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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고 싶어도 못 짓는' 아마존과 신세계의 속사정

by 콘텐츠팀

2019년 08월 19일

물류센터 설립 두고 주민 반대 부딪힌 아마존·신세계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위한 필요한 대규모 온라인 센터, 주민과의 상생는 숙제

아마존, 신세계, 물류센터, 풀필먼트센터 ▲ 2018년 10월 건립을 시작한 미국 알라바마주 베서머 Bessemer, Alabama 의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시가총액 한화 약 1,000조원*,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12조원… 이런 기업이 집 근처에 제2본사를 짓겠다고 나서면 거부할 지역 주민들이 있을까. 어느 지역이든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본지가 셀 수 없이 언급해 온 ‘물류 공룡’ 아마존은 지난해 제2본사를 지을 계획을 밝히며 사업지를 찾아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회사는 이른바 ‘한국판 아마존’을 내걸고 온라인 물류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나섰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2018년 말 기준

 

글. 콘텐츠팀 신태일 기자 

 

NOT FOR AMAZON, FOR US

 

아마존이 제2본사 위치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크리스탈 시티(Crystal City, Arlington, Virginia) 로 결정했다. 최초 사업계획을 밝힌 지 2년만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9월 더 넓은 공간과 기술 집약적 센터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제2본사를 짓는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건설비용으로만 5조 원을 투자하고 5만 개 이상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아마존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권 ▲친 기업적인 환경 ▲45분 내 위치한 국제공항 ▲2~5km 이내 주요 고속도로 인프라 등을 후보지 조건으로 제시했고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내 200 개가 넘는 도시가 세금 감면과 인프라 확충, 인센티브 등을 내걸며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 동부 뉴저지주(New Jersey)는 약6조9000억 원 규모 세제 혜택을 제안했고, 조지아주 애틀란타(Atlanta, Georgia) 스톤크레스트(Stonecrest)는 약 42만 평 부지를 제공하고 지명을 '아마존'이라고 부를 것을 약속했다. 슬라이 제임스(Sly James) 캔자스시트(Kansas City) 시장은 아마존 웹사이트 1000개 상품에 무작위로 별점 5개짜리 리뷰를 남겼고, 뉴욕(New York)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조명을 아마존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마존 신세계 물류센터 ▲ 뉴욕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조명을 아마존의 색상인 오렌지색으로 바꾸며 제2본사를 환영했다. 

 

아마존이 제2본사를 2 개 도시에 조성한다고 선언하자 도시 간 경쟁은 더욱 불이 붙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1월 후보지를 20 개 도시로 추렸고, 같은 해 11월 뉴욕시 롱아일랜드 시티(Long Island City) 와 버지니아주 알링턴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아마존의 본사 이전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도시를 하나를 통째로 바꿔버릴 수 있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 때문이다. 아마존은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 밸뷰 지역(Bellevue, Seattle, Washington) 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직간접적으로 42조 원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관 고용창출은 5만 명, 시애틀 인구는 11만 명(전체의 18%) 증가하는 등 지역사회와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 물류센터

 

순조롭게 진행되던 제2본사 이전 계획은 반전을 맞았다. ‘아마존 효과’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 노동계급 소외, 교외지역 붕괴, 양극화와 빈곤의 고착화 등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부의 집중과 양극화, 도시 불평등, 교외의 붕괴 현상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지아나리스(Michael Gianaris) 뉴욕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당 하원의원 등 뉴욕 정치인들은 아마존에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주민들도 지난해 뉴욕시 청문회에서 유치 조건으로 약속한 세제 혜택에 대한 우려를 제기됐다. 당장 그 비용으로 교육 환경 개선, 주택공급, 대중교통 개선 등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많은데 아마존을 위해 너무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결국 아마존은 뉴욕 정치인과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지난 2월 뉴욕시에 제2본사를 짓는다는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아마존은 지난 2월 성명서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심한 결과 뉴욕 롱아일랜드 시티에 아마존 제2본사를 지으려던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투표에서 70% 이상의 뉴욕 시민들이 동의했지만 일부 주민과 정치인들이 반대의사를 계속해서 견지하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 거부 사태’ 이후 아마존은 또 다른 후보지인 버지니아주를 최종 결정하며 빠르게 제2본사 건립작업에 착수했다. 제2본사는 지금의 본사와 같은 규모로 조성되고, 온라인 사업부와 기술부서가 주로 이전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달 초 제2본사 인력 충원을 위한 구인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는 혹시 모를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버지니아에서도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아마존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을 먼저 청취해야 한다는 '포 어스, 낫 아마존(For Us, Not Amazon)'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물류센터

 

신세계,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 추진… 그리고 2번의 거절

 

