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살롱드물류]
차량공유에서 '승차공유(Ride Sharing)' 시대로의 전환
자율차 서비스 영역은 사람보다 화물에 더 빠르게 확장될 것
글. CLO 김철민 기자
첫째, 구글 자율차 ‘웨이모’의 택시 상용화 의미
둘째, 자율차가 도로 위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가
셋째, 택시, 트럭 등 일자리는 정말 사라지는가
첫째, 구글 자율차 ‘웨이모’의 상용화 의미
16,093,440km.
서울과 뉴욕간의 거리가 약 11,060km이니 14시간쯤 걸리는 서울-뉴욕을 1,455번 오간 거리입니다. 이 기간 운행 중 발생한 사고는 단 1건. 이 사고 또한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에 따른 경미한 추돌. 이 정도의 사고율이라면 보험회사가 무척 좋아할만한 베스트 드라이버 실력이 아닐까요. 누구 이야기냐구요? 바로 구글의 ‘자율주행차량’ 입니다.
구글의 계열사인 ‘웨이모(waymo)’가 다음 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입니다. 다만 구글의 공식발표는 아니구요. 며칠전 블룸버그통신 발(發) 기사에 따른 것입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실험을 위해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 도로주행뿐만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70억 마일(1.1265e+10km, 계산기 환산도 어렵군요)을 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구 28만 바퀴에 달하는 거리를 AI(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것인데요. 웨이모가 지난해 4월부터 피닉스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무료로 운행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유료로 서비스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웨이모가 미래 최대 교통수단인 '로보택시(TaaS3.0=AV TaaS)의 원조'로 기록될 순간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젠 더 이상 자율주행 택시가 먼 미래가 아닙니다. 2021년 쯤에야 자율주행 운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구글이 자그마치 3년이나 앞당겨 버렸네요. 대단합니다~ (실험과 용기에 리스펙트)
<관련기사> Waymo’s paid driverless taxi service could launch next month, says report
사진 출처: 구글 웨이모
둘째, 자율차가 도로 위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가
자율차 보급이 가까운 미래가 되면서 '차량공유(Car sharing)'에서 ‘승차공유(Ride Sharing)’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질 전망입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상용화는 2009년 구글이 처음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래 9년 만에 이뤄냈죠. 올해 우버,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연이어 인명 사고를 내면서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구글은 과감하게 서비스 상용화를 단행한 겁니다. IT 업계뿐만 아니라 GM·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이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쟁할 만한 기업이 없죠. 뒤에 가서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만 ‘현차 정신 차리세요~’
웨이모는 자율차 기술을 기업용 서비스에도 제공합니다. 이 회사의 존 크래프칙 CEO는 "월마트(유통), 오토네이션(자동차 판매) 등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 택시를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는데요. 이들 기업의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자율주행 택시를 서비스하는 겁니다.
그런데 자율차는 대중교통 영역보다 화물운송 영역에서 더 빠르고, 더 크게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역사적으로 자동화와 무인화는 사람이 하기 힘들고 어려운 영역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아마존이 키바 로봇을 도입해 물류센터 내에서의 물품 이동 인력을 대체하고 업무 효율을 높였듯이, 자율차의 서비스 영역은 사람보다 화물에 더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와 화물 운전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물론, 현재 한국의 화물운송시장은 저임금, 저수익 시장이지만 미국과 일본처럼 고임금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구요? 화물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의 30%는 인건비이고, 전체 이동구간 중에서 고속도로가 차지하는 비율은 80~90% 정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율(화물)차가 고속도로 운행이나 물류센터 간 운행을 무인화 할 경우, 엄청난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선 컨테이너 등 항만CY 내 운행이나 택배 간선화물운송, 산업단지 내 기업간 고정화물 운송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진 출처: 우버 오토(자율화물차)
셋째, 택시, 트럭 등 일자리는 정말 사라지는가
그렇다면 자율차 상용화로 인간의 일자리는 또 빼앗길 것인가.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박사과정을 마친 브린은 한때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생각을 바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것이 초래할 변화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겠지요.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혁신이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인간의 일자리에 큰 변화가 생기리란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자율주행차량이 산업에 도입되면 트럭과 택시, 버스 관련 사업 종사자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말대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이 지금보다 더 고도화되면 의사와 변호사 역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필자를 포함해 기자라는 직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프로농구 NBA에서는 경기 스코어 등 간단한 기사를 이미 인공지능이 작성하고 있으니까요. (뭘해서 먹고 살지? ㅡㅡ;)
그러나 인간이 일터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일터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MIT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어터(David Autor) 교수는 일자리의 미래에 관한 흥미로운 강연을 한 적 있습니다. “왜 아직 이렇게 많은 직업이 존재할까?”라는 제목의 TED 강연에서 어터 교수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 일자리에 관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 사례로 ‘현급지급기’ 보급에 따른 은행의 많은 노동자가 사라진 점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지점 하나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면서, 은행은 지점의 수를 늘릴 수 있게 되었고, 과거 단순업무에 종사하던 직원은 고객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인간이 전과 다른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역설을 꼬집은바 있습니다.
어터 교수에 따르면 기계와 자동화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동시에 성인 고용률은 지난 12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말합니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인간은 오히려 전보다 더 고용되는 역설.
자율차 시장에도 이 효과는 유효하게 될까요.
<관련기사> 자동화와 고용의 기묘한 상관관계
넷째, 국내 자율차 시장의 현주소와 과제
앞서 언급했지만 구글 웨이모나 테슬라, 우버 등 IT업계와 GM·포드,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기업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경쟁할 만한 기업이 없습니다. (답땁합니다~)
얼마전 SK텔레콤이 쏘카와 함께 자율주행 택시 시험 주행을 2.3km 구간을 시험운행, 그것도 직사각형 모양의 공원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웨이모는 운전자가 없이 달리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는 반면 한국은 운전자가 꼭 탑승한 상태에서 정해진 도로만 달리는 레벨 3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율차 기술 격차가 넘사벽이란 것이죠~
현재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 면허를 받은 차량은 전국에 총 52대가 있습니다. 현대차가 16대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5대, 기아차가 2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험실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올 연말 경기도 화성에 32만㎡(약 9만6800평) 규모의 K시티를 완공해 자율차 시험에 나선다고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상용화를 앞둔 마당에 한참 뒤늦어 보입니다.
얼마전 필자가 20년 넘게 자동차 시장에 몸담은 한 지인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국내 자율차나 승차공유 시장은 앞으로 어떨것 같냐.”는 질문에 이분 왈 ”럭시가 카카오에 넘어갈 때부터 현대차는 이미 기울었단 생각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예를들어) 이제라도 현대차가 카카오와 손잡고 자율차와 승차공유 시장에 나서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직 기회는 있다.”라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가온 자율차 상용화 시대. 사람과 화물의 영역이 구분되지 않을 모빌리티 생태계를 맞이할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고쳐잡아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