 10위를 차지했다. 특히 SCM을 더 일찍 도입한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제쳤다는 것은 충분히 평가 받을 만 한 일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SCM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기업과 차별화 되는 우리만의 독특한 SCM 전략이 있고 이러한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한국형 SCM’ 전략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권오경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회장(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사진)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공급망관리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 기업에 비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갤럭시S4는 BOM의 63%에 해당하는 부품을 계열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현대자동차도 제철, 자동차 부품, 조립, 물류를 수직적으로 통합한 공급사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권 회장은 “SCM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의 경우 조달과 생산 방향으로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고도로 통합된 공급사슬을 구축하고 있고 고객 방향으로는 협업적 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형 SCM의 특징으로 ‘하이브리드(hybrid)’를 꼽은 것이다. 권 회장과 한국형 SCM에 대해 더 물어봤다. 다음은 권 회장과의 일문일답.

Q. 국내 기업들도 해외 기업 못지않게 SCM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IT 등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하는 SCM TOP 25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의미와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우리 기업들의 SCM 능력도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가트너 SCM TOP 25에서 삼성전자가 6위를 차지하였고, 전년 대비 2단계 상승했지요. 2013년 아태지역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 현대자동차, LG전자가 각각 4위, 10위를 차지했지요. 특히 SCM을 더 일찍 도입한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제쳤다는 것은 충분히 평가 받을만한 일이지요.
앞으로 아태지역 TOP 25에 진입할 우리 기업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만 레노보, 하이어가 2, 3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SCM 경쟁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중국 기업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위협요인이라 하겠습니다.

Q. ‘한국형 SCM 전략’이란 궁극적으로 무엇인가요?


A. 가트너의 SCM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의 SCM 전략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형 SCM 전략’을 개념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공급망관리의 가장 큰 특징은 양사 모두 서구 기업에 비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4의 경우 BOM의 63%에 해당하는 부품을 계열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제철, 자동차 부품, 조립, 물류를 수직적으로 통합한 공급망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SCM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의 경우 조달과 생산 방향으로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고도로 통합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고 고객 방향으로는 협업적 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구조, 전략, 시스템, 성과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데 가장 적합한 ‘한국형 SCM’ 전략을 개념화하고 유형화 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Q.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SCM 기법을 무작정 따라하다 보니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외 SCM 성공사례에 대한 일종의 사대주의 현상일 수도 있는데요. 우리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적용한 SCM 기법이라도 국내 현실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SCM 기법을 그대로 복제할 때는 지났다고 봅니다. 시장이, 투자환경이, 인프라가, 문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 경제여건, 기업환경 등에 적합한 ‘한국형 SCM’ 전략을 연구하고 정립할 시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Q. 아마존, 이케아 등 글로벌 유통공룡들이 한국 입성을 준비하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국내 온라인(소셜 포함) 유통업체들도 곳곳에 물류거점을 마련하고, 온라인몰 전용 자동화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마존식’, ‘이케아식’ 물류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한 학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A. 글로벌 유통공룡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입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가오는 확실한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존식’ 물류전략이라면 물류 시설과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물류를 수익모델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고, ‘이케아식’ 이라면 기본적으로 물류비 절감을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아마존은 물류분야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입니다. 우리 기업, 특히 물류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물류분야 기술 개발과 특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포기한 일도 한국 물류기업은 해낸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그 만큼 무한경쟁 속에 있다 보니 생존 능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고, 글로벌 물류기업에 비해 ‘섬세한 물류’에 강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규모가 작거나 자본력이 부족하다고 경쟁에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필요한 투자는 해야겠지만, 그와 함께 우리 기업이 축적한 ‘섬세한 물류’라는 강점을 살려서 다가오는 경쟁에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SCM을 잘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S&OP; 등 시스템 구축이 잘되어져 있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 내 가치관, 경영철학이 될 정도로 기업의 문화로 잘 정착화 됐다는 점입니다. SCM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의 특징과 반대로 SCM을 실패한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A. SCM을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으로 도입한 기업 그리고 경영진의 명확한 비전과 추진 의지가 있는 기업은 성공하였지만, 또 다른 형태의 IT전략이나 시스템 정도로 인식하고 SCM을 추진한 업체는 많은 실패를 겪게 됩니다.


실제로 2001년 초 나이키는 예상을 밑도는 매출과 이익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데, 그 원인으로 i2테크놀러지의 수요예측과 SCM 시스템을 지목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i2의 수요예측과 SCM 소프트웨어 비용은 4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나이키는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요예측과 공급에 오류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SCM을 시스템 도입으로 인식한 나이키, i2의 경험 부족, 과도한 목표, 부정확한 정보, 프로젝트의 복잡성 등 여러 진단이 내려지게 되지만, 이 사례는 가장 대표적인 SCM 실패 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Q. SCM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전문 인력 양성 등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조, 유통 등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SCM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기업마다 고유의 SCM 전략을 수립을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듯이, 어떤 SCM 전략이 한 기업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고 해도 이 전략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과 시장의 특성, 경쟁 구도, 고객가치 목표, SCM 역량 등을 분석하여, 해당 기업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별 SCM 전략에 대한 연구와 사례축적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산업별 SCM 연구회와 같은 자발적 지식공유 모임을 활성화 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봅니다. 학회와 같은 중립적인 단체가 이 부분에서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소기업과 같이 인력이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조장자(enabler)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SCM 도입을 위해서는 한국형 SCM 성공사례가 더 많이 소개되고 이에 대한 정보공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계가 노력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한국형 SCM’ 전략에 관심을 두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는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학회나 세미나를 통해 발표되는 단편적인 자료나 국내외 증권회사가 발간하는 투자리포트 정도지요.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분석과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한국 기업의 SCM 사례를 있으나 ‘한국형 SCM’ 전략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할 수 있겠죠.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 경험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보안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략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히려 기업사례 연구를 지원해서 학계로부터 자문도 받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 사례에 선정되는 것만으로도 그 기업 이미지가 크게 높아지지요.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로 연결되어 매출 증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봅니다.

Q. 한국형 SCM 전략 도입과 확산을 위해 학회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어떤 구상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A. 몇 년 전 미국 CSCMP 연차총회에 참석했을 때, 한 세션에서 발표자가 하는 말을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포장 전문가로 기억하는데, 자신은 왜 모든 사람들이 최근 들어 SCM 전략에만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핵심은 포장을 조금만 개선해도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데, 거시적인 담론에 매몰되어 보다 효과적으로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데 노력을 덜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견 SCM에 대한 비판처럼 들리는 이 주장이 제게는 크게 다가 왔습니다. 바로 모든 일에는 기본이 중요하고 새로운 전략을 학습하더라도 항상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깨우침을 주었지요.


우리 로지스틱학회는 물류 분야를 연구하는 학회입니다. 따라서 물류 혁신과 물류비 절감은 항상 중요한 주제입니다. 앞으로도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 새로운 지식을 결합해서 우리나라 물류를 발전시키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SCM 시대 공급망 관점에서 물류전략을 수립하고 물류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연구와 토론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산업별 공급사슬 물류전략에 초점을 두어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더 많이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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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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