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Tech & Solution] 몰려오는 자율주행차,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면 ②

by 박춘식

2019년 03월 02일

<지난 시리즈> [Tech & Solution] 몰려오는 자율주행차,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면 ①

 

자율주행차 대세론, '자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일상의 변화, 일자리는 과연 '창출'인가 '감소'인가

'빅브라더'의 등장과 부품 산업의 위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글. 박춘식 한국타이어

 

 

‘빅브라더’를 꿈꾸는 자들

 

두 번째는 운송업계에 등장한 새로운 ‘빅브라더’입니다. 이들은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우버, 리프트, 디디추싱, 그랩 등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 입니다. 이들 빅브라더는 자율주행기술과 공유경제를 연결하여, 새롭게 등장할 모빌리티 생태계의 절대강자가 되려 합니다. 우버는 빠르면 올해 1분기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파악한 기업 가치는 약 1,200억 달러(약 135조 원)입니다. 이 금액은 미국 내 자동차 산업 Big 3(포드, 제너럴모터스, 크라이슬러)의 총합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2018년 9월 우버에게 자율주행 기술투자 명목으로 5억 달러를 투자한 도요타는 불과 3개월여 만에 투자금액의 2배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버가 승차공유(Ridesharing)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Ride Pass’ 서비스에서 꽃 피우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LA, 오스틴, 올란도, 덴버, 마이애미 등 미국 5 개 도시에서 매월 14.99 달러를 지불하면 ‘우버엑스’와 ‘우버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입니다.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한 정액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버도 아마존처럼 빅브라더가 되길 원하는 것일까요? 서비스 모델과 함께 지금까지 진행해온 여러 투자를 보면 그 의지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라더’가 우리와 친하고, 맛있는 것도 나눠먹고, 주변에 힘없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좋은 친구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럴 마음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IPO를 진행한다면 1,2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우버의 고용규모는 2018년 11월 기준 약 1만2,000여 명입니다. 적어도 우버의 직원들은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을 것입니다. 빅브라더와 한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파트너(Driver partner)라고 불리는 약 300만 명의 운전자들은 입장이 다릅니다. 이들은 한국식 표현으로 4대 보험도 가입할 수 없는, 비정규직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자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생태계라는 것입니다.

 

우버가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이 같은 계약 구조의 파트너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생태계를 부스러기 경제*(Gig economy)라 부릅니다. 구글, 우버가 공유경제를 외치며 여객과 화물운송에서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정규직 없는 생태계, 비정규직도 아닌 이른바 일용직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 Gig economy: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딘가에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일을 하는 ‘임시직 경제’를 가리킴.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구글, 우버가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객/화물운송업에 소요되는 비용 중에서 인건비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원가요소를 혁신적으로 줄여낸다면 공급자는 혁신적인 가격으로 산업을 재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의 절대강자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결국엔 파트너조차 필요 없는 궁극의 자율주행차로 이익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확보한 기술, 자본, 무력을 앞세운 제국주의 시대의 열강들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지금이 자동차 업계에 있어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라는 표현이 이와 관련 깊은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우버의 이런 속셈을 뉴욕시는 알아챘나 봅니다. 2018년 우버는 뉴욕시 의회에 1억 달러의 기금을 제공할 테니 차량 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시 의회는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시의회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우버는 에어비앤비와 함께 2018년 10월 새로운 제안을, 이번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습니다. 차량 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해결해 준다면 우버 드라이버 파트너에게 주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합니다. 우버가 이렇게 멋진 기업이었던가? 하지만 그 주식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의미하였으며, 전체 IPO 이후 발행주식의 Max 10%를 배부하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결국 주가도 끌어올리고, 골치 아픈 규제 이슈도 해결하려는 우버의 큰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고질병’

 

