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아마존은 왜 P&G의 창고에 들어갔을까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02월 09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Amazon.com)이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기법이 화제다. 그 방법인즉, 아마존이 대형 제조회사의 창고에서 상품의 포장 및 배송 등 물류작업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것. ‘벤더 플렉스(Vender Flex)’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제조 및 온라인 유통업체 간 상품의 이동을 줄여 전체 공급망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또 아마존 이용고객은 ‘제품 주문 후 배송(Order-to-delivery)’ 시간이 줄게 돼,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조-유통-소비자 모두가 ‘윈-윈-윈(Win-Win-Win)’ 할 수 있도록 한 아마존의 신(新)공급망 기법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을까. 그 방법을 살펴보자.

출처: 아마존

공급업체 창고로 이사 간 온라인몰


아마존, P&G; 공장 내 창고 빌려 써
제품 이동 시간 줄이고, 운송비 절감

글. 김철민 기자

“피앤지(P&G;)로 이사 간 아마존(Amazon Moves in With P&G;).”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공급망관리(SCM), 유통·물류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제법 눈길이 쏠릴만한 헤드라인 한줄에는 아마존이 어떻게 배송 비용을 줄이고 있는지 그 방법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벤더 플랙스 “창고를 공유하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3년 전부터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사인 피앤지의 공장 내 창고 사용을 공유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시행 중이다.

화장지, 기저귀, 샴푸 등을 공급하는 피앤지의 생산시설 내 창고 한 구역에서 아마존 물류담당 직원들이 입주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의 포장과 주소입력 등 배송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벤더 플렉스(Vender Flex)’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제조사-유통-소비자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피앤지는 아마존 창고까지 상품을 운반할 필요가 없어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고, 아마존은 그 계약조건을 이유로 피앤지의 제품군을 우선적으로 홍보해주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이 생산지에서 직접 운송돼 자사의 창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배송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모든 비용절감 노력이 결국 가격인하와 배송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 그 수혜를 입게 된다.

제조업 중심의 공급망 ‘툴’을 깨다

피앤지 처럼 소비재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은 아마존을 통한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소비자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할인정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전자상거래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산업계 아마존의 비즈니스적 지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저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인 공급망관리 기법이 온라인 유통업 중심으로 변화를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피앤지는 출고된 상품을 파렛트(pallet)에 싣자마자 펜스(fence) 하나 쳐있지 않은 같은 창고 내 한 구역에 위치한 아마존의 물류 작업장으로 바로 전달한다. 아마존 직원은 제품을 건네받자마자 포장과 운송장 작성 등 고객에게 배송할 제품의 상차작업에 착수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공룡기업인 아마존이 여러 공급업체의 창고에 작업장을 은밀히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화장지 등 일일 생활용품 제조업체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인터넷 판매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피기백 협업 구상, 역발상의 힘

사실 제조업체와 창고를 공유하기 시작한 아마존의 움직임은 동종업계 경쟁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SCM 기법 중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왜냐하면 하나의 작업장 내에서 업무를 공유한다는 것은 할인판매점, 클럽스토어(회원제 할인매장) 등을 운영하는 각 기업들의 경영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어 보안상에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물류는 도소매 유통업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 년 전 월마트가 공급자로 하여금 재고를 재보충 하도록 VMI(Vendor management system)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아마존은 대신 벤더 플렉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업체와 윈-윈하는 모델을 수립한 것이다.

아마존과 피앤지가 각자의 유통기법과 창고를 공유하는 도움을 서로 제공(Piggy back)함으로써 재화의 이동 경로와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월마트와 코스트코(Costco) 홀세일과 같은 업체들에 비해 가격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며, 고객배송 소요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대해 피앤지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담당 야니스 스쿠펠러스(Yannis Skoufalos)는 “기업 가치의 핵심은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타 도소매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비용을 줄이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앤지는 클럽스토어(창고형 회원제 할인마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매장 안에 많은 공간이 필요 없게 돼 보관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가격우위에 있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부피 큰 생활용품, 인터넷 판매 증가세

예를 들어보자. 가정용 스테이플러(Stapler)는 전통적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거나 운송비용을 상쇄하기에는 너무 값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내의 현재 스테이플러와 같은 종류의 상품 구입경로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전체의 2%만이 인터넷 주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스테이플러 시장의 규모는 16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닐슨 홀딩스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플러의 온라인 판매가 매년 25%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2015년에는 전체 판매량이 3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즉, 단순 판매 비율이 작은 제품이라고 해서 결코 만만히 볼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효율적인 유통채널과 변해가는 소비자의 습관이 향후 시장의 주요 요소(Factor)가 되고 있다. 소비재 상품의 온라인 판매가 6%만 증가해도 아마존은 식품을 제외한 소비재 상품에만 추가적으로 현재 20억에서 향후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RBC 캐피탈 애널리스트인 마크 마해인(Mark Mahaney)은 “작아 보이는 소비재 용품들이 향후 아마존의 가장 큰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위해 빠른 배송, 저가의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공급 채널 늘리는 아마존

