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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 M] 중국 최고 물류기업, ‘풀필먼트’와 ‘유통’을 넘보다 - SF Express Korea 김병록 사장 인터뷰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5월 16일

※ 해당 인터뷰 기사는 <CLO M> 5월호 'CONTI‧NEW'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중국 택배업계의 '넘사벽' SF Express, 김병록 한국법인장 선임

15년 중국 주재 경력 김병록 사장이 본 '수요자 중심의 중국, 그리고 중국물류'

풀필먼트와 유통에 도전하는 물류기업 SF, 한국법인의 역할은?

 

 

글. 신승윤 기자

 

2018년 물동량 507억 건을 기록한 중국의 택배시장*. 한국의 작년도 물동량이 25억5,000만 건**임을 생각했을 때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이러한 중국 택배시장을 이끄는 선도자 중 한 곳이 바로 SF Express다. 2018년 기준, 44 개의 자동화 허브를 포함하여 중국 전역에 위치한 330 개의 허브 및 물류 인프라를 직영으로 관리하며, 모든 주문과 배송 데이터를 축적해 풀필먼트, 나아가 유통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SF. 그 가운데 SF Express 한국법인의 새로운 대표가 선임됐다는 소식이다.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을 만나 중국 물류시장 현황 및 세계화를 꿈꾸는 SF의 한‧중 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출처: KOTRA
** 출처: 한국통합물류협회

 

‘SF(순펑, 顺丰) Express’. 누군가에겐 생소한, 또 누군가에겐 한 번쯤 들어 본 이름. 그러나 중국 내에서 SF는 택배업계의,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2018년 중국 택배 시장 규모는 물동량 500억 건을 돌파해, 한국시장의 20배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가운데 작년 매출만 909억 위안, 한화 15조 4,000억 원 이상을 올린 SF는 중통(中桶), 윈다(韵达) 등 중국 내 상위 경쟁사를 제치고 앞도적인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출처: S.F Holdings <2018 SF-Annual-Report>

 

1993년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해 현재 330 개의 자동화 허브를 중심으로 간선용 차량 3만5,000여 대, 지선용 차량 7만6,000여 대, 열차 127 대, 고속열차 82 대에 66 대의 항공기까지 보유하며 중국물류를 주도하고 있는 SF. 중국 최대 택배회사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 화물 인프라를 보유한 이들이 새로운 한국법인장을 선임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 부임한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을 만나 SF의 새로운 한국사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물류기업의 한국 대표가 되다

 

▲ 김병록 SF Express Korea 사장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 브랜드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이 시작됐다. SF가 한국에 발을 디딘 것은 2011년으로 서울에서의 첫 수출입 특송이 그 시작이다. 김병록 사장은 일련의 과정을 중국 내에서 목격한다. 지난 20년 간 판토스에서 근무한 그는 그 중 15년의 기간을 중국에서 보냈다. 김 사장은 “오랜 중국생활과 중국 내 업무경험이 이번 한국 대표 선임의 배경이 된 것 같다”며 “한국기업의 중국대표로 근무하다, 이제는 거꾸로 중국기업의 한국대표가 됐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김 사장은 “중국의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이 시작되면서 중국기업들이 세계로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 중 SF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며 선도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SF의 제안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과연 중국기업의 세계화 전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 그 일원으로 역량을 쏟아 부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수요자 중심의 중국, 그리고 중국물류

 

국내 물류업계에 있어 ‘아마존의 한국진출’은 매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회자되는 이슈다. 반면 알리바바, SF 등 중국의 유통‧물류기업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라는 점과 대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경우 미국에 비해 언어의 장벽이 훨씬 높다는 차이점이 존재하나, 그 외에도 역사, 문화, 외교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부터 일종의 ‘무관심’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시장과 중국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김 사장은 “수요자와 공급자 중 누가 중심이 되는지”를 꼽았다. 그는 “한국시장의 경우 철저히 공급자 중심주의다. 공급자 입장에서 신기술 및 신제품을 개발해내면,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띤다. 반면 중국시장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수많은 인구와 각각의 취향에 맞게 제품 스펙 또한 무수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수요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따라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유명하면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시로 허마셴셩(盒马鲜生)이 있다. 허마셴셩의 출발은 ‘고객들의 집에 냉장고가 필요 없도록 하자’는 것. 이를 모토로 모든 허마셴셩의 매장들은 철저히 주거지역 내에만 위치하고 있으며, 주문과 함께 실시간으로 포장 및 배달이 이뤄진다. 결제 또한 현금이 아닌 철저히 알리페이로만 진행하며, 구매 관련 데이터를 고객에게 모아 제공하는 등 모바일 냉장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이 설계돼 있다.