아마존 신세계 물류센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신세계는 지난해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 외국계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 블루런벤처스 BRV 에서 유치한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온라인 사업부의 핵심 시설에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신세계 채용박람회장에서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센터를 만들겠다”며 “아파트 30층 높이로 지어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예술성을 갖춘 건물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새로운 법인을 출범한다는 사업의 일환으로 하남시 미사지구에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단순한 물류센터를 넘어 그룹 온라인 사업본부의 핵심기지로 육성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남시는 동서남북을 아우르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인 데다 인근에 위치한 스타필드 하남 등과 연계해 지역 상징으로 부상할 수 있어 최적의 요충지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회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 로부터 물류센터를 위한 부지를 약 970억 원에 낙찰 받았고 본 계약 직전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하남시 주민들은 즉각 반대에 나섰다.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미사지구 일대의 교통이 혼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대형트럭이 도로를 점령해 발생하는 안전 문제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미사지구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물류센터 예정지가 서울로 통하는 주요 도로인 천호대교 입구 상일IC에 위치해 교통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물류센터가 도심지에 위치하는 경우 지역사회의 반발이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 이뤄진 ‘이마트 물류센터 반대 주민 협의체’는 무조건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신세계 측에 입장을 최종 통보하기도 했다. 하남시 역시 지역주민들과 입장을 같이 했다. 오수봉 전임시장이 ‘물류센터 전면 보류’라는 결정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상호 하남시장도 “미사강변도시 입주민이 가장 걱정하는 신세계 온라인물류센터 유치를 반대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기업, 주민, 하남시가 함께 도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LH로부터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았으며, 하남시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신세계 물류센터 ▲ 지난해 신세계가 지정한 하남시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 인근 아파트에 걸린 반대 플래카드 모습(출쳐=CLO) 

 

눈여겨볼 점은 신세계가 조성하려는 ‘물류센터’가 사실은 고층 빌딩이라는 점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첨단 온라인 센터는 총 4 개 블록, 2만 1422(약 6000평) 부지에 30 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회사도 단순한 물류센터가 아니라 온라인사업부 본사를 이전하고 지역 랜드마크를 구축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자족기능확보시설용지로, 벤처기업, 지식산업센터, 문화 및 집회시설 등 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춘 시설을 지어야 하며 물류센터 용도로 사용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형 물류센터가 필요했던 신세계가 주거지 인근에 초고층 빌딩을 짓고 물류센터로 활용하려 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도는 대형 물류단지에 대해 심의하고 허가한다. (하남시 물류센터처럼) 건물 등 개별 입지에 짓는 사업은 지자체장들이 인‧허가권을 가진다”며 “인‧허가권자는 우회도로 설정, 녹지공원 조성, 일자리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업개발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사업 조건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물류센터

한편 신세계 물류센터 건립을 두고 주민 반발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신세계는 서울 장안동에서 인근 주거지 및 초등학교와 인접한 곳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다 주민 반발로 백지화했고, 지난해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에서 추진한 물류센터 건립사업도 지역주민과 마찰로 4개월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신세계 온라인 통합 ‘1조 원 프로젝트’, 반드시 필요한 물류센터 확대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지난 3월 에스에스지닷컴 SSG.COM (이하 쓱닷컴) 을 공식 출범시켰다. 쓱닷컴은 출범 첫해부터 핵심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년 대비 29% 상승한 매출 3조1,000억 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는 2023년에는 매출 1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쓱닷컴의 핵심은 이마트에서 백화점까지 400만개가 넘는 상품과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은 쓱닷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이마트트레이더스, 부츠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하나의 장바구니에서 관리할 수 있다. 또 당일배송이나 3시간 단위 예약배송(타임슬롯)으로 신선식품을 정해진 시간에 받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쓱닷컴이 예정대로 출범했지만 물류센터와 유통채널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합법인의 핵심인 물류센터 없이 유기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쓱닷컴 어플리케이션은 통합이라고 부르기엔 단순히 ‘합쳐 놓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신세계몰에서 의류를 선택하면 이마트몰 주방용품과 같은 장바구니에 담기지만 ‘쓱배송 상품’과 ‘택배배송 상품’ 등으로 분류돼 같은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품이 출발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쓱닷컴 애플리케이션에서 닭갈비 재료와 쌀을 주문한 결과 닭갈비 재료는 당일 배송됐지만, 쌀은 그 다음날 도착해 요리를 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세계 이마트 쓱배송 물류센터

 

결국 유기적인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규모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상품이 서로 다른 물류창고에 보관되면 구매수요, 재고관리, 특화배송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워 고객 불편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보다 배송과 반품의 유기성, 신선식품 배송의 정시성이 더 중요해 보인다.

 

신세계 입장에서도 온‧오프라인 통합 멀티채널을 통합하고 무인로봇과 인공지능 등 차세대 물류 시스템을 실험할 전초기지가 필요하고, 쓱닷컴의 보금자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쓱닷컴 본사는 출범 이후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는 서울 충무로 1가 메사 빌딩에 위치해 있다. 

 

신세계는 하남시를 대체할 부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도 아마존을 뛰어넘는 첨단 온라인 물류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물류센터 선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두 번 좌절을 맞본 신세계가 지역 상생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류만큼 어려운 ‘물류 부동산’ 

 

신세계가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한다는데 어찌 보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둘 다 사업 확장을 위한 장소를 찾고 있으나 마땅히 반기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이는 기업들이 화려한 청사진을 그려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 정부와 기업 주도로 진행되던 사업지 선정과 비교해 지역 주민들의 정책결정과정 참여가 늘고, 정치인들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면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팀

제보 : clo@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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