세 번째로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이 가진 구조적 약점입니다. 첫 번째가 서비스 관점의 변화였다면 이번엔 제조업 영역의 변화입니다. 자동차는 현재 주 에너지원을 가솔린에서 전기로 바꾸는 동시에 자동차운전의 주체를 사람에서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른바 자동차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가솔린/디젤 엔진기반의 연료체계에서 전기차로의 변화가 우리 자동차 부품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생각해 봅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크게 엔진 / 구동 / 차체 / 현가 / 전장 / 기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기차는 이중에서 엔진과 관련 된 약 6,900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일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과 관련된 부품을 생산, 공급하던 부품업체는 그야말로 기업의 사활을 걸고 전기차 시대를 준비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대부분 전장과 전자부품 영역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구동(인지-판단-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 부품들입니다. 하지만 해당 영역은 국내만 예로 들어도 이미 L화학과 S전자, 정유업계까지 새로운 먹거리로 정의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전쟁터입니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로서는 진퇴양난, 고립무원의 상황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부품수 비교

 

이 같은 산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위기의 자동차 부품산업을 살리기 위해 약 3.5조 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재원의 대부분은 GM대우 공장의 폐쇄와, 국내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 대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발생한 부품산업의 단기유동성 위기 극복에 사용될 계획입니다.

 

미래차를 위한 핵심부품 개발에 2조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전문 위탁기업을 부산지역에 유치하는 것, 그리고 개방형 전기차 플랫폼을 토대로 중소기업이 직접 전기차를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입니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의 차량을 미래차로 정의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단기 대출을 해결하기 어려운 중소부품업체들이 미래차를 직접 개발해 판매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대형 완성차 업체가 양산하는 모델에 자사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R&D부터 생산, 품질관리 등 기업의 프로세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실질적 어려움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정책이 아닐까, 산업의 현실과 정책자금의 지원 취지 간의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 1차 → 2차 → 3차 협력업체 순의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비단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보다 고질적인 문제는 완성차의 매출이 늘어도 부품사에 대한 낙수효과는 계속해서 적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완성차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전속계약’ 이라고 부르는 1부품 1업체 생산 시스템을 1차 협력사 중심으로 구축(2018년 기준 1 개사 완성차 거래비중 46%, 2 개사 27%)하였고, 이른바 ‘자율적 합의’를 통해 납품단가와 물량을 공급받고 있지만 완성차의 생산·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율적 합의’는 암묵적 압박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이 공급망 관점의 프로세스 개선 및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1개 완성차에만 공급하는 기업 입장에서 영업이익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차를 위한 R&D 투자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국내에서의 공급다변화가 어렵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판로개척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것일까요? 왜 우리는 일본의 덴소나 독일의 보쉬, 미국의 델파이 같은 기업들을 육성해 내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 내용은 이후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토대로 자동차부품계의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을 살펴보며 알아보겠습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담대한 전략

 

자율주행차가 이끌어낼 우리 삶의 변화는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정해진 시험 범위 내에서 문제가 출제되던 과목에, 갑자기 수십 명의 선생님이 등장해 시험범위를 몇 배로 늘려놓고는 “내일 당장 시험이니 알아서 공부하라” 통보하는 느낌이랄까요? 좋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거나 그들의 방식으로 공부해서는 힘들어 보입니다. 급한 대로 공부 잘하는 친구와 스터디를 구성하거나 유명 입시 코디네이터를 알아봐야 할까요? 할아버지의 재력에 한계가 있다면 엄마의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무관심한 아빠를 돌려 세울 대안이 필요합니다.

 

명량에서 충무공이 외치셨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란 말씀처럼 담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이 용기로 바뀔 때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경험한 민족입니다. 용기 내어 부탁드립니다. 자동차관련 산업 내에 판옥선을 갖고 계신 분들은 본인이 가진 배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숨어있던 판옥선들이 모이면 함께 한 사람들의 용기를 토대로 배수의 전략이 가능할 것입니다. 명량에서의 큰 승리도 대장선의 용감한 출발에 뒤따른 12 척의 판옥선들이 숨어있던 그들의 역량을 발휘한 결과였습니다. 이젠 배가 아닌 자동차를 활용한 ‘명량 2.0’이 등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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