 

SF 또한 마찬가지다. 최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맞춤에 있다. 사실 SF의 2018년 배송량은 38억 건으로 경쟁사 순위 6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인들은 ‘택배’하면 ‘SF’을 떠올릴까? 놀랍게도 SF의 매출은 중통(85억 건), 윈다(69억 건) 등 배송량 1~5위 업체들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다*. 앞도적인 1위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SF의 배송 서비스가 경쟁사들의 서비스 가격보다 2배가 넘는데도 말이다. 비결은 수요자에 맞춰 철저히 ‘신뢰할 수 있는 배송 수단’을 제공함에 있다.

 * 출처: IYIOU.com, 회사별 외부공개자료

 

김 사장은 “전자제품 등 고가의 제품을 안전하게 배송하고자 할 때 주로 SF를 이용한다. 중국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100배로, 배송거리와 시간, 안정성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택배 서비스도 세분화돼 있다. 그 가운데 SF의 배송은 빠르고 안정적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SF는 이 같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물류 인프라를 직영으로 관리하며, 관련 데이터 또한 자체 수집 및 관리한다. 직원 또한 전체 40만여 명을 직접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F의 세계진출, 한국에서는?

 

그렇다면 SF는 왜 세계진출을 꿈꾸고 있을까? 저우추취 전략과 더불어 택배업의 중국 내수시장 성장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2018년 중국 택배업은 물동량 500억 건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 중에 있으며, 이는 한국의 택배 물동량의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꾸준히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던 택배시장이, 2017년과 2018년 각각 28.1%와 26.6%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SF는 발 빠르게 다음 전략을 구상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국제 택배 영영에 주목했다.

 * 출처: KOTRA

 

 

김 사장은 “중국 국가 우정국 등에 따르면 중국 택배 시장의 업무 유형 중 국제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그러나 매출규모에 있어서는 9.7%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 부분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국제 물류, 국제 택배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설명했다.

 * 출처: 중국 국가우정국

 

지난 SF의 한국에서의 사업은 중국 본사의 '리시빙(receiving) 파트너' 역할의 수행과 따이공 등 국제 배송에 있어 발생하는 자발적 수요에 주로 대응하는 단계였다. SF Express Korea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국내 입지 구축을 위해 차근차근 영업 파트너를 늘려가겠다”며 “이후 단계적으로 셀러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 한‧중 간의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다.

 

글로벌 물류, 풀필먼트에 이어 유통까지

 

SF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미 중국 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레노버 Lenovo 등 고가의 전자제품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DHL Supply chain(중국 홍콩)을 인수해 중국 본토, 홍콩 및 마카오의 DPDHL Supply chain 업무를 통합하기도 했다*. 이로써 애플,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의 제조 이후 운반, 분류, 포장, 권역별 운송과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B2B2C 풀필먼트 파트너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출처: S.F Holdings 공고(2018-10-27)

 

김 사장은 “SF는 막강한 물류 인프라와 더불어 풀필먼트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 및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향후 국내 인프라와 연계하여 한국 셀러들의 중국 진출을 도움은 물론, 국내에 들어온 중국 업체들의 원활한 SCM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DHL, UPS에 이어 SF까지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이커머스 및 풀필먼트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SF는 자체 유통망 구축에까지 힘쓰고 있는데, 사원들을 우선 대상으로 구축하기 시작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만 이미 한 해 1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막대한 주문 및 배송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SF이기에, 이 같은 약진이 향후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세계 무역의 중심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것인가.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각종 실험과 도전이 반복되는 지금, 과연 SF Express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그리고 SF Express Korea를 통해 국내 시장에 제공할 서비스는 어떠한 모습일지 주목해 볼 만하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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