실제로 아마존은 2011년 온라인 판매업체인 퀴드시(Quidsi)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다이퍼스닷컴(Diapers.com), 솝닷컴(Soap.com) 등 장난감, 애완용품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모회사로 아마존의 소비재 시장 확대 전략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피앤지는 이미 3년 전부터 아마존에 창고 공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마존은 최소 일본, 독일 등을 포함한 전 세계 7개의 피앤지 유통센터에서 물류작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공간의 공유로 인해 기저귀, 휴지와 같은 부피가 큰 품목들의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사창고에는 고마진의 상품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게 돼 이윤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실제로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아마존의 한 창고는 피앤지의 기저귀와 타월, 휴지 등을 생산하는 가장 큰 공장으로부터 5마일(8km 정도) 남짓 떨어져 있어 하루 만에 미국 내 주요도시로 배송이 가능하다. 창고는 또한 애완용품, 면도기, 샴푸 등의 다양한 상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피앤지는 아마존의 지역 배송센터로 물건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송비 절감이 가능하다. 더욱이 아마존의 시장 영향력에 힘입어 온라인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아마존 물류에 기대는 대형 공급업체

아마존은 이미 내부적으로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킴벌리 클락, 조지아 퍼시픽 등의 주요 생활용품 기업들의 창고로 물류 작업장을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븐스 제너레이션 측은 이미 아마존이 창고에서 바로 기저귀, 청소용품 등을 보내주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존 리플로글(John Replogle)은 “전체 제품의 2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5년 전보다 2배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그만큼 생활용품의 인터넷 판매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6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7%의 성장을 기록했다. 아마존은 비타민, 시리얼, 화장지 등과 같은 주용 생활용품에 대한 정기 배달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주문 당 5개 품목이상을 구입하면 15% 할인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생활용품 취급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중심의 공급망 혁신 지속될 것

최근 피앤지 CEO로 다시 복귀한 래플리(A.G Lafley) 회장은 “전자상거래가 성공을 위한 가장 큰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배터리, 면도기와 같은 상품들까지 인터넷 구매를 하려는 경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 점도 산업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피앤지의 기저귀 온라인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 피앤지는 오랜 기간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마케팅과 포장 기술 등을 토대로 성장해왔고 명성을 쌓아 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대응할 하나의 툴로 아마존이 채택된 것이다.

아마존의 공급망 혁신이 과연 오프라인 중심의 피앤지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떠한 또 다른 공급망 변화가 요구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대목인 것이다.

특히 기업문화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한국에서 과연 아마존과 같이 작업장을 공유하여 기업의 또 다른 비용절감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지금과 같이 거대한 장벽을 쌓고 비즈니스 협업을 지속할 지 여부도 크게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다.

해외에서 아마존은 이미 ‘인터넷 상점’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생활 속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의 이러한 비용절감 노력은 언뜻 생각하면 쉬운 아이디어 같지만 아마존의 스케일이 없이는 파트너십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아마존의 ‘최저가 정책, 비용 절감’ 철학은 기존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에서 오랫동안 존재했던 비효율을 없애는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앤지는 이미 3년 전부터 아마존에 창고 공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마존은 최소 일본, 독일 등을 포함한 전 세계 7개의 피앤지 유통센터에서 물류작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공간의 공유로 인해 기저귀, 휴지와 같은 부피가 큰 품목들의 보관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자사창고에는 고마진의 상품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게 돼 이윤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아마존이 최신 공급망 기법인 ‘벤더 플렉스(Vender Flex)’는 제조 및 온라인 유통업체 간 상품의 이동을 줄여 전체 공급망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또 아마존 이용고객은 ‘제품 주문 후 배송(order-to-delivery)’ 시간이 줄게 돼,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유통계 혁신 아이콘 ‘아마존닷컴’>

1994년 월가의 펀드매니저이던 30세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작은 인터넷 서점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에서 출발하여 매년 200%가 넘는 매출증가세를 보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일시적으로 인터넷에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2001년 거품이 붕괴되어 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여 사업다각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었다. ‘서적’에서 벗어나 일용품, 음반, 전자책, 태블릿 등으로 시장을 넓히더니 2013년 8월 미국의 대표 언론 워싱턴 포스트(WP)까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향후에는 HTC와 함께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모바일 업계의 변동이 예상된다. 2013년 기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100대 혁신기업 중 7위에 선정된 아마존. 아마존이 월마트와 같은 굴지의 유통업체의 견제를 이겨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공급망관리 혁신이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